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도 여름엔 더워, 너무 더워

한국과 다른 이유로 힘들었던 유럽의 폭염 이야기

by 김연큰

P가 예전에 오스트리아를 여행한 시기는 4월 중~하순이었고 그 중간 일정에 잘츠부르크 및 그 근교에 머물렀는데 날씨가 꽤 추웠다. 하루는 함박눈도 펑펑 쏟아졌다. 알고 보니 기상이변이었다고 한다. 예상치 못한 날씨였음이 분명했던 게 당시 모든 옷가게가 여름옷'만' 팔고 있었다. P도 한국에서 짐을 쌀 때 추위는 예상치 못했기에 바람막이 외엔 마땅히 입을 옷이 없었다. 그나마 기념품 가게에서 'NO KANGAROOS IN AUSTRIA'라고 적힌 기모 후드티와 두꺼운 모자를 샀고 노점에서 굵은 털실로 짠 머플러를 살 수 있어 추위를 면했다. 당연히 그 셋은 오스트리아 여행의 기념품이 되었다.


반대로 이번에는 헝가리와 오스트리아, 그리고 체코까지 3개국을 다니는 동안에 폭염을 만났다.


* 참고 기사: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europe/1205776.html


물론 폭염이라고 해도 대한민국에서 겪는 여름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 및 습도이지만 다른 의미로 힘들었다.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에어컨과 얼음의 부재


한 문장으로 풀자면 '밤에는 에어컨이 없어 힘들고, 낮에는 얼음이 없어 힘들다'는 의미다.


익히 알려져 있다시피 유럽은 스타벅스를 제외하면 얼음이 들어간 음료를 파는 곳이 드물다. 만약 냉방이 좋은 시설에서 일하거나 공부하는 경우 한낮에 굳이 밖에 나올 이유가 없지만 길어야 3박 4일을 한 도시에 머무는 여행자 입장에서는 어쨌거나 땡볕을 받더라도 돌아다녀야 하는데 생수로 수분 공급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얼음 한 개라도 입에 물고 열기를 좀 식혔으면 좋겠는데 그렇게 하기가 어렵다.


얼음이 없다면 시원한 음료라도 마시면 좋으련만 유럽의 냉장 음료는 한국만큼 시원하지 않다. J는 이번 여행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으로 냉장 음료가 전혀 시원하지 않았다는 걸 꼽았으며 한국에서 흔히 파는 얼음물이 너무나 그리웠다고 했다.


에어컨의 경우 이전 글에서 다음과 같이 유럽 현황을 소개한 바 있다.

유럽은 대도시를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에어컨 보급률이 낮은 편이고, 할슈타트나 체스키크룸로프와 같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경우는 더더욱 에어컨이 설치된 곳이 드물다. 이는 숙박업소뿐 아니라 식당이나 카페도 마찬가지다.

유럽에 에어컨 보급률이 낮은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인데, 첫째는 본디 유럽의 여름 기온은 에어컨이 필요 없는 수준이었고(폭염은 2022년 무렵부터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둘째는 건축 양식 특성과 규제 등을 고려할 때 에어컨 설치 조건 자체가 까다롭다고 한다.


* 참고: 여름철 고온으로 신음하는 유럽 도시들, 그래도 에어컨은 기피
https://www.smart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4311


실제 J와 P가 묵었던 숙소 중 에어컨 현황을 보면 다음과 같다. 있는 경우 O, 없는 경우 X다.

헝가리 부다페스트: O

오스트리아 빈: O

오스트리아 할슈타트: X (선풍기)

체코 체스키크룸로프: X

체코 프라하: O

크로아티아 스플리트: O

크로아티아 플리트비체: X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 O


대체로 대도시인 경우 에어컨이 있고, 유네스코 세계유산(할슈타트, 체스키크룸로프)이거나 국립공원(플리트비체)인 경우 에어컨이 없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대도시여도 에어컨 없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또한 대도시가 아니어도 에어컨 있는 숙소를 구할 수 있으나 상대적으로 드물다고 한다.


다행히 유럽에 열대야는 없었다. 해가 지면 20도 전후로 온도가 확 떨어졌다. 다만 일몰 시간이 한국보다 훨씬 늦어 그 시원함을 밤 10시는 되어야 느낄 수 있다는 게 문제였다. 또한 밤이 되었다 해도 숙소 창문에 방충망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창문을 훤히 열고 생활하기는 어려웠고, 그러다 보니 밖보다 숙소가 더웠다.


이런 상황에서 J와 P가 더위를 이겨냈던 방법을 소개한다.




과일로 당과 수분 보충하기

수박과 복숭아는 갈증 해소에 도움이 많이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여름에 더위 나기 과일로 수박과 복숭아를 많이 꼽는데, 유럽에서도 이 둘을 많이 먹으면 더위를 이기는데 도움이 많이 된다. 시장, 슈퍼마켓, 마트 등 곳곳에서 수박과 복숭아를 팔고 있고, 숙박에 조식이 포함된 경우 수박을 제공해주기도 한다. 유럽의 납작 복숭아 명성이야 이미 유명하니 따로 설명할 필요는 없을 듯하고, 수박도 달고 맛있다.


수박의 경우 첫 숙박지였던 부다페스트에서부터 조식으로 나와서 익히 입맛을 들였지만 복숭아의 경우 J의 고집으로 구입하게 됐는데 P는 결과적으로 그 선택이 옳았다며 J 덕분에 그나마 시원하게 보냈다고 칭찬했다.


과일은 수분뿐 아니라 짠 입맛을 달래주기도 한다. 유럽 음식은 좀 짠 편인데(특히 체코 음식이 짰다.) 안 그래도 더운 와중 입까지 짜면 물을 더욱 찾게 되니 샐러드를 같이 주문하거나 식후 과일을 먹으면 도움이 된다.



스타벅스가 보이면 일단 들어가기

좌측부터 부다페스트, 빈, 프라하의 스타벅스

P는 더위에 지칠 때면 '커피는 안 마셔도 되는데 얼음은 먹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으며 특히 에어컨이 없는 할슈타트와 체스키크룸로프를 연이어 만나고 나니 스벅 아아가 너무 그립다며 프라하에 가면 바로 스벅부터 갈 거라는 말을 J의 귀에 피가 날 정도로 자주 했다.


유럽에서 아이스커피를 파는 곳이 예전보다 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 멀었다. 커피의 이뇨 작용을 감수하더라도 열이라도 식힐 수 있도록 얼음을 먹어야겠다면 스타벅스를 찾고, 찾았다면 일단 들어가는 편이 좋다. 헝가리 부다페스트, 오스트리아 빈, 체코 프라하 등 수도에서는 스타벅스를 쉽게 찾을 수 있다.


할슈타트에서 마신 아이스커피. 얼음 양이 적어 금방 녹는다.

P는 유럽인들이 따뜻한 커피를 고집하는 건 그동안 폭염을 안 겪어봐서일 거라고 추측했다. 부다페스트 어부의 요새에 있는 스타벅스를 가보니 유럽 각지에서 온 사람들도 많이 있으며 대부분 아이스 아메리카노 아니면 아이스 카페라테를 주문했다고 한다. 폭염은 따뜻한 커피에 대한 유럽인의 고집도 꺾으며, 평소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선호하는 P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게 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각별한 아아 사랑은 결국 여름 기후에서 유래된 것 아닐까라고 추측했다.


크로아티아의 아이스티 브랜드 Jana

크로아티아에는 스타벅스가 진출하지 않았기에 지점이 전혀 없다. 다행히 앞서 겪은 헝가리, 오스트리아, 체코에 비해 얼음을 만나기 쉬운 편이다. 특히 Jana라는 아이스티가 단맛이 적은 편이고 식당에서 주문하면 얼음 컵을 같이 주는 경우가 많아 자주 마셨다. J와 P 모두 복숭아 맛(위 사진에서 좌측 주황색 병)이 더 맛있다고 했고, 마트 등에서 보면 복숭아 맛을 구할 수 없는 경우도 생각보다 자주 있었던 것으로 봐서 확실히 그게 더 인기가 좋은 듯하다.



맥주로 열기 식히기

좌측은 헝가리에서 구매할 수 있는 맥주, 중간과 우측은 오스트리아에서 마신 맥주

맥주는 탈수를 유발할 수 있지만 순간적으로라도 더위를 가시게 해야 할 정도로 급하다면 선택할만하다. 대신 물도 충분히 마셔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갈증 해소 이슈와는 별개로, 맥주를 좋아한다면 체코에서 필스너우르켈 생맥을 맛보길 추천한다. 대부분의 음식점에서 판매하니 굳이 고를 이유도 없다. 체코는 맥주를 잔에 따를 때 거품이 절반 정도 들어가게 따르는 것이 룰이라고 한다. (거품 많이 줬다고 오해하지 마시길.) 프라하에 굿즈샵도 있으니 여유가 된다면 구경해 보는 것도 나름 재밌다.


https://maps.app.goo.gl/RTRz3EDfCywRCHq98

또한 체코 프라하에는 필스너우르켈 직영점이 있다. 양조장에서 직접 맥주를 조달한다고 하는데 확실히 맥주 맛이 다르다. 게다가 이곳은 마치 이탈리아의 에스프레소바 맥주 버전인듯한 느낌이다. 식사와 곁들여 마실 수도 있지만 스탠딩 석에서 음식 주문 없이 맥주 한 잔만 마시고 가는 경우도 꽤 많다. 심지어 일반 좌석에서도 맥주만 마시고 가는 경우도 많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J는 귀국 이후 체코에서 마신 필스너우르켈 생맥을 잊지 못해 또 가고 싶다는 말을 달고 살고 있다.



생수에 돈 아끼지 말기

생수를 구입할 때 NO GAS 혹은 STILL이라고 적혀있는지 봐야 한다.

가장 중요한 건 이것이다. 아이스커피, 맥주는 일시적인 조치일 뿐이며 물이 가장 좋은 해결책이다.


섭씨 30도가 넘는 한낮에 땀 뻘뻘 흘리며 여행하다 보면 쉬이 탈수가 올 수 있다. 심지어 너무 이미 땀을 뺀 나머지 땀이 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상황까지 가면 비상사태가 된 것이나 다름없다. 돈 걱정 없이 여유 있는 여행을 하는 사람은 별로 없겠지만, 그럼에도 여행지에서 폭염을 만났다면 생수 구입에 돈을 아끼지 말아야 건강하고 즐겁게 여행할 수 있다.


다만 유럽은 생수와 탄산수를 같이 팔다 보니 실수로 탄산수를 구입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이는 P의 쓰라린 경험담이기도 하다. 과거 스페인에서 한 번, 그리고 이번 여행에서 또 그런 실수를 하고 말았다. STILL water인지 꼭 확인해야 한다. (관광객이 많은 지역에서는 생수에 NO GAS라고 써붙여놓는 곳도 있긴 하나 이런 경우는 매우 드물다.)




이전 글 마지막 부분에 체스키크룸로프에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풍우 예고가 뜬 것을 올렸는데, 사실 할슈타트도 동일한 예보가 있었다. 예보대로 할슈타트에서 출발하기 직전 하늘의 구름 모양새가 심상치 않았고, 그래도 날씨 좋을 때 할슈타트에서 놀다 가서 다행이다 여기며 체스키크룸로프의 날씨를 검색했다가 본 것이었다.

이동 중 목격한 국지성 소나기 현장

시간별 예보에서는 4시 무렵 체스키크룸로프의 비가 그치는 것으로 나왔고 둘의 도착 예정 시간은 3시 무렵이었다. 일기 예보는 과연 적중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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