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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키미 Oct 01. 2017

곧 사라질지 모를 건축물을 찾아

춘천 망대


춘천 약사동 어느 골목. 망대라는 이름의 건축물이 우뚝 서 있다. 


망보는 대(tower)


일제강점기 때 화재 감시 용도로 만들었다가 그 일대에 감옥이 생겨 죄수 감시 용도로 쓰였다고 한다. 감옥이 이전한 뒤엔 망대만 남아 민방위 사이렌을 울린다고. 해방 후에 피난민들이 망대 주변으로 집을 짓고 살아 산동네 마을이 형성되었다. 


주택가에 홀로 서 있을 망대가 궁금했다. 여느 때처럼 '걷다 보면 나오겠지'하고 대충 근처로 향해 갔다. 미치도록 습하고 태양이 작렬하는 여름이었다.




산동네 골목에서 어렵지 않게 망대로 추정되는 건물을 발견했다.

역시 난 길 찾기 신동이야! 어깨 으쓱하며 출입구를 찾으러 다녔다.


그리고, 시련의 시작


뚱뚱한 사람은 지나다니기 힘들 좁은 골목길


여기서 우회전하면 망대 나올 각!


우회전! ........ where is 망대..?


다시 이 골목 저 골목 쑤시고 다녔지만... 망대 가는 길은 찾을 수 없고...





진입로가 다른 골목으로 나 있나? 싶어 다른 길을 찾아다니다가 주민을 만났다.

"망대 저거 폐쇄됐을걸? 춘천서 50년 살았는데 저기 가 봤다는 사람 못 봤어."


................

....

........

..


다시 말하지만, 때는 2017년 7월. 폭염이었다. 그러나

포기란 없다.


마법처럼 나타난 표지판


소리 지를 뻔했다. 지쳐서 지르진 못했지만.

기운 내서 올라가 본다.



좌회전하면 진짜 망대 나올 각!


좌회전! .............? where is 망대..?




막다른 길이다.

예능이었으면 해골 백개 박았을 어리둥절함.

저 길 끝까지 걸어갔다가 커다란 개가 웡워우어워우엉하고 짖어서 심장 떨어질 뻔했다.


그리고

무심코 고개를 들었다.


마..망대?


망대..!



망대다. 망대였다.



막다른 골목에 폐허처럼 방치된 그것이 여태 찾아헤맨 망대라니, 눈을 의심했다.

예상대로 폐쇄된 상태. 보호의 흔적은커녕 설명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고생고생하며 찾아가기엔 허무하기 짝이 없는 곳이었다.





그러나

내가 걷던 그 길이 곧 재개발되어 사라진다는 얘길 들었다.



어쩐지 옆동네에서 포크레인질이 한창이더라.


고생스럽게라도 다녀와서, 담아와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재개발되면 망대의 생사는 어찌 될지 알 수 없었다.

역사의 것이 현대에 어떻게 조명되느냐에 따라 그 가치가 천차만별로 바뀐다는 걸, 다시 한번 실감했다.





망대 가는 길 앞, 기대수퍼


나중에 알았는데, 지도에서 이 슈퍼 찍고 찾아가면 쉽단다. 하하하하하하핳...

가난한 동네라 서로 기대고 살자는 의미로 기대수퍼라 지었단다.







독립영화 <망대>를 봤다.


출처: 다음 영화


우연히 알게 되서 설레는 마음으로 봤다.

작품성에 실망이 컸지만 의도는 높이 평가한다.

그 여름 내가 걸었던 길을 다시 보고 약사동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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