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마나한 넋두리를 곁들인...
어제는 마음에 드는 글을 하나 썼다. 첫 문장을 시작할 때만 해도 한 편을 완성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기를 쓰고 열두 시까지 붙들고 있자니 (사실은 징하게 딴짓하면서) 어찌저찌 나오긴 나왔다. 70% 정도 써놓고 뭔가 이상하다 싶어 거듭 읽어보며 문단 순서를 바꾼 게 신의 한 수다. 손 가는 대로 쓰되 퇴고하면서 집요하게 뜯어보는 거. 겨우 몇 자 적고서 애꿎은 스페이스바만 갈기는 쫌생이도 쓰다 보니 느는가 보다.
이 글은 몇 편의 원고로 구성될지 모를 뉴욕 여행기에서 가장 첫 번째로 올 글이다. 여행중이기는커녕 어디로 여행 갈 거라는 얘기도 아직 등장하지 않으니 제목 앞에 1번이 아니라 0번이 붙어야 적절할 것이다. 시작부터 솔직하게 써서 마음에 든다. 웃기려는 욕심을 겨우 덜어내고 덜어낸 것도 나름의 성과다. 아쉽지만 책 내는 건 아니다. 어디 그럴듯한 플랫폼에 연재하는 것도 아니다. 뭐 기껏해야 내 브런치 정도가 되지 않을까? 그것도 두 편 세 편 끈질기게 써나갈 때야 가능한 소리다.
오늘은 어째 좀 심란하다. 아침에 받고 온 전세 대출 상담 때문만은 아니다. 밀어뒀던 유튜브에 대한 욕망이 스멀스멀 염치도 없이 얼굴을 비추네. 유튜브도 유튜브지만 내 이야기를 글 외의 방식으로 전하고 싶다는 생각, 정확히는 세 치 혀로 수다 떠는 게 글보다 좀 더 나은 퀄리티를 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근거는 개나 준 자신감이다.(줄여서 근개자감) 영상도 좋고 팟캐스트도 좋고 유튜브도 릴스도 상관없다. 내 이야기를 내 목소리와 말투로 나누는 게 포인트다. 연희동 스타벅스 1층에 앉아 맥없는 고민을 이어가다 가성비 끝판왕 핀 마이크까지 검색해본 건 비밀~
그건 그렇고 오늘 저녁으로는 김밥을 먹어야겠다. 불광중 옆에 있는 ‘김빱요 김밥’과 롯데캐슬 옆에 있는 ‘끼리끼리’ 중에 고민이다. 이름은 둘 다 합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