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앞에서 닫힌 관람의 문

여행에서의 실패담 1편.

by 김연큰

여러분은 여행을 갈 때 특정한 무엇을 보겠다는 목적을 갖고 간 적이 있나요?


전 여행을 다니기 시작할 때는 그런 게 없었어요. 그저 내가 살아보지 못한, 경험해보지 못한 타지를 가본다는 기대와 설렘이 더 컸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무엇보다 거기에 뭐가 있는지 잘 몰랐어요. 여행에서 '보고 싶다'라는 말은 장소와 목적어가 결합될 때 비로소 완전할 수 있습니다. 결국 그 여행지에 그 대상이 있다는 걸 인지해야 가능한 욕망이잖아요? 어디에 뭐가 있는지 모르는데 어떤 목적의식이 있을 수 있겠어요.


어느 정도 여행을 다니고 어떤 곳에 무엇이 있다는 걸 알게 되자 슬슬 저의 여행에도 목적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전주 한옥마을에 가보고 싶다, 경주 동궁과 월지에 가보고 싶다, 강릉 안목해변에 가보고 싶다 등등...... 해외도 마찬가지였죠. 어떤 애니메이션을 보고 나서는 일본 교토 아라시야마에 가서 애니메이션 속 다리(토게츠교)를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과학 기사를 읽다가 북쪽 저 멀리 가서 오로라를 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어요. 특히 저는 미술 작품에 관심이 많았던 지라 유럽에 가면 제가 좋아하는 명화의 실물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제 여행 짝꿍도 저와 비슷한 과정을 거쳐 목적이 생겼어요. 아, 소개부터 해야겠네요. 저는 혼자 다니는 여행을 선호하는 편이지만 어쩌다 다른 이와 여행을 간다고 하면 이 짝꿍과 다니곤 합니다. 저와 여행 취향이 비슷하지만 다른 점도 많아요. 예컨대 문화 유적을 좋아하는 건 둘이 동일하지만 저는 낮 풍경과 중소도시 취향이라면 이 친구는 화려한 도시의 야경에 환장하고 대도시 취향입니다. 그래서 같이 여행을 떠나도 서로 다른 일정을 보내는 경우도 있답니다.




게르니카가 거기 있었다


2017년 4월, 저는 약 40일에 가까운 기간 동안 유럽 4개국을 여행하기로 하고 떠납니다. 첫 여행지는 스페인 마드리드였어요. 여기서 4박을 할 계획이었죠. 무슨 마드리드에서 4박이나 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곳은 저의 숙소이자 짐을 놓을 곳일 뿐이었습니다. 진짜 목적은 톨레도, 세고비아 등 마드리드 근교 탐방이었어요.


물론 하루는 마드리드를 돌아다닐 생각이었습니다. 정확히는 프라도 미술관과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을 가고자 하는 목적이었지만요. 프라도 미술관은 두말할 것 없이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필수 코스로 꼽히는 유명한 미술관이고요.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에는 피카소의 <게르니카>가 있습니다.



저는 게르니카의 실물을 제 눈으로 보고 싶었어요. 작은 이미지로 봐도 전쟁의 참상이 느껴지는 아픈 그림이지만, 실물의 크기가 워낙 압도적이라 이미지로 보는 것과 차원이 다른 감상을 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거든요. 그 얘기를 들은 후부터 이것은 반드시 실물로 보리라 생각했는데 마드리드의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에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지체 없이 코스에 넣었습니다.


2017년 4월 3일, 프라도 미술관을 먼저 둘러본 후 저는 레이나 소피아로 향했습니다. 티켓을 받고 어찌나 설레던지요. 게르니카는 2층에 있다고 합니다. 다른 작품을 감상하면서 2층으로 올라가긴 했지만 솔직히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어요. 제 머릿속은 게르니카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2017년 당시 찍은 레이나 소피아 2층 안내도. 빨간 점이 게르니카가 있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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