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침반 역할을 하는 목차 만들기
<오늘부터 나는 브랜드가 되기로 했다>(이하 <오나브>) 출간을 한 달 앞뒀을 때의 일이다.
퇴고 중이던 원고를 몇몇 지인에게 보여주고 피드백을 부탁했다. 그때 한 지인이 이런 피드백을 줬다.
목차만 봤을 때 기업 브랜드의 사례만을 다룬 다른 책들과 차별점이 보이지 않는 것 같아요.
이 책의 경쟁력은 기업 브랜드의 스토리가 아니라, 그것으로부터 얻은 인사이트를 '나'에게 어떻게 적용했는지를 보여주는 것인데 그런 강점이 잘 보이지 않아 아쉬워요.
- 손현
분명한 감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피드백. 뭐가 문제였을까?
당시의 목차는 이런 구성이었다.
그가 꼬집었던 건 '브랜드 태동기, 확립기, 성장기, 성숙기'라고 쓴 챕터명.
기업 브랜드에게는 통용되어온 표현이지만, '나'를 향하는 것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게 문제였다. 게다가 아래 글 제목에 20곳의 기업 브랜드 이름이 적혀 있으니 '퍼스널 브랜딩' 책이라기보다는 훌륭한 기업 브랜드의 사례만을 다룬 흔한 브랜딩 책처럼 보이는 게 당연했다.
큰 깨달음을 얻고 챕터명을 전면 수정했다.
그리고 이런 목차가 나왔다.
내 안의 브랜드 정체성 깨우기
직업인의 브랜드 자산 키우기
관계 속에서 브랜드 인지도 높이기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스킬 익히기
1) 시작부터 '나'를 짚었다. '직업인', '관계', '커뮤니케이션'이라는 단어를 넣어 타깃 독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지점을 건드렸다.
2) 그러자 '브랜드 정체성', '브랜드 자산', '브랜드 인지도',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이라는 표현이 기업 브랜드를 향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향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3) 맺음말을 '깨우기', '키우기', '높이기', '익히기'로 통일하여 운율을 만든 것도 만족스러운 점.
출간 후 목차를 칭찬해 주시는 분이 많았다. 목차를 보고 한눈에 어떤 내용이 담긴 책인지 파악할 수 있으니까. 나에게 필요한 책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으니까.
그 후로 나는 목차 맹신자가 되었다. "콘텐츠의 기획력은 목차에서 나온다"라고 외치는.
클래스101 제안을 처음 받았을 때도 나의 머릿속에는 목차가 그려졌다. 대충 이런 식으로 구성하면 되겠구나. 한 번에 그림이 그려지니까 겁날 게 없었다.
1시간짜리 강연을 5~6시간으로 늘려서 하는 거나 다름없네. <오나브>라는 원천 소스도 있겠다, 스크립트 만드는 것도 어렵지 않겠어. 영상 촬영은 처음이지만 뭐, 내 생각을 말하는 건 자신 있으니까.
그리고 목차를 구체적으로 구상하며 깨달았다. 자만이 오산이었다는 걸.
클래스에서 알맹이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나브>를 기준 삼아 구상했더니 <오나브>를 복제한 콘텐츠가 나올 것만 같았다. 콘셉트가 없다. 텍스트를 영상으로 바꾸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사람들이 이 클래스를 지불해야 할 이유가 보이지 않는다. 어떡하지?
불안감을 가지고 며칠 머리를 싸맸는데, 고민 해결의 실마리 또한 목차에 있었다.
<오나브>에서는 주의 깊게 다루지 못했던 요소. 초안의 챕터 5와 챕터 6. '대체 불가능한 브랜디드 콘텐츠 만들기', 그리고 '브랜디드 콘텐츠 공개하며 브랜드 론칭하기'가 눈에 들어온 것.
책을 쓸 때 나는 콘텐츠의 중요성을 잘 몰랐다. 나만의 콘텐츠를 만들어서 공개하는 행위가 브랜딩을 본격적으로 끌어올린다는 걸. 알았다 한들 당시에는 경험이 부족했기 때문에 쓰지 못했을 거라는 게 출간 후에 느낀 가장 큰 아쉬움이었다.
<오나브>가 베스트셀러가 되고, 그로 인해 김키미라는 브랜드가 조명을 받는 과정을 겪으면서 콘텐츠의 중요성을 뜨겁게 체험했다. 따끈따끈한 인풋들을 모아서 클래스를 만든다면? 중간중간 책에 담긴 내용이 포함되더라도 그럴싸한 새 콘텐츠를 탄생시킬 수 있겠다는 생각에 흥분됐다.
그리고 나만의 브랜디드 콘텐츠를 '잘' 만들어서 '잘' 공개하고 '잘' 파는 법에 대해서 내가 아는 모든 걸 꾹꾹 눌러 담는 버전으로 목차를 완전히 바꿨다.
'나만의 브랜디드 콘텐츠 만드는 법'을 아예 전면으로 꺼낸 것.
온라인 클래스는 교육 콘텐츠다. 그리고 클래스101은 고가의 프리미엄 콘텐츠를 지향한다. 그렇다면 수강생분들이 직접 따라 해 보면서 내 것을 가질 수 있어야 개개인에게 의미 있는 교육, 지불 가치가 있는 콘텐츠가 될 터. 목차를 각 잡고 써 봤기 때문에 그 당연한 사실을 깊이 깨달을 수 있었다.
그 뒤로 한 달 반 가량 집에서 틀어박혀 만두만 먹으면서(뻥) 클래스 제작을 했다. 회사 일과 콘텐츠 제작을 병행하는 건 정말이지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만의 브랜디드 콘텐츠를 만드는 시간이라 좋았다. 그리고 얼마 전 결과물을 공개했다.
두 달 전, 클래스 제작에 돌입하기 전에 브런치에 글 한 편을 올렸다. 글의 마지막에 나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담았다.
그러니까 이 글은 클래스101 크리에이터 계약서 사인 후에 공표하는 벼랑 끝의 기쁨. '과연 제대로 만들어서 내놓을 수 있을까?' 불안해서 쓰는 글. 미래에 웃고 있을 나에게 쓰는 편지다.
-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중에서
그리고 지금, 편지를 보며 행복한 웃음을 짓고 있다. 이렇게 답장 같은 글을 쓸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목차 만들기를 비롯하여 '나만의 브랜디드 콘텐츠 만드는 법'이 궁금하다면, 그리고 평범한 직장인에서 대체 불가능한 브랜드가 되는 노하우를 알고 싶다면, 클래스101에서 '김키미'를 검색해 주세요.
https://class101.page.link/2V6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