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요 #팔로우 #일상
종종 내 인스타그램을 구경한다. 부끄럽지만 남의 거 아니고 내 거 맞다. 어제 찍은 거울 셀카, 지난주에 공유한 카페 소개 기사, 두 달 전에 자랑하며 포스팅한 인터뷰, 작년 초에 쓴 짧은 분량의 진지한 에세이까지.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마냥 툭하면 피드를 거슬러 오른다.
구라다. 안 부끄럽다. 재밌기 때문이다. 뿌듯하기 때문이다. 일기는 안 써도 인스타그램은 하루도 안 빼먹고 지독하게 열심히! 내 일상의 역사라고까지 칭하면 너무 거창한가… 하지만 대견한 깨달음과 옹졸한 반응과 솔직한 심정이 이 격자무늬 판에 고이 잠들어 있다는 건 팩트다. 전부 편집된 일상이지만, 게을러 빠진 요즘 같은 때는 인스타마저 안 하면 아무것도 기록하지 않게 된다. 나는 뭐라도 남기는 게 중요하다.
꼴에 원칙도 세웠다. 보는 만큼 올릴 것. 눈팅족이나 좋아요봇이 될 바에 박찬호도 울고 갈 투머치 토커로 살리라. 다른 친구와 다른 유명인과 다른 브랜드의 계정을 소비하는 데 그치는 것보다, 차라리 보여주고 싶은 모습만 골라 진열하는 게 진짜 나와 (아주 조금) 더 가깝지 않을까? 적어도 직접 찍은 사진과 직접 쓴 글은 나의 사소한 변화와 유의미한 확장의 단면이라도 보여줄 것이다.
희박한 진정성을 숨기기 위해 도리어 진정성이란 수사를 남발하는 소셜 미디어의 세계에서, 진정성의 ㅈ 언저리라도 가닿을 수 있는 행위란 이런 것일지도 모른다. 찍고 싶으면 찍는다. 하고 싶은 말을 적는다. 꾸준히 업로드 버튼을 누른다. 내 모습을, 내가 보는 세상을, 내 언어로 정리한 이야기. 그러니까 앞으로도 피드를 말끔히 밀어버리는 일 따윈 없을 거다. 미련이 많아서 다 버리고 새 출발 같은 건 못 한다. 얘는 뭘 또 올렸나 싶어도 참아주시길. 좋아요까지는 안 바란다. (구라다.)
<나다운 게 뭔데> 초고를 쓸 때까지만 해도 게시물 수가 팔로워 수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걸 또 못 참고 지면 위에서 징징거렸지. 책이 나오고 상황은 달라졌다. 기분이 좋긴 하지만 더 분발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숫자 하나하나 신경 그만 쓰고 문장 한두 줄 더 쓰라는 뜻이기도 하다. 나는 아직 떠들어댈 썰이 한참은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