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청원이항희가옥
우리가 여행지 숙소에서 느끼는 '이질적인 편안함'은 미니멀리즘으로부터 나온다고 생각한다. 오로지 잘 쉬고 잘 자기 위해 만들어진 공간. 세간살이 가득한 내 집에서는 어려운 '미니멀라이프'의 대리만족이랄까.
숙소에서 내 집보다 서른 배쯤 많은 세간살이(과장 아님) 안에서 자야 하다니. 속 시끄러운 느낌이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쉬고자 찾는 숙소로 여겨선 안 되는 곳이었다.
중요민속문화재로 지정된 조선 철종 시대 고택. '청원이항희가옥'이라고 치면 무려 포털 백과사전에 나온다. 지금은 (아마도) 후손이 살고 있고 우리에게 안채 방 한 칸을 내어준 것. '체험'하는 곳인 셈이다.
게다가 주인 부부의 배려는 부담스럽고도 정겨웠다. 어떻게 알고 이런 누추한 곳까지 찾아왔냐며 연신 불편한 덴 없는지 춥진 않은지 마음 써 주셨다.
(원래 아침밥 안 주는데) 혹시나 하고 물었더니 신경 쓰이셨는지 급기야 라면을 끓여 주셨다. 디저트라며 엄청 큰 사과도 주셨다. 정말 부담스럽고 정겹지 아니한가.
정말 맛없는 라면이었지만 꿋꿋이 다 먹었다^^
참 잘 만든 카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