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있지만 없습니다

참을 인 세 번이면 필요한 소비인지 판단할 수 있다

by 김연큰

내가 마지막으로 다닌 회사는 초과근무시간에 대한 수당이 있었다. 비포괄임금제를 적용했다는 의미다. 정해진 월근로시간을 채우면 더 근무할 수 없고 정 업무를 하려면 연장근무를 결제받아야 했다. 결제라고 하지만 거의 형식적이어서 번거롭진 않았다. 그렇게 일한 후 그다음 달 월급을 보면 초과한 시간만큼 수당이 붙었다. 나는 돈보다 나의 삶을 중시하는 사람이었기에 대체로 업무를 최대한 빨리 끝내고 가는 편이긴 했으나 어쩌다 돈이 필요한 경우는 일을 만들어서 초과근무를 하고 월급을 불리곤 했다.


이제는 그렇게 나올 돈이 없다. 이전 화에서 언급한 것처럼 급여조차 내가 모은 돈으로 '만들어진' 급여이니 물가가 올라도 인상이 보장되지 않는 그야말로 고정급이다. 이 돈은 매달 나가는 고정지출에 내가 생각한 나의 용돈을 더해서 산정됐다. 즉, 실제로 내가 쓸 수 있는 돈은 '나의 용돈' 범위이다. 앞으로 지속적으로 물가 인상이 있을 것으로 보이니 용돈도 최대한 아껴서 돈을 남길 생각도 해야 한다.




참는 법 익히기


우선 나의 씀씀이를 점검했다. 무엇에 주로 돈을 쓰나 살펴본 거다. 나의 체크 혹은 신용카드 내역서를 통해서 혹은 이런 걸 분석해 주는 앱을 통해서 알아볼 수도 있겠다만 나는 직접 몸으로 부딪히며 겪어보고자 했다. 이렇게 결심한 건 과거의 기록은 회사를 다닐 때의 기록이라는 점도 영향이 있었다. 최대한 돈을 안 쓰겠다고 결심했을 때 나는 용돈을 어디에 가장 많이 쓰는지 보기로 했다.


예상은 식비였다. 본디 내가 가장 많이 지출하는 쪽은 문화비(음원 스트리밍, 스포츠 및 공연 관람료 등)지만 추후 1년은 최소화하기로 결심했다. 다음은 삶에 있어서 필수로 나갈 수밖에 없는 의식주 항목이다. 이 중 '주'에 해당하는 건 고정지출에 들어가 있고, '의'에 해당하는 건 당분간 살 일이 없고, 그렇다면 남은 건 '식'이다. 먹거리는 의복류와 달리 미리 사서 보관해 두는 것에 한계가 있으니 자주 지출할 수밖에 없는 항목이다. 엥겔 지수(총 가계 지출에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율) 또한 저소득층일수록 높아진다 하지 않는가.


한 달을 지내보니 예상이 맞았다. 식비가 가장 많이 나갔다. 그런데 가만 보자. 굳이 꼭 사지 않아도 되는 걸 산 것도 있다. 굳이 잘 안 먹는 과자를 사야 했나? 굳이 이 날 배달 음식을 먹어야 했나? 굳이 쇼핑몰에서 이 냉동식품을 샀어야 했나? 답은 다 '아니오'였다. 그렇다면 이런 항목을 줄여봐야겠다 생각했다. 물론 사람이 밥과 반찬만 먹고살 수는 없다. 가끔 외식을 하거나 간식을 살 수도 있다. 그 빈도를 최소화해 보겠다는 거였다.


다시 한 달을 지내보며 실천했다. 어느 날 치킨이 먹고 싶었다. 하루 참아봤다. 다음 날이 되자 그 욕구는 사라졌다.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다시 어느 날, 몹시도 감자튀김이 먹고 싶었다. 평소 잘 안 먹는 건데 이상하다 싶었다. 하루 참았다. 그런데 이번엔 이상하다. 감튀가 먹고 싶어 잠을 못 이룰 지경이었다. 다음 날에도 감튀가 눈앞에 아른거렸다. 그다음 날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근처 햄버거 가게에서 가장 작은 사이즈를 샀고 이후 감튀 욕구는 내 곁을 떠났다.


이 프로세스를 정착시켰다. 뭔가 당긴다면 하루 참거나 특정 일에 먹겠다고 결심한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 사그라드는 욕구가 있고 아닌 게 있다. 날이 지날수록 잠잠해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당긴다면 구매했다. 이 방법은 효과가 좋았다. 특히 광고나 예능 프로그램, 쇼핑몰에서 보고 혹하는 경우- 즉 충동구매를 줄이는 데 혁혁한 공헌을 했다.


다만 식비는 이렇게 해결할 수 있다지만 아닌 분야도 있다. 무작정 안 쓰는 게 능사는 아니다. 쓸 때는 써야 한다.




저렴하게 구매할 방법 찾기


돈을 아끼다 보니 자연히 물가에 민감해졌다. 내가 애호박 가격을 꿰뚫고 있는 날이 올 줄이야. 왜 하필 애호박이냐면 내가 가끔 특별한 반찬을 먹고 싶을 때 애호박전을 해서인데 하나에 2천 원이 넘어가면 사지 않았다.


다만 애호박은 필수로 구입할 필요는 없는 선택소비재지만 무언가 고장 났다던지, 망가졌다던지 할 때는 새것을 살 수밖에 없다. 살다 보니 예기치 않게 필요한 것이 생기기도 한다. 이런 걸 어떻게 할지 고민할 때 가장 도움이 된 건 다이소였다. 품질은 그저 그렇지만 그래도 급할 때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건 무시 못할 장점이었다.


또한 사용처에 따라 결제수단을 나누었다. 내가 사는 곳은 지역화폐 제도가 있어 이걸 사용할 수 있는 경우 지역화폐를 우선 사용한다. 지역화폐 사용이 불가한 곳이나 타 지역에서 결제할 일이 있을 경우 가능한 내 체크/신용카드가 제공하는 할인 혜택이 있는 곳 위주로 사용한다(내가 사용하는 카드는 병원 및 약국, 일부 커피전문점, 일부 편의점에 대해 할인 혜택이 있다). 밖에 나갈 일이 줄긴 했지만 어쩌다 나갈 때는 대중교통에 들어가는 돈을 조금이라도 줄이려고 K패스(소개 링크)를 활용한다. 어떤 매장을 갔더니 페이(예: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결제 할인 이벤트를 하고 있다면 그 결제수단을 이용하기도 한다.


자주 가는 곳은 멤버십에 가입하기도 했다. 포인트나 스탬프 적립을 할 수 있거나 쿠폰을 주니까. 여기서 중요한 기준은 '자주 가는 곳' 그러니까 실제로 방문하는 곳이다. 멤버십은 기본적으로 락인 효과(lock-in; 잠금 효과; 링크), 그러니까 단골을 잡아둘 목적으로 하는 것임을 전에 다녔던 회사 경험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정말로 내 맘에 드는 가게나 브랜드인 경우에만, 즉 '내가 맘에 드는 먹이를 준다면 기꺼이 잡은 물고기가 될 생각이 있는' 멤버십에만 가입했다. 다만 이벤트 및 혜택 푸시(알림)는 사양했다. 물론 그게 유용한 경우가 있다는 걸 알지만 그런 메시지에 충동구매를 하지 않을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름욕구 그 자체를 해결하기


덜 쓰고 아끼는 생활 자체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좋은 선생님 덕분에 힘을 얻은 것도 있다. 모건 하우절의 저서, <돈의 심리학>이 그 스승인데 내가 절약하는 생활을 몸에 배게 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책 중 일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저축을 늘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소득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겸손을 늘리는 것이다.
저축은 돈을 덜 쓰는 것만으로도 가능하다. 욕망을 줄이면 돈도 덜 쓸 수 있다.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신경을 덜 쓰면 욕망도 줄어든다.


위에 언급한 '먹고 싶은 걸 참아보기'로 식욕을 줄였다. 문화비를 1년만 줄여보기로 한 것도 욕망을 줄인 것이나 다름없다. 이렇게 욕망을 줄이니 과연 돈을 덜 쓰게 됐다. 아마 현대인에게 가장 어려운 부분 중 하나는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신경을 덜 쓰면' 부분이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남들이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 신경을 잘 안 쓰는 나에게는 쉬운 부분이었는데 그런 점에서 난 복 받은 것 같기도 하다.


다만 이렇게 지내다 보면 돈 자체를 쓰고 싶을 때가 있었다. 뭘 사느냐는 중요하지 않았다. 생필품 말고 그냥 조그만 사치라도 하고 싶다는 느낌이랄까. 어쩌면 6화에서 언급했던, 굳이 잘 먹지도 않는 간식을 굳이 내 돈으로 샀던 것도 그런 욕구였던 것 같다. 돈을 쓰는 그 자체로 생기는 쾌감이라고 해야 하나. 어떤 사람은 택배로 받아야, 즉 실물을 획득해야 쾌감이 생긴다는데 나는 쓰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래서 나는 그 사치의 대상으로 주식 투자를 택했다. 소수점 매매라는 게 생긴 덕분이기도 하다(물론 수수료나 매매 타이밍 등 단점들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조그만 사치'니까 무시하고 있다). 뭔가 너무너무 돈이 쓰고 싶을 때 내가 눈여겨본 종목 중 하나를 5천 원어치만 산다. 내가 하고 싶은 건 돈을 쓰는 행위 자체였으니 '내가 고른 주식을 샀다'는 걸로 해소하고자 했다.

지름 욕구가 들 때 5천원씩 샀던 주식들

처음엔 별생각 없었는데 이런 주식이 쌓이고 보니 꽤 괜찮다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마음이 편하다. 뭘 사도 없어질 돈이었으니 주가가 하락해도 그러려니 한다. 쓰레기통으로 가버린 간식보다는 훨 낫지 않은가 생각한다. 마음에 여유도 생겼다. 언제 매도할지 모르겠지만 훗날 나에게 주는 용돈이 되겠구나 싶다. 최악의 경우도 상정해 봤다. 만의 하나라도 경제가 엄청 안 좋아져서 상장폐지라는 엄청난 일이 일어나면? 그래도 상관없다. 쓰레기통으로 간 간식이 생겼지만 전과 달리 음식물쓰레기를 만들지는 않아 다행이다 생각하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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