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로 인해 모든 것이 바뀌었다.
<내 법대로 산다>
올해 국내 주식시장에는 코로나 사태 이후 엄청난 역사적 변곡점이 있었다고 한다(정작 필자는 주알못..). 하지만 주식시장에만 역사적 변곡점이 있었냐? 내 인생에도 있었다. 내 인생의 역사적 변곡점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올 한해에는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그 방향이 상승인지, 하락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이하 올 한해를 몇 가지 키워드로 정리해보았다.
퇴사, 백수생활, 그리고 법률사무소 개업
올해 2월, 남북 통일보다 그토록 염원해왔던 퇴사를 감히 실행에 옮겼고 바쁘게만 살아왔던 내 인생 처음으로 백수생활을 경험했다. 그리고 두달여 전 본격적으로 조촐한 법률사무소를 개업해서 현재 조촐히 먹고 살고 있다.
뭐 사람들이 퇴사한 후 자기 사업을 하거나 프리랜서가 되는 건 흔한 일이다. 그치만 당사자인 나에게는 세상의 변화 그 자체였다. 일을 바라보는 시각, 돈을 대하는 태도, 시간을 활용하는 방법 등등 모든 것이 바뀌었다. 회사에 있을 때는 일이란 회사를 통해 나에게 주어지는 것, 위에서 시켜서 하는 것으로 생각되었다면 현재는 내가 만들어내야 하는 것, 알아서 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으로 바뀌었다. 돈도 (일을 많이 한 달이든 조금 여유부리던 달이든) 달마다 같은 금액이 들어오는 것에서 자기가 하는 바에 따라 천지차이로 변동할 수 있는 것으로 바뀌었다. 시간에 있어서도 여유를 부릴 순 있어도 그 여유를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까지. 당연히 같은 해와 달이 뜨고 졌겠지만 나에게는 마치 다른 세상에 진입한 것 같다.
새해의 포부가 있다면.. 올해까지는 개업에 있어 약간 소극적으로 임했다면 다가올 내년부터는 좀더 적극적으로 임하고 싶다. 전통적인 방식에서 탈피해서 또한 무분별한 매스 마케팅에 기대지 않고도 내 방식대로 성과를 거두려면 지금보다 다분히 열심히 움직여야 할 것이다.
로스쿨 자기소개서 컨설팅 사업
본격적인 법률사무소 개업 전 부업으로 진행한 일이었다. 사실 내가 과거에 경험했던 일이기에 쉽게 보고 시작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많은 학생들의 자소서를 읽고 검토하며 매우 고생했다. 자소서는 한 사람의 인생을 보는 것과 같아서 대충 대할 수가 없다.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었으나 나도 배우는 점이 많았다. 특히 합격자 발표 후 고맙다는 학생들의 연락을 받을 때는 무척이나 뿌듯했다. 앞으로 다가올 로스쿨 생활을 잘 견디고 험난한 법조인의 길을 잘 걸어갔으면 한다.
브런치, 출간계약
브런치를 시작한 건 작년 가을이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글을 썼던 건 올해부터라 할 수 있다. 회사를 다니면서 야근에 주말출근에도 불구하고 짬을 내서 글을 썼지만 글을 열 개쯤 쓰기까지 구독자수는 늘지 않고 내 글이 읽혀지고는 있나? 아무도 없는 광장에서 큰 소리로 외치고 있는 느낌이었다. 거기에 "이런 글이 과연 먹힐까?"란 주위의 우려까지.
글을 쓰겠다고, 쓰고 싶다고 퇴사를 결심했다던 나에게는 굉장히 민망한 성적표였다. 예정했던 퇴사 시점이 다가올 수록 초조해졌다. 그치만 "아무렴 어때. 누군 처음부터 잘했나. 끝까지 해보자" 이렇게 자신을 다독였다. 필명과 소개글을 고치기 수십번, 그리고 내 안에 있던 (말로는 꺼내보이기 어려웠던) 마음들을 다양하게 글로 풀다보니 글은 점점 가닥이 잡히기 시작했던 것 같다. 지금도 어디 자랑스럽게 내놓을 유려한 글은 전혀 아니지만 적어도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내 스타일로 전달할 수 있는 정도로는 발전한 것 같다.
출간제의를 받았던 장면도 기억이 난다. 곧 퇴사를 앞둔 한달 전, 여자친구와 밥을 먹고 있는데 메일 한 통이 왔다. 어느 출판사 편집자분께서 내 글에 관심이 있다고 한번 만나서 얘기 나눠보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얘기 한번 해보자는 제안이었음에도 심장이 뛰고 설레였다. "퇴사 후 난 무조건 잘 될거야"라고 혼자 되뇌이곤 했지만 속으론 퇴사 전 뭐라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곤 했었다. 퇴사 후 출판사와 출간하려는 책의 컨셉, 메시지 등에 대해 계속 얘기를 나눴고 출간계약에 이를 수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내가 뭐 대단한 사람은 아니지만 내 인생, 내 생각을 담은 책을 내는 것이 내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다. 그리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원고 작업을 하고 있다. 단지 책 한권 내고 싶다 라는 버킷리스트 한 줄을 지우는 게 목적이 아니라 이 세상에 그래도 좋은 메시지를 줄 수 있는 책이 될 수 있도록. 책은 내년 여름에 나올 예정이다.
결혼
마침내 결혼을 했다. 그것도 코로나 통에. 예전에 친한 사람의 결혼식이 아니면 가지 않겠다고, 나 역시 스몰웨딩을 하고 싶다고 당당하게 썼었는데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무책임하게 들릴 수 있지만 사람의 상황과 생각은 계속 변하나 보다. 그런데 웃프게도 코로나와 거리두기에 따른 인원 제한 때문에 강제 스몰웨딩이 되었다. 신이 내 변덕을 탓했는지 알 수가 없다. 코로나 속에서도 발걸음 해주셔서 우리의 결혼을 축복해주신 하객분들께 너무나 감사한 한편, 그동안 나는 주위 사람들을 잘 챙기지 못했다는 반성과 새해에는 좀더 잘 챙겨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했다.
전혀 다른 환경에서 살았던 두 사람이 만나 결혼을 하는 것은 마치 두 은하가 충돌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두 은하가 충돌하면서 폭발을 일으키지만 끝내 새로운 별들이 탄생하고 새로운 은하가 되어간다. 음.. 아직 결혼 한달차이기 때문에 결혼생활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겠다.
사람들
회사에서도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었고 지금도 그 연은 이어가고 있지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올해는 독서모임, 디지털노마드 모임 등에 참여하여 다른 직업,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어울리며 내가 그동안 미처 해보지 못했던 생각들을 접하기도 하고 서로 영감을 주고받기도 했다. 그리고 여기 브런치를 통해서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글과 댓글로 소통하며 더 넓은 세상을 배울 수 있었다. 아쉬운 점이라면 코로나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지 못한 점? 새해에는 코로나가 종식되기를 간절히 기원하며.. 각종 모임에 활발히 참여하며 좀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
올한해 많은 일이 있었음에도 지금의 내 인생은 매우 불안정하다고 할 수 있다. 며칠 전 아내와 나중에 살 집이나 자녀 등에 대해 미래계획을 세우면서 느꼈다. 월급받는 직장인이라면 몇년 후까지 얼마를 벌고 얼마를 써서얼마를 모아 얼마의 집을 사고(아니면 얼마의 집에 세들어가고) 등등 계획을 세울 수 있을텐데, 지금의 나는 그럴 수 없었다. '얼마'라는 변수가 도통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달은 어찌 잘 넘겼지만 다음 달은 어쩌지..?",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까"란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나는 이런 스트레스가 싫지 않다. 오히려 살아있는 느낌이 든다. 투자계에서 말하는, 위험기피형이 아니라 위험선호형이라도 되는 것일까.
대다수 사람들은 안정되고 보장된 삶을 추구하지만 이 세상에 진실로 안정된 삶이 있을까? 그러기엔 우리는 너무 vulnerable한 존재가 아닐까. 영업이 잘 되다가도 갑자기 코로나가 닥쳐 생계를 위협당하기도 하고.. 탄탄대로를 달리다가도 갑작스런 사고로 죽을 수 있는 것(생명보험이 인생을 돌려주진 않는다), 그게 사람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무수한 확률과 위험이 춤추고 이를 여유있게 다뤄야 하는 포커를 좋아한다. 어느 정도 좋은 패를 가졌어도 다른 사람이 혹시 더 좋은 패를 가졌으면 어쩌지?(예를 들어 나는 스트레이트인데 풀하우스인 사람이 있으면)란 생각에 기권(Fold)한다면 그 사람은 절대 포커에서 이길 수 없다. 실패할 가능성을 감수하고 과감히 뛰어드는 것, 그게 포커가 우리 인생에 주는 교훈이 아닐까 한다. 포커도 인생도 게임 한 판이 아니라 여러 판을 염두에 둔 장기전이니까.
그렇기에 나는 계속 내 인생을 향해 콜(Call)을 할 것이다. 아니 필요하면 더 판돈을 얹어 벳(Bet)을 하든가.
구독자 여러분, 방문해주신 모든 분들
어느덧 올해의 마지막 날이네요.
한해 잘 마무리하시고 새해에는 더 좋은 일들 많이 있으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항상 많은 응원과 격려 보내주셔서 늘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