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실행
신고
라이킷
59
댓글
11
공유
닫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브런치스토리 시작하기
브런치스토리 홈
브런치스토리 나우
브런치스토리 책방
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김녕
Dec 01. 2023
붕어빵의 근본은 팥붕
반박불가
겨울이 오면
누
구나
가슴속 삼천 원 정도는 들고 다녀야 하는 이유
:
붕어빵
천 원에
다섯 마리,
동네마다 차이는 있지만
그게 기본이
었
던 때가 있었다.
집에 가는 길
에
갓 구워져 나온
뜨거운 붕어빵 하나
봉투에서
꺼내 길거리에서 야금야금 먹는 맛
이
란.
바삭하고 고소한 밀가루맛을 음미하다 느닷없이 불쑥 튀어나오는
용암 같은
팥 한입에 불 뿜는 용처럼 입김을
한번
뿜어내
고
들러붙은 팥소에 입천장 한번 데어봐야 아 겨울에 붕어빵 좀 먹었구나 했더랬다.
"
아 팥 싫어.
나는 슈크림맛"
"슈크림? 붕어빵은 팥이지"
"
맛없어. 팥붕어빵 먹을 거면 그냥 안 먹을래"
"아 왜~"
길거리마다
하나씩 눈에 띄던 붕어빵 노점은 이제 '붕세권'이라고 할 만큼 귀해졌다.
안타깝게도
우리 동네는
붕세권이 아니었고
차를 타고 5분 정도 가야 있는
도서관 정문
사거리
에
나 가야
귀하디 귀한 붕어빵
을
살 수 있었다.
한번 사 먹으려면 마음먹고 가야 하는 지라 무슨 맛으로 살까 몇 개를 살까 신중하게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슈
크림 붕어빵이라니
그건 붕어 모양의 슈크림빵 아닌가?
"그래 뭐. 반반으로 섞어서 사자"
치킨도 반반이 있고 짜장면 짬뽕도 반반씩 섞을
수 있는걸
.
그렇게 식구들 모두가 도서관 방문을 핑계로 붕어빵을 사러 가는 길. 볼일을 마치고
이제
붕어빵만 사면 되는구나
설레는
마음으로
우
회전을 하는
순간,
저게 뭐야?
붕어빵 노점 앞에 이미 대기하는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뭐야
.
붕어빵 하나 사는
데
저런 일이야?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아 마지못해
빈
손으로
가는
길
에
그
냥
줄
을 설걸 그랬나 후회가 남았다.
어쩔 수 없
이 아쉬운 마음을 달래려
근처 카페에서 파는 붕어빵을
샀다.
엄지손가락 만한
미니
붕어빵 열개에
오천 원.
키오스크로 버벅 거리며 주문하는데 이런 반반이 없네
아.. 반반이 안 돼요? 그럼 슈크림맛으로만 주세요
간식으로
팥
열개 슈크림 열개까지는
질릴 것
같아
고민 끝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맛으로만
주
문한다.
이게 아
닌
데 이맛이 아니야
이런 한입에
쏙 들어오는
촉촉하고
보드라운 식감
은
그
냥 빵이라고 불러야 했다.
"옆동네 붕어빵가게 생겼대
.
맨날 줄 서있고
장난 아니라더라"
"붕어빵 가게? 가게라고? 붕어빵 그거 얼마나 한다고 가게씩이나
"
마치 친근한 옆집 아줌마가 알고 보니 연매출 백억의 맛집사장님이었
다는 것처럼
훅
거리감이 느껴졌다.
간판까지 있는
붕어빵 전용
가게
라니 낯설다 너
.
천 원
에 한 마리.
이
제는 가슴속 삼천 원으로는 네 가족
이
한 마리씩도
먹을 수 없는 가격상승
률
에 한번 놀라고
슈크림 붕어빵은 기본에
치즈 붕어빵,
매운 붕어빵,
초
코붕어빵 화려한 라인업에 두 번 놀랐다.
화려한 붕어빵 속에 수북이 남아있는
팥붕어빵
을
쓸쓸히 바라본다.
아 어쩌다 우리의 팥붕이
이
런 취급을 받게 되었나.
팥붕이 세상에 없었다면 슈붕 맵
붕
은 나올 수도 없었을 터인데
씁
쓸하게 되네이며 순서가 밀릴세라 얼른 주문을 외친다.
"아저씨. 슈크림 붕어빵 두 개랑요, 매운 붕어빵 하나 주세요"
keyword
붕어빵
슈크림
김녕
소속
직업
주부
목공예과를 졸업한 섬유 디자이너 출신 보육 교사, 작가를 꿈꾸고 있습니다.
구독자
174
제안하기
구독
작가의 이전글
또 술을 먹으면 내가 개다, 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