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 숨, 날 숨
“게으른 사람은 떡집을 옆에 두고도 굶어 죽는다.”
세계적인 축구스타 손흥민이 그 자리에 있기까지 큰 공헌을 한 그의 아버지 손웅정 씨의 자서전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에 나오는 문구이다.
삶이 무기력해질 때 읽어보면 좋다고 추천받아 슬렁슬렁 페이지를 넘기며 읽던 중 저 부분에서 마치 벼락을 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아, 난 굶어 죽겠구나
누군가가 말했다. 운동은 늘어난 스프링과 같아서 한번 시작하면 되돌릴 수 없다고,
그래서 생각했다 '그럼 시작을 안 하면 되겠네'
운동을 할바엔 일분이라도 더 따듯한 이불속에 누워있는 것이 삶에 더 이롭지 않을까, 이불 밖은 위험하니.
회사 워크숍으로 등산을 다녀온 날이면 일주일을 근육통에 시달렸고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 외출이라도 하고 오게 되면 삼일은 안색이 좋지 못했다.
취미는 누워있기, 특기는 오래 자기이며, 주말이면 이불과 한 몸처럼 붙어있는 것이 최고의 행복이었던 내가 운동이라니 안될 말이지
그렇게 숨만 쉬며 살아왔다.
그런 내가 결혼을 하게 되고 아이를 낳게 되었다. 그때는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전혀 깨닫지 못했다.
내가 미쳐도 단단히 미쳤지, 그것이 저질 체력의 불행의 시작이었다.
아이만 낳으면 알아서 크는 것도 아닌데 무슨 자신감으로 둘을 낳았는지 마음만 먹으면 하루 16시간 신생아 저리 가는 수면을 자랑하던 내가 진짜 신생아에게 치여 잠 못 드는 날이 많아지고 간신히 내 몸만 운신했던 지난날이 무색하게 묵직한 아기와 양손에 짐을 들고 가파른 언덕도 척척 올라 다니는 날이 이어졌다.
무릎에서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조금 오래 걸었다 싶으면 통증으로 걷기조차 힘든 날이 이어지고 병원에 가도 그때뿐 근본적인 치료는 되지 않았다.
처음에는 몸의 변화를 인정할 수 없었다.
“이제 우리 나이 되면 영양제는 필수야 필수.” 지인의 말에 먹기만 하면 피로가 물러간다는 유명 종합비타민과 땅 속에서 6년 간 영양분을 모았다는 홍삼제품까지, 힘이 불끈 난다는 제품을 챙겨 먹어 보았지만 역시나 그때뿐이었다.
집안일을 하다 가도 금방 지쳐 소파에 누워있기 일쑤였다.
“아이, 저리 가 엄마 힘들어. 언제까지 뒤치락 거리 해야 하니 너네가 알아서 좀 해.”
몸이 피곤해지니 짜증만 늘어 괜스레 아이에게 화를 내었다.
한 시간, 두 시간 그다음은 반나절, 체력 충전을 이유로 쉬는 것이 목적이었었는데 반복되다 보니 무기력해지기 시작했다.
휴식이 버릇이 되고 움직임이 두려워 지자 마음이 가라앉았다. 어쩌면 우울은 필연적이었을 지도
“아이고, 죽겠다. 삭신이 쑤시네 다 귀찮아”
“어린애가 맨날 앓는 소리야, 운동을 해 운동. 맨날 그렇게 누워 있으니 살만 더 찌는 거야”
아, 한 대 때릴까
울컥하는 마음에 온 힘을 다해 째려보았지만 받아 칠 말이 없었다
“그게 다 운동을 안 해서 그렇게 된 거야. P. T 딱 이십 회만 받아보라니까 몸이 달라진다고.”
평소였다면 너나 잘하라고 코웃음 치고 넘어갈 말이었겠지만 때는 연말이었고 나는 연말만 되면 무엇인가에 도전해 한 해를 알차게 마무리하 고픈 욕망에 이것저것 일을 벌이는 버릇이 있었다.
소파에 누워 유튜브를 보았다.
‘일주일 운동 후기’, ‘한 달만 따라 해 보세요.-5kg 보장’이라는 제목의 운동 후기 영상들이 눈에 들어왔다.
한번 영상을 보니 알고리즘으로 인해 줄줄이 사탕처럼 엮여 운동만 하면 모든 것이 다 이뤄질 것 같은 세계관이 완성되었다.
용기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그래, 그까짓 거 한 달만 하면 이렇게 변한다는데 못 할거 또 뭐 있나’
눈 딱 감고 한 달만 해보는 거야
2023년을 두 달 앞둔 겨울날, 따듯한 방바닥에 누워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