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망대
춘천 약사동 어느 골목. 망대라는 이름의 건축물이 우뚝 서 있다.
일제강점기 때 화재 감시 용도로 만들었다가 그 일대에 감옥이 생겨 죄수 감시 용도로 쓰였다고 한다. 감옥이 이전한 뒤엔 망대만 남아 민방위 사이렌을 울린다고. 해방 후에 피난민들이 망대 주변으로 집을 짓고 살아 산동네 마을이 형성되었다.
주택가에 홀로 서 있을 망대가 궁금했다. 여느 때처럼 '걷다 보면 나오겠지'하고 대충 근처로 향해 갔다. 미치도록 습하고 태양이 작렬하는 여름이었다.
산동네 골목에서 어렵지 않게 망대로 추정되는 건물을 발견했다.
역시 난 길 찾기 신동이야! 어깨 으쓱하며 출입구를 찾으러 다녔다.
진입로가 다른 골목으로 나 있나? 싶어 다른 길을 찾아다니다가 주민을 만났다.
"망대 저거 폐쇄됐을걸? 춘천서 50년 살았는데 저기 가 봤다는 사람 못 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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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하지만, 때는 2017년 7월. 폭염이었다. 그러나
소리 지를 뻔했다. 지쳐서 지르진 못했지만.
기운 내서 올라가 본다.
막다른 길이다.
예능이었으면 해골 백개 박았을 어리둥절함.
저 길 끝까지 걸어갔다가 커다란 개가 웡워우어워우엉하고 짖어서 심장 떨어질 뻔했다.
그리고
막다른 골목에 폐허처럼 방치된 그것이 여태 찾아헤맨 망대라니, 눈을 의심했다.
예상대로 폐쇄된 상태. 보호의 흔적은커녕 설명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고생고생하며 찾아가기엔 허무하기 짝이 없는 곳이었다.
그러나
어쩐지 옆동네에서 포크레인질이 한창이더라.
고생스럽게라도 다녀와서, 담아와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재개발되면 망대의 생사는 어찌 될지 알 수 없었다.
역사의 것이 현대에 어떻게 조명되느냐에 따라 그 가치가 천차만별로 바뀐다는 걸, 다시 한번 실감했다.
나중에 알았는데, 지도에서 이 슈퍼 찍고 찾아가면 쉽단다. 하하하하하하핳...
가난한 동네라 서로 기대고 살자는 의미로 기대수퍼라 지었단다.
출처: 다음 영화
우연히 알게 되서 설레는 마음으로 봤다.
작품성에 실망이 컸지만 의도는 높이 평가한다.
그 여름 내가 걸었던 길을 다시 보고 약사동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