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함께 로펌을 키워보시렵니까
좌충우돌 로펌 개업기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개업을 해서 미친듯이 열심히 했더니 상담문의가 많아지고 수임되는 사건 수도 많아졌다. 그러다보니 혼자서 사건을 처리할 수 없어서 직원도 뽑고 어쏘 변호사도 뽑고 회사가 성장해갔지만 그것만으로는 무리였다.
아래 2023년 글과 같이 나는 특정 분야에 전문화된 로펌을 지향하고 있는데 회사가 커져갈수록 인접한 분야에 대한 문의가 들어오고 수요가 생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 분야는 제가 전문으로 하지 않아서요"라고 완곡하게 사양을 하곤 했으나, 그런 경우들이 많이 생기면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마냥 거부하기 보다는 어떻게든 도움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기존 고객이 다른 사건을 당해 문의를 주었는데 우리가 담당하는 분야가 아니라 어렵게 주변에 아는 변호사를 찾아 소개시켜주거나 마땅한 변호사를 찾지 못할 경우에 더욱 그랬다.
그렇다고 잘 모르는 분야를 아는 척 하면서 상담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물론 사전 리서치 작업을 철저히 하면 상담을 할 수는 있겠지만 사건 수행까지 생각하면 굉장히 비효율적이었다. 또한 우리 로펌은 각자 변호사가 자기만의 분야를 갖고 소수의 사건들을 케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내 분야 사건도 많은데 다른 분야 사건까지 책임지고 케어하기는 실질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런 이유로 나 말고, 다른 분야를 담당할 수 있는 파트너 변호사가 절실히 필요했다.
파트너 변호사는 회사가 수임한 사건을 배당받아 수행하는 어쏘 변호사와 달리 독자적인 영업을 통해 사건을 수임하는 변호사를 말한다. 우리 로펌이 더욱 다양한 분야로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내가 담당하지 않는 다른 분야를 전문으로 하는 파트너 변호사를 구하는 것이 맞는 방향이었다.
파트너 변호사를 구하는 방법으로는 내부에서 어쏘 변호사를 파트너 변호사로 키워내는 방법과 외부에서 파트너 변호사를 영입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우리의 고유한 업무 매뉴얼과 문화를 익힌 어쏘 변호사를 키워내는 전자의 방법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런데 나야 내가 스스로 개업을 해서 자동으로 파트너이자 대표가 되었지만 어쏘 변호사를 어떻게 파트너 변호사로 키워내야 할까 막막했다.
해당 분야에 대한 지식과 실무 경험이 없이 의지만 갖고 파트너 변호사가 된다면 모래 위에 쌓은 성이고 실력이 있어도 자신을 드러내어 대중들에게 다가갈 수 없다면 흙 속의 진주일 뿐이다. 그렇기에 일단 충분히 경험과 준비를 한 어쏘 변호사들에게 파트너 변호사가 될 기회를 주기로 했고, 한편 파트너 변호사는 월급을 받는 게 아니라 회사 안에서 독자적으로 영업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영업 능력이 필수적이라 그에 대한 교육도 필요했다. 그리하여 아래 넷플릭스 시리즈의 이름처럼 일명 '파트너 트랙'(어쏘 변호사에서 파트너 변호사로 진급하기 전에 거치는 절차)를 만들어 어쏘 변호사들이 두 발로 설 수 있게끔 전문으로 할 분야를 같이 상의하고 내가 미리 경험하며 체득한 노하우과 방식들을 아낌없이 알려주었다. 그렇게 해서 성공하면 파트너 변호사가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말처럼 쉽지는 않았다. 파트너트랙 과정에서 파트너 변호사로 넘어가지 못하고 중도이탈하는 경우들도 생겼고 한 퇴사자는 이 시스템이 실제로 성공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냉정한 의견을 남기기도 했다. 내가 너무 이상주의적인 그림을 갖고 있나? 현실 가능성이 없는 제도인가? 수만가지 생각이 떠올랐다(그래서 다 대표변호사가 얼굴 마음으로 나서고 뒤에서 어쏘변호사들을 많이 뽑아 굴리는 방식을 따르나? 그러고 싶지는 않은데). 하지만 끝까지 내 머릿속 그림을 밀어부쳐보지 않고 포기하는 건 성급했다. 파트너트랙에서 파트너변호사로 스무드하게 넘어갈 수 있도록 보장책들도 마련하는 한편 결심이 필요할 때는 어미새가 아기새가 첫 비행을 할 수 있게 둥지에서 내미는 것처럼 용기를 불어넣어주면서 파트너 변호사를 키워내려고 안간힘을 썼다.
안감힘을 쓴 결과 결국 한 분이 파트너 변호사로 진급하는 데 성공을 했고 성공사례에 하나둘 자극을 받아 진급에 성공하더니 지금은 파트너 변호사님들을 여럿 키워내게 됐다. 내가 해준 건 많이 없지만, 혼자 개업했어도 잘 해냈을 친구들이지만(ㅎㅎ). 정말 내 일처럼 기쁘고 뿌듯했고 내가 생각한 그림이 마침내 실현되었구나 하는 짜릿한 성취감도 있었다.
파트너 변호사님들이 생기니 서로 다른 분야를 담당해 우리 안에서 협업을 하기도 하고 다른 분야 문의가 들어와도 고객들을 도와줄 수 있게 되면서 회사가 더 성장하게 됐다. 일부러 회사가 하고 있는 분야과 다른 분야를 선택해 개척해내고, 파트너 제도는 처음 시도해보는 거라 미비한 부분도 있었는데 회사를 배려해 맞춰가는 등 파트너 변호사님들의 배려가 없었다면 파트너 변호사 제도는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는 각자 따로가 아니라 같이 모여 더 시너지 효과를 내게 되었다. 이제는 내부에서 파트너 변호사를 키워내는 것 외에도 우리로펌과 방향과 철학이 맞고 해당 분야 경험이 많은 분들을 까다롭게 선별하여 외부에서 파트너 변호사로 영입하기도 한다.
회사는 결국 사람이다. 사람들이 모여 혼자 보단 우리로 화음을 내고 서로 도우며 같이 성장한다. 내가 내 경험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조금의 도움이라도 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다른 사람을 격려하고 응원해주며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너무 뿌듯하고 즐거운 일이다. 내가 혼자 개업을 해서 잘 되어 자리를 잡았을 때보다 파트너 변호사님들을 키워냈던 게 더 큰 행복이었던 것 같다. 로펌을 운영하면서 가장 잘한 일은 단연코 파트너 변호사를 키워낸 일이다. 앞으로도 많은 파트너 변호사들을 키워내고 그들과 함께 하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