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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무제 Mar 28. 2018

롤러코스터처럼 좋고 나쁨이 같이 있는 날

사람이 불행만 하지 말라고 좋고 나쁜 일을 같이 일어난다

(오늘 카페에서 다이어리에 펼치자마자 쓴 글이다. ‘포기하지 말자. 포기하지 마. 포기하지 않는다’ 나에게 해주는 말이였다.)


 어제는 우울의 극단을 달렸다면 오늘은 좋은 일과 나쁜 일이 같이 있었던 날이었다. 이런 날이 있기에 인간은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것겠지. 간단히 좋은 일은 쇼핑을 했고 여기저기 입사지원을 했고 운동을 했고 서류 합격돼 면접 안내가 왔다. 나쁜 일은 취업 상담이 너무 형편없었고 먹는 것마다 맛이 없었고 너무 우울해서 원하던 곳만 지원하겠다는 목표를 낮추고 하소연을 했다.


 아침에 겨우 일어나서 취업성공패키지의 2번째 상담을 받으러 갔다. 나라에서 진행하는 청년취업지원정책인데 참여하면 이것저것 혜택을 받을 수 있기는 하다. 나한테 참여대상이라는 안내가 와서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참여하게 됐다. 오늘은 2번째 상담으로 내가 집에서 했던 직업심리검사 결과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나는 사실 약 4년 전 취성패를 참여했었다. 그 때는 학교에서 권장했었다. 그 때는 그 때의 정책으로 1단계만 참여할 수 있었다. 그 때도 이 검사를 했었다. 정말 달라지지 않는 것 같다. 그 때도 참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해보니 변하지 않고 별로다. 오늘은 상담사가 내가 실시한 검사의 결과가 적힌 종이만 읽었다. 사실 이 것을 다시 신청했을 때 우울하고 힘든 나의 마음을 들어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 것은 나의 큰 착각이었다. 상담은 30분, 아니 내가 15분 지각했으니 15분만에 끝났다. 나도 여기에 더 기대를 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얼른 자리를 떴다.


 나의 예상보다 상담이 너무 일찍 끝나서 뭐할까하다가 나의 지갑 안에서 잠자고 있던 신세계 상품권을 쓰러 가기로 했다. 이 신세계상품권은 ‘얼른 써야 하는데, 빨리 써야하는데’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 마음의 짐이었다. 그래서 화끈하게 오늘 써버리기로 했다. 신세계상품권을 쓸 수 있는 곳 중 가장 가깝고 가장 익숙한 삼성역 코엑스로 왔다. 코엑스는 별마당도서관이 생긴 이후로 뭔가 좀 낯설어졌다. 지하철에서 뭘 살까 고민하다가 지난 해부터 사고 있었던 체크자켓을 사기로 결심했다. 날도 점점 따뜻해지는 와중에 조금 더 성숙하면서도 캐주얼하게 입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실 휠라를 사고 싶었는데 코엑스에 휠라가 없더라. 에이랜드, 원더플레이스, 자라, 에잇세컨즈 등을 돌다가 로엠에서 내 마음에 쏙 드는 옷을 발견했다. 따뜻한 브라운 계통의 체크 자켓과 치마 세트였다. 재질도 괜찮았고 나에게 사이즈가 딱 맞았다. 원래 내 예산이였던 신세계상품권 10만원을 살짝 넘어 약 5만원 안되는 가격을 추가 지불했다. 마음이 조금 쓰렸지만 여기저기서 본 싼 자켓들은 너무 퀄리티가 안 좋았다. 가볍게 집을 나섰는데 무겁게 집에 들어오는데 오히려 날아갈 것처럼 오랜만에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집에 남아있던 떡만둣국을 먹었다. 그런데 맛이 없었다. 그래도 그냥 먹었다. 왜냐면 배고프니까. 그리고 친구가 준 이디야 기프티콘을 사용하기 위해 이디야커피를 갔다. 친구가 준 기프티콘은 바닐라라떼였지만 뭔가 카페모카가 먹고 싶어서 바꿔서 주문했다. 다행히 가격은 같았다. 며칠만에 컴퓨터로 본격적으로 구인 사이트를 뒤져 다시 입사지원서를 작성했다. 정말 몇 시간을 불태워 열심히 작성해 몇 곳에 지원을 했다. 그 중 나의 꿈의 기업인 곳이 있었는데 최종 합격은 기대도 안 하니 면접이라도 봤으면 좋겠다. 그렇게 열심히 입사지원서를 작성하고 보냈더니 에너지가 쭉 빠지더라. 그래서 다시 우울해졌다. 우선 정신적으로 지치고 힘든 게 가장 컸다. 그래서 고민하다가 교육원에서 알게 된 선생님에게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하는 톡을 보냈다. 선생님은 따뜻하게 위로를 해주셨다. 선생님에게 톡을 보내는 데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 얼른 얼굴 관리를 하고 아무렇지 않은 척을 했다. 카페에서 우는 것만큼 창피한 일은 없으니까. 그리고 조금 목표를 낮추지만 낮은 곳에서 큰 곳들을 넣는 것도 괜찮다고 말씀해주셨다. 그 말에 용기를 얻었다. 이렇게 우울하게 있느니 낮은 곳이라도 얼른 일을 해서 바쁘게 지내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그 후 헬스장에 가서 운동을 조금 했다. 사실 나에게는 많이 운동하는 것인데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는 찔끔찔끔 조금 움직이는 것일 것이다. 나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운동이라면 학을 뗄 정도로 싫어했다. 그나마 건강하기 위해 헬스라도 조금씩 하고 있다. 그렇게 나름 열심히 헬스를 하고 있었는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면접 안내 전화였다!!! 지난 주에 지원했던 곳으로 연락이 없어 안 되었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뜻밖에 연락이 와서 너무 기뻤다. 오늘은 화요일이고 목요일 저녁에 면접을 보러 오라고 했다. 날개가 돋아 날아갈 것 같았다.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덕분에 하루의 마지막을 기분 좋게 마무리할 수 있게 됐다. 이 글을 쓰면서 다시 상기하니 다시 기분이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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