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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션

나른하지만 말똥하다 각성과 혼수를 불규칙하게 홈질한 내 밤은 거적때기처럼 형편없다 각성이 혼수보다 훨씬 길다는 것은 내 밤의 고질적 문제이다 정신을 억누르려 숨소리에 집중한다 잠으로 빠져들 자기 주문 스읍-허 스읍-허 한 숨에 한 홀드씩 간절한 기도로 암벽을 오른다 스읍-허나 난 손을 헛짚어 의식과 무의식 사이 그 어딘가의 몽롱한 골짜기로 떨어진다 시공간이 울렁댄다 그곳의 난 아무것도 될 수 없고 아무거나 될 수 있다


난 안개였다가 악마였다가 노파였다가 노래였다가 두 아이의 계모이다 유모차를 끌고 공원의 원숭이를 바라보다 새우풀을 따 먹는다 꽃게의 맛이 난다 여름 바다는 유유히 반짝여서 매미가 우는데 하늘에선 희고 작은 별이 펑펑 내린다 입김이 함빡 나온다 난 담배를 태운다 연기를 입안 가득 머금고 내가 오래간 좋아했던 여인에게 입맞춘다 그녀는 담배 냄새를 어릴 적부터 좋아했다 매캐한 숨을 들이켠 그녀는 무표정하다 곧 증발한다 끝끝내 갖지 못한 것에 대한 미련 그것은 고문인가 수련인가? 난 외로워 줄담배를 피운다 이빨이 누레지다 모두 빠진다 잠을 못 잔 탓에 잇몸의 악력이 누그러졌다 그래서 언덕을 처절히 기어오른다 당장 햇볕을 쬐어야 한다 나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내게 말했다 한낮에 햇볕을 많이 쬐라고, 그리고 잠에 대해 생각 말라고, 하지만 잠을 생각하지 말란 것은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란 것과 같아서 난 잠은 어떻게 자는 걸까 고뇌하며 코끼리 등에 업혀 있다 잠에 드는 것은 깃털을 지면 위에 살포시 올려 유지하는 것 그러나 머릿속엔 광풍이 불어서 오늘의 새벽도 뭉텅이로 날아갔다 나는 바람에 날리지 않으려 수면의 암벽에 날 결박한다 그 위로 독수리가 지나간다 독수리는 내 관자놀이를 쫀다 쪼아 먹는다

고통을 참지 못해 머리맡의 마취약을 집어 먹는다 그러자 어느 순

혼수

상태에

빠져돈디ㅏ……


*


가까스로 상체를 일으킨다 마취가 덜 풀려 머리가 뻐근하다 둔해진다 지난 새벽이 조각조각 뇌리에 박혀있다 그대여 제가 어젯밤 안개에 취해 그쪽에게 입을 맞추었죠 정말 죄송합니다

선잠도 켜켜이 쌓이면 오롯한 잠이 될 수 있다고 믿는 듯 낮에도 머리는 뿌옇고 얕은 잠 속이다 어쩔 수 없이 집을 나서 혼몽히 검은 네모를 응시한다 비척대며 돌아오니 머리가 띵해온다 졸리다 졸리다 나른하다 그리하여 나는 오늘도 어김없이 침잠沈-하러 침대沈-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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