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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녕 Dec 01. 2023

붕어빵의 근본은 팥붕

반박불가

겨울이 오면 구나 가슴속 삼천 원 정도는 들고 다녀야 하는 이유 :붕어빵

천 원에 다섯 마리, 동네마다 차이는 있지만 그게 기본이던 때가 있었다.

집에 가는 길 갓 구워져 나온 뜨거운 붕어빵 하나 봉투에서 꺼내 길거리에서 야금야금 먹는 맛란.

바삭하고 고소한 밀가루맛을 음미하다 느닷없이 불쑥 튀어나오는 용암 같은 팥 한입에 불 뿜는 용처럼 입김을 한번 뿜어내들러붙은 팥소에 입천장 한번 데어봐야 아 겨울에 붕어빵 좀 먹었구나 했더랬다.




"아 팥 싫어. 나는 슈크림맛"

"슈크림? 붕어빵은 팥이지"

"맛없어. 팥붕어빵 먹을 거면 그냥 안 먹을래"

"아 왜~"


길거리마다 하나씩 눈에 띄던 붕어빵 노점은 이제 '붕세권'이라고 할 만큼 귀해졌다.

안타깝게도 우리 동네는 붕세권이 아니었고 차를 타고 5분 정도 가야 있는 도서관 정문 사거리나 가야 귀하디 귀한 붕어빵 살 수 있었다.

한번 사 먹으려면 마음먹고 가야 하는 지라 무슨 맛으로 살까 몇 개를 살까 신중하게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크림 붕어빵이라니

그건 붕어 모양의 슈크림빵 아닌가?


"그래 뭐. 반반으로 섞어서 사자"

치킨도 반반이 있고 짜장면 짬뽕도 반반씩 섞을 수 있는걸.

그렇게 식구들 모두가 도서관 방문을 핑계로 붕어빵을 사러 가는 길. 볼일을 마치고 이제 붕어빵만 사면 되는구나 설레는 마음으로 회전을 하는 순간, 저게 뭐야?

붕어빵 노점 앞에 이미 대기하는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뭐야. 붕어빵 하나 사는 저런 일이야?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아 마지못해 빈손으로 가는  을 설걸 그랬나 후회가 남았다.


어쩔 수 없이 아쉬운 마음을 달래려 근처 카페에서 파는 붕어빵을  샀다. 엄지손가락 만한 미니 붕어빵 열개에 오천 원. 키오스크로 버벅 거리며 주문하는데 이런 반반이 없네

아.. 반반이 안 돼요? 그럼 슈크림맛으로만 주세요

간식으로  열개 슈크림 열개까지는 질릴 것 같아 고민 끝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맛으로만 문한다.


이게 아데 이맛이 아니야

이런 한입에 쏙 들어오는 촉촉하고 보드라운 식감 냥 빵이라고 불러야 했다.



"옆동네 붕어빵가게 생겼대. 맨날 줄 서있고 장난 아니라더라"

"붕어빵 가게? 가게라고? 붕어빵 그거 얼마나 한다고 가게씩이나"

마치 친근한 옆집 아줌마가 알고 보니 연매출 백억의 맛집사장님이었다는 것처럼 거리감이 느껴졌다.

간판까지 있는 붕어빵 전용 가게라니 낯설다  너.

천 원에 한 마리. 제는 가슴속 삼천 원으로는 네 가족 한 마리씩도 먹을 수 없는 가격상승에 한번 놀라고


슈크림 붕어빵은 기본에 치즈 붕어빵, 매운 붕어빵, 코붕어빵 화려한 라인업에 두 번 놀랐다.

화려한 붕어빵 속에 수북이 남아있는 팥붕어빵 쓸쓸히 바라본다.

아 어쩌다 우리의 팥붕이 런 취급을 받게 되었나.

팥붕이 세상에 없었다면 슈붕 맵은 나올 수도 없었을 터인데 쓸하게 되네이며 순서가 밀릴세라 얼른 주문을 외친다.


"아저씨. 슈크림 붕어빵 두 개랑요, 매운 붕어빵 하나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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