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에 #김키미의출간일지를 쓴 이유
책이 나온 지 5개월이 지났다. <오늘부터 나는 브랜드가 되기로 했다>(이하 '오나브')는 출간 100일 만에 8쇄를 찍었다. 크고 작은 강연을 통해 1,400여 명의 독자를 만났다. 인스타에만 650여 건의 리뷰가 올라왔다. 강연, 인터뷰, 기고 등의 제안이 50여 건 정도 들어왔다.
'어쩌다 보니 잘 되었다'거나 '운이 좋았다' 같은 겸손한 스토리는 오나브에 없다. 전략적으로 기획했고, 잘 될 수밖에 없는 노하우를 쏟아부었다. 그 결과 의도했던 만큼의 성공을 거뒀다.
~라고 당당하게 말하고 싶지만, 절반만 진실이다. 나머지 절반은 더없이 불안하고, 찌질하고, 우울했다. 출판 계약서에 사인한 날조차 나의 기쁨은 반쪽짜리였으니까.
나 따위가 책을 낼 수 있을까? 원고를 제 날짜에 제출하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 거지? 쓰다 쓰다 안 돼서 출간을 포기하면 얼마를 물어줘야 되지? 나를 믿을 수 없어 계약서를 꼼꼼히 살폈다.
어쨌든 사인을 해 버렸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뭐라도 써야 하는 상황. 그래서 나는 하는 수없이 벼랑 끝의 기쁨을 공표했다.
출간 계약을 했다고.
김키미의 출간 일지,
계획하고 쓴 건가요?
말 그대로 '출간' 과정을 기록하는 '일지'. 2020년 3월 5일부터 1년 넘게, 책을 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군분투하고 있다)는 소식을 팔로워들에게 꾸준히 알렸다. 책이 좋은 성과를 내자 궁금해하는 사람이 늘어났다. 혹시 무슨 계획을 가지고 올렸던 거냐고.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네, 계획하고 기획한 콘텐츠입니다.
아이디어의 시발점은 '책을 낼 자신이 없어서'였다. 그래서 공표했다. 미래의 독자들에게 약속한다는 생각으로.
그랬더니 만나는 사람마다 "책 언제 나와요?"라고 물었다. 응원과 독려도 뒤따랐다. 약속 이행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할 수 없는 환경을 스스로 만든 셈. 때문에 포기하지 않고 마감을 향해 달릴 수 있었다.
약속한 대로 책이 나왔을 때 '아는 책'이 나왔다며 반가워해주는 사람이 많길 바랐다.
책이라는 게, 커피 2~3잔 값으로 인생이 바뀔 수 있는 값진 물건임에도 불구하고 독자는 쉽게 지갑을 열지 않는다. 사고 싶은 책을 발견해도 바로 구매하지 않는다. 나만 해도 독서량이 적은 편이 아닌데 특정 책에 여러 번 노출되어야, 그리고 결정적인 계기가 있어야 구매에 이른다.
책 판매는 장기전이다.
알아야 관심이 생기고, 관심이 생겨야 사고, 사야 읽는다. (정확히 말하면, 읽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인지 → 관심 → 구매 연결 단계 중에서 일단 '인지'에 오랜 시간 공들여야 '관심'을 끌어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그래서 책 쓰기와 마케팅을 동시에 시작한 것.
'아는 책'을 반가워해줄 사람들과 기쁨을 나누고 싶었다.
'인지'와 '관심'보다 더 강력한 마케팅은 바로 '참여'. 1년 넘게 #김키미의출간일지를 지켜보며 응원한 사람이라면 오나브를 같이 만든 거나 다름없다. 나의 영광이 나만의 영광은 아니길 바랐다.
피땀눈물의 과정을 다 아는 프로젝트가 잘 되면 내가 잘 된 것처럼 기쁘다. 기쁨은 나누고 싶기 마련이고, 나눔은 입소문으로 이어진다.
책을 읽고 인스타에서 저자의 계정을 검색해 본다는 건, 팬심이 생겼다는 증거다.
오나브를 읽고 내 인스타로 흘러 들어온 독자가 출간 비하인드를 알게 되길 바랐다. 어떤 브랜드의 제품 기획 스토리를 접하면 브랜드에 애정이 생긴다. 소비자의 관여도가 높아지는 것이다. 책이 만들어진 과정, 책을 만든 사람의 생각을 알게 되면 독서 이상의 경험이 만들어진다. 독자의 관여도가 높아지면 팬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창작 활동의 든든한 지원군이 된다.
간간히 '좋아요'를 남기며 역주행하는 독자 분들이 나타나면 혼자 흐뭇해한다.
집필 당시에는 너무너무너무너무, 진짜 너무 힘들었지만 그 힘듦이 평생 갈 리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미래의 나는 분명히 웃고 있을 테고, 시간이 지나면 힘들었던 기억은 지워지거나 미화된다. 그래서 더더욱 '지금의 생생한 경험'을 기록해야 했다. 이런 과정을 겪었다는 걸 잊지 않도록. 미래의 찾아올 행복을 당연히 여기지 않도록.
과거에 바랐던 대로 나는 지금 '방구대장 뿡뿡이'였던 시절의 기록을 보며 웃는다.
과거의 나야, 책 쓰느라 애썼다. 그리고 축하한다!
<오늘부터 나는 브랜드가 되기로 했다>처럼 #김키미의출간일지도 나의 브랜디드 콘텐츠다. 콘텐츠라는 게 꼭 헤비할 필요 없고, 브랜디드 콘텐츠라는 게 꼭 대단한 무언가가 아니어도 된다는 사실을 오랜 시간에 걸쳐 체험했다.
이런 이야기를 클래스101에서 하려고 한다. "평범한 직장인에서 대체 불가능한 브랜드로, 나만의 브랜디드 콘텐츠 만드는 법"이라는 이름으로.
그러니까 이 글은 클래스101 크리에이터 계약서 사인 후에 공표하는 벼랑 끝의 기쁨. '과연 제대로 만들어서 내놓을 수 있을까?' 불안해서 쓰는 글. 미래에 웃고 있을 나에게 쓰는 편지다.
*2021년 11월 9일, 무사히 클래스 오픈하였고 웃으면서 이 글을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