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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김녕
Nov 16. 2023
또 술을 먹으면 내가 개다, 개
멍멍
번쩍 눈이 떠졌다.
AM 3:12
아직 해가 뜨려면 한참 남은 새벽
아
직
새벽
이
네
.
베개에 얼굴을 비비며 다시 잠들려고 하는데
천장이 빙글빙글 돌고
속이 울렁거
린다.
아
나 어제
술 마셨지
순간
차르르르
끊겼던 필름이
드문드문
이어지며 어젯밤의 추태가
조각
조각
떠올랐다.
"으악!! 미쳤어 정말"
살아온 인생을 통틀어
스스로 통제할 수 없었던
만취를
겪었던 적이
딱 두 번 있다.
첫 번째 만취는
사회초년생 때.
마침
복날
이라
점심 회식으로 근처 능이버섯백숙집을
갔
었다.
모락모락 먹음직 스런 능이버섯 백숙을 앞에 두고
몸
보신에 좋다는
인삼주를
한잔씩
마
시라며
주
었
다.
그게 그렇게 향긋하고
달달해 한입에 털어 넣었던 게 상사의 눈에 인상이 깊었었는지,
"오~신입 잘 마시는데 한잔
더 시켜줄까?" 했더랬다.
그렇게 한잔이 두 잔이 되고 두 잔이 한주전자가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좋다 좋다,
알딸딸하니 참~좋다 피식피식 웃으며 비틀비틀 회사로 복귀
를
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그땐 몰랐지 낮술은 어미아비도 못 알아본다는 것을
그렇게 겁 없이 부어마신 인삼주는
대낮에
사
무실에서
구토파티를 열었고 화장실까지 갈 힘도 없어 책상에
엎드려 게워내는
사상 초유의
추태를 부리고 말았다.
하아.
미쳤
지
정말
각 잡고 조심해도 모자란 신입주제에
몸도 가누지 못한 채 널브러져 있는 그때의 내
모습을 떠올릴 때마다
머
리카락을 쥐어뜯었다.
같이 사무실에 일했던 사람들과
이제는 길에서 마주쳐도 못 알아볼 정도로 가 세월이 흘렀음에도
그런 흑역사는 그날로
끝인 줄
알았
고
그것으로 끝이 났어야 했는데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
었던가,
술
만 들어갔다 하면 통제가 안 되는 얄팍한 자제력을 가진 나는
또 하나의 흑역사를 쓰게 되
었
으
니,
"우리 한잔해야지"
일이
끝난 후 같이 일하는
동료와
가볍게
,
정말 가볍게 한잔 할 생각으로 근처 횟집으로 갔다.
그날따라
바빴고
그날따라
입맛도 없
었기에
대
충 때운
점심식사
이
후
빈속이
문제였다.
차라리 뭐라도 집어먹고 갔음 나았을까 후회해 봤자 이미 벌어진 일
빈속에 짠 하고 한잔 안주 하나 먹고 마셔 마셔하고 짠 하고 두 잔 두 잔이 한 병이 되고 한 병이 두병이 되고 그렇게 나는 한 마리에 개가
돼 갔다.
"정신 차려봐, 갑자기 왜 그래"
"우웨엑"
"집이 어디야.
아휴 쫌
똑바로 좀 서
"
"아이고 나 죽네"
철퍼덕
"집이 어디냐고!!"
출근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죽어버릴까.
멍하니 생각했다.
그냥
죽자.
죽는 게 낫겠다.
아침까지 깨지 않는 숙취에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와중에
수치심은 몰려왔다.
그 와중에 살겠다고 숙취해소제를 주섬주섬
챙겨 먹으며
또 한 번 머리를 쥐어뜯었다.
내가 미쳤지
머리를 쥐어뜯어 봤자
해는 떠올랐
고
내가 싸지른
추태
를 수습해야 할 시간이 다
가오고 있었다.
"죄송해요 선생님"
"살아있었네 속은 괜찮아?"
"네.. 어제 제가 좀 진상이었죠"
"
쌤
가다가 넘어지는 거 잡다가 나도 넘어져서 다리 멍든 거 빼곤 괜찮아. 가게에서 토한 건 기억나고?
"
"
미
쳤었네요 제가
"
"그거 치우느라 내가 죽는 줄 알았잖아".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이제
술
안 먹으려고요.
앞으로
커피는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
내가 술을 또마시면 개야 개
소주에 시옷자만 나와도 울렁거린다니까
이제 진짜 끊을 거야
비웃는 친구들과 주변 지인들 사이에서 다짐했다.
"진짜라니까? 아
믿으라고"
술은 해로운 거야 나 진짜 반성했어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일주일이 지나
냉장고에 있는 맥주 한 캔을 따며 생각했다.
밖에서만 마시지 말자
퇴근 후 맥주 한잔은 정말 인간적으로 봐줘야 한다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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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공예과를 졸업한 섬유 디자이너 출신 보육 교사, 작가를 꿈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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