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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녕 Jan 13. 2023

애증의 포켓몬

이거 도대체 왜 하는 거니

엄마, 포켓몬빵사고 싶어

국진이빵, 핑클빵 그리고 포켓몬빵

왕년에 띠부 씰 좀 모았었다.

한때 유행처럼 번진 각종 빵들을 먹고 나온 띠부씰,  그중에 포켓몬은 귀여운 캐릭터에 종류도 많아서 모으는 재미가 있었다. 비록 만화는 본 적 없지만 빵을 사 먹을 때마다 나온 스티커를 내 자리 작은 책상에 가득 붙였더랬지

열심히 모으긴 했지만 그 이후 그 띠부씰의 행방은 어떻게 됐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게 마지막 일 줄 알았는데, 어릴 적에 그런 것이 있었어하며 가끔 한번 추억으로 꺼내 볼 줄 알았던 것이 어느 날부터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언제 적 포켓몬이냐고 비웃었던 것이 무색하게 뉴스에는 연일 포켓몬빵을 사려고 아침부터 줄을 길게 서는 사람들에 대해 보도되었다.


그래서 가끔 운 좋게 한두 개 남은 빵을 발견하면 먹고 싶지 않아도 일단 샀다.

 다행히 빵은 입에 맞지 않았고 띠부씰에 별다른 기능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 아이들의 관심은 사그라들었다.

그렇게 첫 번째 포켓몬은 유행에 동참하지 않 조용히 넘어갈 수 있었다.



엄마, 포켓몬 카드사 줘

아마 내가 살면서 산 물건 중에 제일 아까운 게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단연코 이것을 뽑는다.

가로 5센티, 세로 약 8센티 종이 안에는 포켓몬 캐릭터와 함께 그들의 힘이 적힌 숫자가 인쇄되어 있는 이 카드는 5장에 천 원이면 살 수 있다고 했다.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하니

용도가 없다.

차라피 포켓몬 빵은 먹을 수라도 있지 이걸로 뭘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기능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좋은 포켓몬 카드를 얻고 싶어서 사는 거라고 했다.

구입해서 뜯을 때까지 안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도 없어서 원하는 카드가 나올 때까지 사야 하는 시스템.

돈 주고 쓰레기를 사는 느낌이 이런 걸까 싶었다.


아무튼, 모아서 친구들이랑 교환도 하고 전설의 포켓몬이 나오면 좋은 거라고 하는데

그래서 그걸로 뭐 하는 거냐고.




엄마, 포켓몬고 하고 싶어

어느 날 아이가 친구들이 하는 거라며 포켓몬 고라는 게임을 다운로드하고 싶다고 했다.

그놈에 '친구들은 다 하는데에 나만 안 해'는 만능키였다.

게임상에서 친구들이 모여 같이 몬스터를 잡기 때문에 '나만 안 해'라는 말에 단호하게 거절할 수 없었다.




"5단지에 20분 뒤 레이드가 뜬데, 꼭 잡고 싶었던 포켓몬이야"

어느 날 아이가 근처 놀이터에 같이 가자며 졸랐다. 꼭 그 자리에 가야만 잡을 수 있다고 했다.

유난이다 정말,

공부를 그렇게 했으면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한번 째려봐 주고 산책 겸 슬렁슬렁 걸어갔다.

"몇 분 남았어?"

"음, 15분"

아직 많이 남았네, 영하 5도의 매서운 날씨에 하릴없이 공터에 앉아있으니 온몸이 굳어갔다.

1시간 같았던 15분이 지났지만 같이 잡아야 할 게임 속 멤버들이 모이지 않아 기다림은 허무하게 허탕치고 말았다.


제발 한 번만, 그냥 들어갈 수 없다며 조금 멀리 떨어진 놀이터를 가자고 졸랐다.

"이게 뭔데, 이거 잡아서 뭐 하는 건데"

힘을 키우고 어쩌고 힘이 센 포켓몬이고 어쩌고 저쩌고, 역시 포켓몬 카드 같이 생산성 없는 내용이었다.

성화에 못 이겨 같이 간 놀이터에는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있었다.


한참을 기다리고 있다 보니 위화감이 들었다.

놀이터이지만 뛰어노는 아이들은 없었다.

시커먼 패딩을 입고 모여 고개를 숙이고 무엇인가 보고 있었다.

"저 거봐 다들 포고(포켓몬고)하고 있잖아."

그랬다. 작은 핸드폰 속에 들어갈 것처럼 몸을 수그리고 자기들끼리 어떤 포켓몬이 어쩌고 떠들고 있었다.


 아이가 말하는 시간이 되자 어디에 숨어있던 건지 사람들이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이들 뿐만 아니라 중학생쯤 보이는 학생도 어른도 할 것 없이 좋은 포켓몬을 잡겠다며 모여들었다.

"그것 봐 내가 뭐랬어 사람들 많이 올 거라고 했잖아."

뿌듯하게 웃는 아이의 얼굴을 보며 차마 같이 웃어줄 수 없었다.

이 코미디 같은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는 사람은 그 공간에 나밖에 없었다.



술래잡기, 고무줄놀이, 말뚝박이, 망타기, 말타기

노래가 자동재생되고 가사의 놀이를 해본 당신은 아마 나와 같은 세대에서 자랐을 확률이 높다.

쉬는 시간 교실뒤에서의 공기놀이, 점심시간 공터에서 말뚝 박이, 주말에는 아침부터 나와 술래잡기와 고무줄놀이를 하며 전우의 시체 좀 넘다 보면 하루가 금방 갔던 날들.

그렇게 유년시절의 놀이들은 추억이란 이름으로 언제나  따듯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요즘 아이들은 어른보다 바쁜 아이들이라고 한다

생활은 빈곤했지만 놀이는 풍요로웠던 그때보다 모든 것이 풍요롭지만 놀이가 빈약한 지금의 아이들이 불행하다 아니다  판단하기에는 아직 내 생각의 그릇이 작다.

물론 시간에 따라 모든 것은 변하고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스티커를 모으는 것, 카드를 사는 것, 핸드폰 게임이 그들의 추억거리일 수도 있겠지만 조금 씁쓸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나도 나이가 든 건가 생각했다.



사진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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