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향인에겐 좀 버거운 프라하

이렇게 사람 많고 정신없고 정신 놓는 곳일 줄이야

by 김연큰

프라하로 가는 버스 안에서 P는 구글맵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프라하 지도를 미리 보고 익히려는 목적이었는데, 문득 이상한 걸 깨달았다.


"체스키를 휘감은 강이 블타바 강 아니었어? 프라하도 블타바 강이네?"

"둘이 같은 거야."


J의 대답에 P는 화들짝 놀랐다.

"프라하에서 체스키까지 거리가 꽤 되는데 이게 같은 강이라고???"


믿을 수 없는 말에 직접 확인해 보기로 한 P. 프라하 지도에서 블타바 강을 따라 주욱 남하했다. 구불구불 굽이치는 강줄기를 따라 내려가고 내려가다 보니 정말 체스키크룸로프가 나왔다.

지도 출처: 위키백과 블타바강(https://ko.wikipedia.org/wiki/블타바강)

블타바 강의 길이는 430km에 이른다고 하니 꽤 긴 강이다. 문득 P는 체스키크룸로프에서 봤던 블타바 강을 떠올렸다. 그때는 강이라기보다 하천처럼 보여서 이렇게 긴 강일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어렸을 때 지리 시간에 배운 걸 떠올려보면 그처럼 구불구불한 강은 수백만 년 후에는 모습이 변하곤 하던데, 그렇게 굽이진 형태와 가느다란 강줄기를 갖고도 어떻게 지금까지 그 긴 거리를 유지하고 있던 것인지 궁금했다. Gemini에게 물어보니 이런 답변을 주었다.


단단한 지반 (암석 지형):
블타바 강은 지질학적으로 단단한 알공키아 암석(Algonkian rocks)으로 이루어진 계곡을 흐릅니다. 일반적인 하천은 모래나 진흙 같은 부드러운 지반 위를 흐르며 침식과 퇴적 작용이 활발하게 일어나 곡류가 잘려나가기 쉽습니다. 하지만 블타바 강은 지반이 매우 단단하여 침식 속도가 느리고, 수직 침식(vertical erosion)이 더 많이 일어나면서 깊고 좁은 계곡을 형성했습니다. 이러한 지형적 특성 때문에 곡류가 쉽게 잘려나가 우각호로 변하는 현상이 적어 긴 강 길이를 보존할 수 있었습니다.

계곡의 깊이:
강물이 깊은 계곡을 흐르면, 물의 에너지가 측면 침식(lateral erosion)보다는 하상 침식(downcutting)에 집중됩니다. 블타바 강의 중하류 구간은 급경사 지형을 통과하면서 골짜기처럼 깊게 파인 곡류(incised meanders)를 형성했습니다. 이 또한 지반의 단단함과 함께 강물의 굽이가 쉽게 변하지 않도록 하는 중요한 요인입니다.

인공적인 요소:
현대에 와서는 블타바 강에 여러 개의 수력 발전용 댐이 건설되었습니다. 이러한 댐들은 강의 흐름을 조절하고, 유속을 안정화시키는 역할을 하여 자연적인 침식과 퇴적 작용을 늦추는 데 영향을 미칩니다. 이러한 인공적인 관리 또한 강이 현재의 모습을 유지하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역시 이런 궁금증 해소에는 AI가 좋다. 물론 온전히 사실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럴 가능성이 있다'로 생각하니 맘이 편해졌달까. 한편 프라하의 블타바 강은 어떤 모습일지 기대감이 높아졌다.


오후 4시 55분쯤 드디어 프라하의 블타바 강을 건너게 됐다. 강 너비가 대충 부다페스트를 가르는 도나우 강과 비슷한 듯 보였다. 아무리 봐도 체스키크룸로프에서 봤던 그 강과 동일한 강으로 믿기지가 않았다. 자연은 정말 여러 얼굴을 하고 있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오후 5시를 조금 넘긴 시간에 드디어 버스에서 하차했다. 날씨는 아주 쨍하니 맑았지만 지금까지 여행한 곳 중 가장 북쪽이라 그런지 체감온도는 그렇게까지 높지 않았다.


숙소로 이동하려면 지하철을 타야 했는데 그 과정이 난관이었다. 분명 버스 터미널 바로 앞에 지하철과 연결되는 입구가 있다고 했는데 눈앞에 보이는 입구는 모두 공사 중이어서 멀리 돌아가야 했다.

프라하의 지하철 역과 에스컬레이터

역을 찾는 과정은 우여곡절이 있었으나 지하철 역사로 들어온 이후는 이전에 거친 과정과 다를 바 없어 무난했다. 에스컬레이터에 있어 특이한 점은 헝가리처럼 속도가 매우 빨랐다는 것이고, 오스트리아 및 우리나라처럼 한 줄 서기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빠른 속도의 에스컬레이터를 너무도 잘 올라타는 강아지들이 신기했다. 이 녀석들에게는 이게 일상이겠지.


지하철에서 내려 숙소까지는 도보 5분 정도 거리였다. 근처에 TESCO 슈퍼마켓 등 대형 쇼핑몰이 있었고 숙소 맞은편에는 스타벅스가 있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그리웠던 둘은 반가움에 눈물을 흘릴 지경이었다.


체크인 후 들어간 그들의 방에는 에어컨도 있었고 냉장고도 있었다. J는 '으아아 너무 좋다아~!!!' 하면서 에어컨을 틀고 침대에 벌러덩 누웠다. P는 냉수부터 들이켰다.




약간의 휴식 후 둘은 프라하 시내로 나가보기로 했다. 여기서도 체스키크룸로프처럼 ChatGPT가 추천한 일정대로 움직일 예정이었다. 추천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날: 숙소 체크인 후 구 시가지 광장 관광. 저녁 식사는 체코 전통 음식 및 맥주 추천. 카를교 야경 감상.
둘째 날: 프라하 성(대략 2-3시간 소요), 프라하 성 근방에서 점심 식사, 유대인 지구, 블타바 강 유람선 투어, 클럽 혹은 펍에서 밤문화 즐기기
셋째 날: 오전에 시간이 남을 경우 하벨 시장 혹은 국립 박물관


둘은 체스키크룸로프 때의 경험을 살려 일정의 굵직한 부분은 따르되 필요하면 순서를 바꾸거나 다른 일정을 추가하는 식으로 약간 변형하기로 했고, 그런 의미에서 일단 배가 고팠기에 저녁부터 먹기로 했다. 메뉴는 체코 전통 음식 중 하나라는 꼴레뇨로 결정했다. 썰지 않은 통족발 같은 음식인데 우리나라의 족발이 양념에 삶은 것이라면 꼴레뇨는 삶고 튀긴 느낌이다. 여행오기 전부터 J가 무척이나 먹어보고 싶어 했던 터라 첫 식사로 정했다. 추천받은 음식점은 마침 구 시가지 광장과 가까워서 식사 후 바로 가보면 될 것 같았다.


숙소에서 식당까지는 도보 10분 정도 걸리는 거리였는데 가는 길에 작은 시장을 보았다.

가는 길에 잠시 구경한 하벨 시장

알고 보니 GPT가 셋째 날 오전 일정으로 추천했던 하벨 시장이었다. 오후 5시가 넘은 시간이라 그런지 정리하고 있는 가게도 있었고 이미 문을 닫은 가게도 있었지만 그래도 대부분 영업을 하고 있었다. 특히 과일 등 먹거리와 공예품을 파는 가게가 인상적이어서 재밌게 구경했다. 다만 시장이라기에는 규모가 많이 작아서 일부러 찾아올 정도는 아닌 듯한데, 아마 관광지로 가는 경로에 있어서 GPT가 추천한 거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필스너우르켈 생맥주와 꼴레뇨

꼴레뇨는 겉바속촉 그 자체였다. 껍질 부분이 바삭하게 튀겨져 칼로 썰어도 잘 썰리지 않을 정도였는데 그 속의 고기는 매우 야들야들하고 촉촉하고 부드러웠다. 다만 생각보다 짜서 맥주를 마실 수밖에 없었다. 체코는 독일 못지않은 맥주의 나라이며(혹자는 독일보다 체코 맥주가 더 맛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특히 필스너우르켈의 본고장이다. 프라하 근교에 양조장이 있어 대부분의 음식점에서 필스너우르켈 생맥주를 판다. 맛은 뭐, 그냥 맛있다. 정말 맛있다. 동유럽에서 마신 맥주 중 최고였다.


이때까지의 프라하 이미지는 꽤괜(꽤 괜찮다)이었는데......




1시간 전까지 배고프다는 말을 달고 살던 둘은 사라졌다. 이제 부른 배를 두들기며 소화가 필요한 상황으로 변했다. 이에 GPT가 추천했던 첫 일정인 구 시가지 광장을 가보기로 했다. 둘은 천문시계 외에는 아는 것이 없는 상황에서 광장으로 향했는데 가까워질수록 급격히 늘어나는 인파를 느꼈다.

그 유명한 천문시계, 얀 후스 동상, 틴 성모 마리아 교회, 성 니콜라스 교회 등이 모여있다.

지금까지 동유럽 여행을 하면서, 아니 그 어떤 곳을 여행하면서도 본 적이 없는 인파였다. 특히 천문시계 앞은 굉장히 사람이 많았는데 그들의 경험 중 비교하자면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분수쇼 보기 직전 정도의 인구 밀도랄까? 둘은 서로 알아서 소매치기 경계 모드에 들어갔다. 타인을 좀체 믿지 않는 J는 어떤 이가 둘의 사진을 찍어주겠다는 제안을 거절했고, P는 편하게 어깨에 걸치고 다니던 에코백을 무슨 보따리처럼 끌어안고 다녔다.


천문시계는 정각마다 인형극 같은 이벤트가 있다. 그 정각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사람은 더욱 늘어났다. 인형극은 높은 곳에서 진행하기 때문에 사람이 많아도 시야에는 지장이 없다. 보고 난 소감은 한 번쯤 볼만하다는 정도.


천문시계 아래 부분에 있는 두 개의 시계가 특이해서 계속 관찰하고픈 생각이 있긴 했으나 둘은 인형극이 끝나자 바로 카를교로 향했다. 이 정신없는 인파에서 어서 벗어나고 싶기도 했고, 해가 지기 전에 블타바 강을 구경하고 싶었기 때문에.

이번 여행에서 가장 인구 밀도가 높은 곳을 다니고 있다

아니 그런데 카를교는 더했다. 사람이 바글바글한 것이, 비유하자면 음... 명동의 극전성기 시대? 내지는 아이돌 콘서트장? 혹은 어떤 한정판 판매처에 몰려든 사람들? 뭐 이런 느낌이었달까. 인파에 놀란 J가 말했다.


"와... (단체 관광객이 많이 오는 시간대의) 할슈타트는 여기에 비하면 한가한 거였네."


이때가 주말 저녁인 데다 대충 무슨 축일과 겹친 모양인데 그래서인지 몰라도 사람이 무척 많았다. 생각해 보면 부다페스트에 간 날도 주말이었는데 그때는 이 정도가 아니었는데 그 무슨 축일의 영향인가? 혹은 프라하 자체가 이렇게 사람이 몰리는 곳인가? 이것까지는 알 수가 없었다.


사람 많은 곳- 정확히는 발 디딜 틈 없이 빼곡한 곳을 싫어하는 둘이지만 그래도 블타바 강은 보겠다는 일념으로 다리 중앙까지 가보았다. 그나마 다리 중앙으로 갈수록 사람 수는 다소 줄었다.

유람선도 다니고 보트도 다니는데 각자의 구역이 있는 것 같다.

확실히 강 너비도 넓고 물 색깔을 볼 때 수심도 좀 되는 것 같다. 체스키크룸로프에서 봤던 블타바 강과 동일한 강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느낌이나 인상이 많이 다르다.


한강으로 따지면 밤섬 같은, 섬 중간의 공원 같은 섬이 있는데 스트르젤레츠키(Střelecký) 섬이라고 한다. 그 주변은 많은 이들이 보트나 카약 같은 걸 타고 있었다. 또한 그 섬과 카를교 사이에 댐이라고 하기는 애매하지만 달리 표현할 방법을 모르겠는 어떤 구역을 나누는 듯한 존재가 있었는데, 유람선은 그 경계 전까지만 가서 유턴하는 듯했다.


J가 사람 많은 데서 시달려서 진 빠진다며 야경은 좀 쉬었다 보자고 제안하여 둘은 일단 숙소로 향했다. 돌아오는 길에도 여전히 사람이 많았다. 그래도 한 번 가본 길이라고 다소 여유는 생겨 길에 있는 매장들을 구경하며 돌아갔다. 그러다 초록색 이파리 모양의 네온사인이 눈에 띄었다. 매우 자주 눈에 띄는 가게들이었고 하나같이 CANNABIS라고 쓰여있었는데 당시만 해도 그 의미를 몰랐다. 하지만 어떤 알 수 없는 싸함은 느껴졌다.




숙소에 돌아가기 전, 바로 앞 테스코 마트를 가봤는데 한국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대형마트 느낌이었고 현지인뿐 아니라 가족 단위로 온 듯한 많은 관광객들이 먹거리를 고르고 있었다. J는 납작복숭아를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어 맛이 궁금하다며 8개 들이 한 박스를 집었고, P는 이걸 언제 다 먹으려고 사냐며 핀잔을 주었지만 그때만 해도 P는 몰랐다. J가 복숭아를 산 게 신의 한 수가 될 줄은. 평소 과일을 별로 먹지 않거나 먹어도 한 두 조각 먹고 마는 P인데 체코 음식이 짜서 P도 짠 입맛을 달래기 위해 결국 이틀 동안 복숭아 3개를 먹었다.


둘은 일몰 시간에서 30분 정도 지난 후 야경을 보러 슬슬 나왔다. 그런데 야경으로 유명한 곳이라 그런지 여전히 사람이 많다. 오히려 저녁 식사 이후 갔을 때보다 더 많은 듯한 느낌도 있다.

밤에도 여전히 사람 많다.

다만 차이점이라면 이미 야경을 보고 돌아가는 사람도 있어 각자 방향이 다르고 그래선지 천문시계 앞을 제외하면 인구 밀도는 좀 덜한 편이었다. 특히 카를교 앞은 확실히 한산해졌다. 이번에도 카를교를 건너보았지만 건너기 전 오른편에서 강과 건너편을 우선 감상했다. 솔직히 이쪽이 더 뷰가 좋은 듯했다.

프라하성 쪽 야경(좌측 사진)은 이쁘긴 한데 전반적으로는 부다페스트가 나은 느낌

다만 야경이 그렇게까지 멋지진 않았다. 딱 프라하성과 카를교의 조합 정도가 예쁘다고 느꼈다. 부다페스트도 국회의사당을 제외하면 야경이 기대보다는 쏘쏘하지 않나 생각했으나, 프라하를 보고 나니 부다페스트가 훨씬 멋진 것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유람선에서 보는 야경은 어떨까? 다음날 저녁 9시에 유람선을 예약했었는데 이는 일몰 무렵 시간대다. 노을을 보고 어두워지면 끝날 수 있도록 선택한 것이었다. (여름 기준으로 온전히 야경만 보려면 10시 유람선을 예약해야 한다.)


타기 전에 구글맵 리뷰를 통해서 유람선 리뷰를 확인해 보니 코스가 짧아 아쉽다는 평이 많았다. 전날 낮에 카를교에서 블타바 강을 보면서 유람선이 유턴하는 것을 보고 경로가 생각보다 길지 않겠다고 예상은 했는데 그 예상이 맞는 듯했다. 프라하성이 보이는 곳에서 투어를 시작하여 북쪽으로 갔다가 유턴하여 돌아오게 되는데 부다페스트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경로가 짧고 그래서 다소 천천히 다니는 느낌이었다.


택한 시간대는 매우 만족스러웠다. 전날 야경이 생각보다 심심하다고 느꼈던 와중에, 일몰부터 어두워지는 상황까지 주욱 겪을 수 있어 오히려 좋다고 생각했다. 유람선에서는 내내 우아하고 차분한 분위기의 음악을 깔고 있었는데 그 배경 음악과 이 풍경이 매우 잘 어울렸다.

야경보다 오히려 해 질 녘이 더 운치 있고 멋진 느낌이다.

프라하의 블타바 강은 다리가 꽤 많고 그래서 여러 개의 다리를 지나게 되는데 각각 다리에서 유람선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리액션이 무척 재밌었다. 특히 마지막 사진에 보이는 손 흔들어주던 여자분들이 너무도 귀엽고 발랄하여 같이 기분 좋아지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이제 클라이맥스, 노을이 깔리고 가로등에 불이 들어와 강물에 그 빛이 비치는 때, 유람선은 프라하 성을 향했다. 우아한 분위기를 고조시키려는 것인지 프라하 성 분위기와 어울리는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왔다.

중앙에 멀리 보이는 솟은 건물이 프라하 성

위 사진을 찍고 나서 둘은 동영상을 찍기 시작했다. 프라하 성이 가까워지자 이 분위기와 배경 음악과 풍경 등등을 담고 싶어 졌는데 그러려면 사진으로 부족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갑자기 불청객이 등장했다. 반대편에서 클럽 느낌 물씬 나는 배가 우리 쪽 유람선을 향해 다가왔고 그 배에서는 <YMCA>가 크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다가올수록 우리가 탄 유람선의 브금은 묻히고 말았고 특히 그 노래의 하이라이트 부분, Y-M-CA 부분에서 그들은 우렁차게 떼창을 했다! (아니 떼창은 한국인의 것인 줄 알았는데)

하필 Y-M-CA 부분에서 우리 옆을 지나가다니 ㅠㅠ

아 망했어요..........


부다페스트에서부터 우려했던 일이 터지고 말았다.

내가 탄 유람선이 아니라, 바로 옆을 지나가던 유람선 때문에 분위기 와장창이 되다니!

유람선 하차 후 다리 위로 올라와서 프라하 성을 향해 찍은 사진

유람선 하차 후 위 광경을 보면서 아쉬움을 달랬다. 하차한 쪽 다리 위에서 프라하 성과 블타바 강을 보는 쪽이 오히려 더 분위기 있고 운치 있을 줄이야. 아무래도 프라하는 야경보다는 어스름경(?)이라고 해야 할까. 완전히 어두워진 후의 야경보다 노을 지고 어스름 있는 그 상태가 훨 예쁘다 느꼈다. 반대로 부다페스트는 깜깜해진 후의 완벽한 야경이 더 매력적이었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 도착한 날도 그렇고 그다음 날도 그렇고 프라하 구 시가지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내내 사람이 많았다. 특히 밤늦게까지도 술집은 인산인해였다. 어찌 보면 한국에서 흔히 보는 번화가 밤 풍경과 비슷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낯선 곳이기도 하고 인파에 시달린 것만으로도 충분한 데다 여기 사람들의 에너지를 둘이 버티기는 무리라고 생각했다. 이에 GPT 추천 코스 중 '클럽 혹은 펍에서 밤문화 즐기기'는 생략하기로 했다.


유명 관광지에 사람이 많은 건 당연한 것이다. 다만 '많은 사람들 속에 존재'하는 것과 '타인에게 시달리는 느낌을 받는' 것은 다른 것이었다. 사람만 많아도 정신없을 판국에 사람들이 다들 뭔가 외향적이라고 해야 하나... 시끌벅적하고 활동적이고 다들 정신없이 돌아다니는 분위기라 더욱 정줄을 놓을 지경이었다. 그야말로 기 빨리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프라하에 있는 동안 둘은 유독 빨리 숙소에 가고 싶었다.

keyword
이전 14화카멜레온 같은 체스키크룸로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