돌담 사이 모던 스페이스

서울 카페 기행 (3) 종로구

by 김정현


종로구, 돌담 사이 모던 스페이스



[서울 카페 기행 : 카페 큐레이션 시리즈]

(1) 동네 단골 카페처럼 l 마포구
(2) 여기 외국 카페 같은데요? l 용산구
(3) 돌담 사이 모던 스페이스 l 종로구





세상은 넓고 카페는 많다. 그리고 모두가 카페를 간다. 빈말이 아니다. 각자 이유는 달라도 하여간 대부분의 사람들이 카페로 향하는 시대다. 모든 멋지고 화려한 것들이 모이는, 그래서 너무 자주 피로해지는 서울이라는 도시 역시 카페의 천국. 문제는 많아도 너무 많다는 거다. 카페 포화 상태에 다다른 오늘날, 현대인의 고질병 '선택 장애'는 커피 한 잔 마실 곳을 고를 때도 예외 없이 발현된다.





284686_1575940331367.jpg Jeff Sheldon/Unsplash



근사한 카페에 가면 근사한 사람이 된다



가성비 높은 만족도를 찾는다면 역시 카페만 한 곳이 없다. 고작 커피 한 잔 마실 뿐인데, 꽤나 멋진 사람이 된 것 같으니까. 근사한 카페에 있다 보면 근사한 사람이 된 느낌이다. 그 기분 좋은 착각은 특히 모던하고 세련된 분위기를 자랑하는 공간에서 극대화된다. 평소 경험하는 것에 비해 훨씬 화려하고 감도 높은 비주얼이 펼쳐지는 곳.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 갤러리나 술 한잔 계산할 때도 손이 덜덜 떨리는 고급 바에 가지 않아도 된다. 카페만 자주 드나들어도 이렇게나 쿨하고 시크한 공간이 그저 자연스러운 사람, 말하자면 크리에이티브한 아티스트 정도는 된 것 같은 유쾌한 허영까지도 부려볼 수 있는 것이다.



화려한 욕망의 도시 서울이 그걸 놓칠 리가. 이미 이 도시엔 모던하고, 시크하고, 쿨한 바이브의 카페들이 문전성시를 이룬다. 개중에는 트렌드만 좇느라 고유한 개성이라곤 도저히 찾아볼 수 없는 곳들도 많다. 하지만 바꿔 생각해보자. 어떻게든 따라 하고 싶거나, 구리다고 욕하면서도 한번 쯤은 가고 싶게 만드는 훌륭하고 탁월한 감각의 공간들이 분명 존재한다는 뜻 아닌가. 그럼 이제 우린 어디로 향해야 할까? 잠깐의 고민 끝에, 나는 당신을 서울의 중심, 종로구로 데려가겠다.




301308_1575940348265.jpg RR Abrot/Unsplash



종로구, 아주 오래된 것과 가장 새로운 것이 만나는 곳



의아해할지도 모르겠다. 종로구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으니까. 무릇 종로라 함은 서울에서 가장 클래식한 동네가 아니던가. 각종 정부 부처와 대기업들이 거대한 빌딩숲을 이루긴 하지만, 고색창연한 고궁과 한옥으로 상징되는 역사와 전통의 지역이다. 작고 좁게 이어지는 종로의 골목골목이 세월의 흔적을 말해준다.



바로 그거다. 오히려 그 지점이 모던/컨템포러리 공간 기획자들의 안테나를 자극한다. 특유의 한적하고 고즈넉한 동네 분위기에 묘한 균열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자체로 이질적인 느낌을 부여해 독특한 매력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아주 오래된 것과 가장 새로운 것, 편안하고 느린 것과 예리하고 빠른 것이 함께하는 흥미로운 풍경을. 요컨대 극명하게 다른 것들이 공존할 때 나오는 시너지는 이루 말할 수 없다. 돌담과 한옥 사이로 현대적이고 도시적인 분위기를 부담 없이 경험하고 싶다면, 이제 종로구의 카페들을 주목해보자.





에디터가 추천하는 종로구의 모던하고 세련된 카페




182979_1575940368566.jpg 츨처: 공식 인스타그램 (@cafemk2)


mk2



경복궁 옆 한적한 창성동 골목, 커다란 창에 붙은 ‘mk2’라는 이름이 눈에 띈다. 단골손님들 사이에서 ‘미경이’라는 애칭으로도 불리는 곳. 꽤 오랜 시간 자하문로10길을 지켜왔으며, 바우하우스 기반의 미드 센추리 모던 가구로 채워져 있어 디자인에 관심 있는 이들이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법하다.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심플한 톤임에도 유려한 실루엣의 가구들과 벽에 걸린 알록달록한 아트 포스터 덕에 지루하거나 단조롭게 느껴지지 않는다. 돌담길과 낡은 건물들이 형성하는 고즈넉한 동네 분위기에도 자연스럽게 동화되는 공간. 볕이 좋은 주중 오후에 방문하여 여유를 누려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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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소: 창성동 122-2

* 영업시간: 12:00 ~ 22:00

* 메뉴 및 가격: 아메리카노 5,000원, 에스프레소 콘파냐 5,000원, 그릴 치즈 파니니 8,000원





158429_1575940426266.jpg 출처: 공식 인스타그램 (@yyyyynnn_cafe)



yyyyynnn



주변 풍경과의 이질감을 극대화한 공간도 있다. 화동 윤보선길에 자리한 카페 와이엔이 대표적.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언라벨이 전개하며, ‘컨템포러리 카페 브랜드’라는 모토 아래 카페가 줄 수 있는 새롭고 낯선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다. 현대미술 전시가 연상될 만큼 차갑고 미니멀한 무드가 주를 이루는 가운데 무채색의 가구와 오브제가 뿜어내는 묵직함이 매력. 공간 안쪽의 스탠딩 테이블이나 파란색으로 포인트를 준 좌석, 위트 있는 형광색 컵홀더와 메뉴까지, 유심히 들여다보면 다채로운 요소들로 가득하다. 기존의 카페 이미지와 다르다고 거부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새롭고 낯선 공간을 경험한다는 마음으로 들러 보면 생각이 바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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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소: 화동 126

* 영업시간: 11:00 ~ 21:00 (Last order 20:30)

* 메뉴 및 가격: 아메리카노 5,000원, 블랙 아인슈페너 6,000원, 얼그레이 스콘 4,500원





147838_1575940476168.jpg 출처: 공식 인스타그램 (@_blueroom)


블루룸



영화 <본 투 비 블루>는 많은 이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겼다. 그리고 혜화동 작은 골목에 위치한 카페 주인장 역시 여운이 상당히 오래간 모양이다. 극 중 쳇 베이커의 스튜디오를 자신의 카페로 고스란히 옮겨 놓을 정도로. 영화 속 영롱한 색감과 쳇 베이커가 가진 쿨한 무드를 쏙 닮은 카페 겸 바 블루룸은 전반적으로 차분하고 정제된 인상을 풍긴다. 이 공간의 하이라이트는 가운데 자리한 긴 바(bar). 정면으로 보이는 벽에는 톤 다운된 녹색과 파란색, 검은색이 정갈하게 배열돼 있으며, 천장에 매달린 세 개의 조명이 절묘하게 균형을 잡는다. 한층 더 어두운 톤으로 바뀌었을 때 와인이나 위스키를 즐기는 것도 근사한 밤을 보내는 방법일 것. 너무 자유분방하거나 지나치게 아티스틱한 분위기는 부담스럽다는 이들에게 더욱 추천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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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소: 명륜4가 66-3

* 영업시간: 화-금 13:00 ~ 23:00, 토-일 12:00 ~ 24:00 (월 휴무)

* 메뉴 및 가격: 아메리카노 5,000원, 크림모카 6,000원, 치즈케이크 6,000원






* The ICONtv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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