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의 퇴사에 대하여

직원들의 퇴사를 대하는 마음 자세

by 김마이너
좌충우돌 로펌 개업기






충격으로 다가왔던 직원의 첫 퇴사


직원의 첫 퇴사는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회사 창립 후 몇년간 직원의 퇴사가 전혀 없다가 우리 로펌에 처음 들어온 1호 변호사님이 퇴사를 하겠다고 했다. 많이 신뢰하고 의지했던 분이고 또 직원의 퇴사는 처음 겪어보는 것이라 상실감이 매우 컸다. 그때가 회사가 잘 성장하고 있어 독자적인 사무실을 얻은 직후라 더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다른 구성원들에게 해당 변호사님의 퇴사 소식을 전하는 자리에서 그만 주책맞게 눈물을 흠칫 보이기까지 했다..(ㅜㅜ)


직원의 첫 퇴사를 겪고, 마치 연인에게 갑작스런 이별 통보를 받은 사람처럼 그 이유를 찾기 시작했다.

내가 대표로서 잘 챙겨주지 못했나?

우리가 재택근무형 로펌이라 너무 같이 잘 모이지 못해 소속감이 떨어졌나?

우리 회사가 별론가..?

그 변호사님은 그저 일해보니 송무사건이 자기와 잘 맞지 않는다고 얘기했을 뿐인데 말이다.


그러나 그 뒤로도 여러명의 퇴사를 겪고나니 이젠 나쁘게 말하면 무덤덤해지고 좋게 말하면 초연해졌다. 더 같이 하지 못해 아쉬움은 남지만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냉철한 마음으로 빈 자리에 또 어떤 분을 채용할지 생각하기도 했다. 심지어 업무 능력이 떨어져 조직과 더 이상 같이 갈 수 없을 때에는 권고사직을 통해 그만한 적도 몇차례 생겼다. 경험이 쌓이며 나는 어쩌면 더 강해졌다.




법조계는 퇴사 후에도 끝이 아니다


어차피 너무 아쉬울 게 없는게 법조계는 좁아서 완전 생이별은 아니고 어떻게든 마주치게 되어있다. 퇴사한 변호사님을 구치소에서 마주치기도 하고 퇴사하고 개업한 몇몇 변호사님과는 계속 연락하고 만나며 개업 선배로서 조언을 해주기도 한다. 내가 다니던 전 로펌을 상대방 대리인으로 만난 것과 같이 언젠가 퇴사한 변호사님을 상대방 대리인으로 조우하는 일도 생길 것이다. 물론 그때가 되면 친분과 무관하게 열심히 싸우겠지만. 영화 <승부>에서 스승 조훈현과 제자 이세돌이 치열하게 승부를 겨루는 것처럼 프로 답게 상대방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장사의 신>이란 책을 보면 저자는 일본에서 큰 이자카야를 운영하는 말그대로 장사의 신인데 많은 제자들이 그 이자카야에서 일하며 장사 노하우를 배우고 또 개중에는 배운 노하우로 독립하여 일본 각지에 자기만의 가게를 차리는 대목이 나온다. 저자는 그런 제자들을 응원해주며 전국 각지에 자기 가게 출신 제자들이 널리 퍼져 열심히 가게를 운영하는 것 자체가 자랑스럽다고 말한다. 나도 그런 큰 마음을 갖고 우리 로펌과 계속 같이 하지 않더라도 우리 로펌에서 근무했던 변호사님들이 멋지게 활약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갖고 있다.


퇴사자들을 만나면, 마치 구단 축구경기장에서 오랫동안 해당 구단 팀에서 뛰며 기여한 선수가 다른 팀으로 이적해서 상대 팀으로 왔을 때도 팬들이 그를 위해서 일어서서 응원해주는 그런 마음이랄까?




첫 직원이 남기고 간 그림 선물


직원들의 퇴사에 무던해졌던 내 마음이 다시 동요되었던 것은 바로 우리 로펌에 들어온 첫 직원에게 퇴사를 하겠다는 말을 들은 때였다. 그 직원은 내가 처음으로 뽑았던 직원으로, 내가 맨땅에 헤딩하는 것처럼 개업을 한 상태에서 첫 직원으로 들어와 같이 회사의 시스템을 짜고 회사를 성장시켜온 일등공신이었다. 자그마치 4년 넘게 같이 해왔고 유대감도 깊었기 때문에 그런 직원이 퇴사를 한다니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유는 아직 젊었을 때 꼭 해보고 싶었던 해외 유학을 가보고 싶어서라고 했다. 지금이 아니면 평생 못갈 것 같다고.


그 직원은 퇴사를 고하면서 갑자기 피자판 같은 걸 들고 들어오더니 선물이라고 주었다. 열어보니 뜻밖에도 그림 선물이었다. 얼마 전 그 직원의 SNS에서 해외에서 그림을 주문 구매했다는 글을 봐서 그림을 모으는 취미가 있구나 했는데 그 그림이 바로 내 선물이었던 것이다. 그림 제목은 <어린 모험가들>, 마치 그림이 남은 나를 응원해주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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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모험가들> 자수 그림


첫 직원이 그렇게 퇴사하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가끔은 회사를 운영하면서 직원들을 해당 직무와 역량으로만 생각하고 판단하게 되지만, 직원들도 각자 꿈과 개인적인 목표를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우리 로펌을 키워나가는 것, 어떻게 보면 내 목표라고 할 수 있는 것을 직원들이 인생의 일정 기간을 할애해 도와주고 있다는 사실에 매우 감사함을 느끼게 됐다. 그래서 나도 같이 하고 있는 직원들의 꿈과 개인적인 목표도 살펴봐주고 퇴사한 직원들의 꿈도 내 꿈처럼 응원해주고 싶다.


그리고 퇴사한 첫 직원에게 마지막 롤링페이퍼에 쓴 말처럼

"회자정리 거자필반", 만나는 사람은 반드시 헤어지고, 떠난 사람은 반드시 돌아오게 돼있다.


꼭 회사에 돌아오진 않더라도 각자의 꿈을 향해 멋지게 달려가며 웃는 모습으로 만나게 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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