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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현 Jun 11. 2021

같은 실수

그런데 이제 집을 곁들인...






같은 실수를 했다. 세 번씩이나. 이 사실만으로도 나에게 화가 날 이유는 충분하다. 다만 집에 관한 실수라면 차원이 달라진다. 



집을 잘못 골랐다. 2년이나 살아야 하는데. 4년 전에도 똑같았다. 핑계는 많았지. 시간이 없어서. 선택지는 더 없어서. 어차피 이 돈으로 서울에 방 얻는 건 불가능에 가까우니까. (LH 청년전세임대주택을 구해본 사람은 조금이라도 이해할 거다.) 그래도 그렇지 거기서 재계약을 한 건 지금 생각해도 뒤통수를 후려쳐도 모자를 결정이었다. "새로 집을 찾고 서류 문제를 해결하고 이사를 준비할 여력이 도저히 없었는데요…" 그냥 닥치고 옮겼어야 했다. 매일 같이 고대했다. 진짜 다음 집은 어떻게든 더 나은 곳으로 가자. 마지막 남은 2년의 혜택을 날려버리지 말자.



응. 보기 좋게 날렸다. 뭐가 급하다고 또 이렇게 단점투성이인 집으로 들어왔지. 낡고 어둡고 습하고 주변 환경도 별로인 곳. 냄새와 벌레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곳. 이전보다 평수도 조금 넓어졌고 내부 인테리어도 깔끔하지만 그것만으론 명명백백한 흠결들이 안 가려진다. 울화가 치밀었다. 집돌이가 되어보겠다는 내 꿈은 또 한 번 이렇게… 다 내 선택인데 짜증이 난다. 다 내 선택이라서 짜증이 난다.



다만 이번에는 다른 결과를 내보려고. 포기 안 하겠다는 소리다. ‘어차피 마음에 안 드는 집이니 잠만 자는 용도로’, ‘눈 딱 감고 도망 다니면서 2년만 버티면 그 후엔 달라질 거야’ 그딴 생각들을 수시로 밀어내는 중이다. 대신 몸을 움직이고 돈을 쓴다. 제습기를 샀다. 싱크대 배수관을 직접 교체했다. 퇴근 후에 새벽까지 짐을 정리했고, 수시로 생활 팁을 검색해보고, 필요한 것들을 온오프라인으로 구매한다. 이번 집주인 분은 대화가 좀 돼서 다행이지. 



무엇보다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이사 후 적응의 시기를 지나 정착의 단계에 들어선 걸로 보이는 해서를 지켜보며. 첫 집을 경험하며 자신의 기준과 태도를 치열하게 고민한 박찬용 작가님의 이야기를 읽으며. 나도 주어진 공간 안에 내 시간을 채우고 싶다. 그러니까, 박윤선 작가의 표현처럼, 집은 임대여도 삶은 임시가 아니니까. 



종종 집 이야기를 올릴 거다. 청승과 궁상으로 얼룩진 비정기 시리즈 <같은 실수>. 부제도 있다. ‘BGD_Struggle’. 2년의 불광동 라이프는 나만 아는 치열한 밀당의 기록이 되겠지. 애증 섞인 관계일수록 정도 들고 추억도 쌓이는 거니까 어디 한 번 열심히 싸워보자. 일단 저 싱크대 냄새를 어떡한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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