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어느 목조 다락집

by 김정션

일본의 어느 목조 다락집에 대한 꿈을 꿨다.


집 1층은 크게 좌, 우 두 부분으로 나뉘어있고, 우측부 벽에는 가로로 길게 난 창문이 있다. 언젠지 모를 지난 꿈에서 외부인이 날 꿰뚫어보던 그 창문이다.

1층 좌측부 중앙에 위치한 계단을 타고 2층으로 올라가, 작게 난 간이 출입문을 열면 한층 더 밝은 골목으로 통한다. 그 좁은 골목엔 아기자기한 상점들이 즐비한다. 오늘은 이른 아침에 일어나 지난밤 놀러온 친구 두 명과 함께 그 골목을 구경했다. 문을 열자 햇살과 관광객이 우릴 반겼다. 햇살이 너무 환한 나머지 세상이 뿌옇게 보였다.

지난 밤엔 놀러온 친구와 손을 잡고 잤다. 1층 긴 창문 아래 깔아둔 두툼한 이불 위에서. 한 명은 나와 손을 잡고싶어하는 듯 보였고 한 명은 도무지 그러고싶지 않아 했으나 난 후자의 손을 슬쩍 잡았다.

이 다락의 계단은 꽤 허술하다. 2층에서 내려주는 형태의 접이식 계단으로 추정된다. 1층 천장에 연결된 줄에 의탁하여 한 발씩 디디면 삐걱삐걱 소리가 난다. 1층 바닥에까지 닿지도 않는 그 계단은, 계단이라 부를지 사다리라 부를지 애매하지만 그게 이 다락의 매력인 듯도 하다.


이 집은 지난 꿈에 내가 직접 골라 입주했다. 또 다시 방문할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오늘 다시 이 집에 떨어졌을 땐 이곳이 너무 익숙하여 내가 이 다락에서 반 년을 지냈던지 일 년을 지냈던지 헷갈릴 지경이었다. 친구에게 내가 일본에서 교환을 지냈었는지 물어봤지만 그들은 아무 것도 알지못했다. 나조차 일본에서 살았던 기억은 없었다. 언니는 내게 방학 동안 단기 교류로 일본에 왔었던 것 아니냐 말해주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집에서 조금 걸어 거대한 인공 폭포를 지나 조금 더 올라가면 관악으로 이어져 호암교수회관이 나왔었던 것이 흐릿하게 기억난다. 학교와 무슨 연이 있었던 것 같긴 하다. 아니, 어쩌면 이곳은 일본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난 꿈에선 버스까지 타고서 한식을 찾아 먹으러 갔었는데. 모든 것을 차치하더라도 확실한 것은 이 공간이 매우 익숙하다는 것이다. 꿈 속의 나는 왜 그곳에 추억이 남아있는지 혼란스러웠고, 꿈 밖의 나 또한 그곳이 익숙하여 혼란스럽다.




이 꿈을 꾼 지도 어언 반 년이 지났고, 그 사이 난 이곳에 다시 들르지 못했다. 어느 꿈 속의 어느 나는 이 다락에서 여전히 잘 지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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