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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현 Mar 21. 2021

익숙하고 가까운 음악

스탠딩 에그,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던



고백하자면 스탠딩 에그의 음악을 잘 몰랐습니다. 지금 이렇게 콘텐츠팀의 일원으로 함께하기 전까지는요. 이름이야 워낙 많이 들어봤죠. 솔직히 그저 그런 어쿠스틱 음악을 하는 팀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던 ‘힙’하고 ‘딥’하고 ‘매니악’한 싱어송라이터나 밴드들과는 다른, 밝고 말랑말랑하고 간지럽기까지 한 ‘대중적’인 색채의 팝 뮤지션.



그때는 그 힘을 몰랐어요. 누구나 아는 음악은 재미없다고 생각했거든요. 어디에서나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음악은 멋없는 거라 여겼으니까요. 건방지게도 저는 ‘이지 리스닝’의 가치와 의미를 철저히 무시하는 ‘리스너’였습니다. (다들 그런 흑역사… 갖고 계시죠?)



이 팀의 음악을 1집부터 쭉 들어보며 알았습니다. 오랜 시간 스탠딩 에그를 사랑해온 이들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접하며 깨달았어요. 스탠딩 에그의 음악은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던 음악이라는 걸요. 친한 친구의 MP3에서, 좋아했던 여자애의 미니홈피에서, 무심코 지나치던 휴대폰 매장 앞에서, 목청이 터져라 질러대던 코인노래방에서. 의식하지 못했지만 늘 우리 주변에 있었던 ‘익숙하고 가까운’ 음악이었다는 걸요.



보편적인 감수성과 듣기 편안한 멜로디. 이지 리스닝이란 말이 붙게 된 가장 큰 이유일 텐데, 사실 그것이야말로 대중음악의 본질이 아니던가요. 그러니까 지난 11년 동안 스탠딩 에그는 대중의 곁에 서 있는 음악을 해왔습니다. ‘인디 공무원’이란 별명처럼, 성실하고 뚝심 있게.



인디 공무원이 이번에는 뉴에이지 앨범 [Letters From My Old Friend]를 선보입니다. 데뷔 12주년을 기념해, 그간의 대표곡들을 피아노 연주로 재해석한 뉴에이지 앨범이에요. 좀 뜬금없죠. 어쿠스틱 팝 뮤지션의 피아노 뉴에이지 앨범이라니. 심지어 2013년 [MOMENT]에 이어 두 번째인데, 이 대담한 음악적 실험을 꾸준히 이어가겠다는 의지가 느껴집니다. 차트 반응만 생각했다면 못 했을 거예요. 그치만 좋은 음악은 더 가까이 다가가야 하잖아요. 좋은 음악, 잘 만든 음악이라는 자신감과 더 많은 이들과 함께하겠다는 고집이 기어코 또 하나의 앨범을 세상에 내놨습니다.



Standing Egg [Letters From My Old Friend] full album



일상의 평온한 BGM이 되어줄 거예요. 고단했던 하루를 돌아보는 일기를 쓰면서 들어도 좋습니다. 사랑스러운 반려견과의 평화로운 산책 시간에도, 밤새 친구랑 나누는 유쾌하고도 진지한 대화 사이에도 좋겠죠. 풍성한 대화도, 고요한 사색도 방해하지 않을 테니 언제 어디서나 부담 없이 플레이 버튼을 눌러주세요.



� 근데 사실… 스탠딩 에그 음악 중엔 힙하고 딥하고 매니악한 곡들도 많답니다.

들으면 들을수록 아니, 이렇게 스펙트럼이 넓은 뮤지션이란 말이야 하고 놀라실 겁니다. 믿고 들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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