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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무제 Mar 28. 2018

멘탈 흔들리는 면접 3개 보는 하루

나는 하루에 면접 3개 보는 짱짱걸인걸


 오늘은 면접 3개를 보는 날이다. 오전에 하나, 오후에 하나, 그리고 저녁에 있는 마지막 걸 기다리면서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30분 후에 슬슬 나가야지.


 우선 오전은 내가 지원한 곳이 아니라 기업에서 내가 마음에 든다고 러브콜을 보낸 곳이였다. 그래서 면접이나 한 번 봐볼까 싶은 마음으로 갔다왔다. 우선 근무조건이 너무 좋았다. 칼퇴에 추가로 일하면 대체휴무 확실하고 여름휴가 일주일이고 명절 챙기고 밥 다 회사에서 사주고. 워라밸이 완벽하게 보장되는 회사였다. 면접에서도 나를 알아보는 것보다는 자신들의 회사 어필이 더 많았다. 당황스러웠지만 그냥 얌전히 있었다. 짧은 면접이 끝나고 나서 맥도날드에서 점심을 해결했다. 더블불고기버거를 먹었는데 생각보다 맛이 없었지만 꿋꿋이 끝까지 다 먹었다. 오늘 일정은 저녁을 못 먹어서 이따가 배고프면 안되니까 억지로 먹었다. 점심을 먹으면서 이 회사에 대해서 곰곰히 생각했다. 근무환경은 너무 좋다. 하지만 쉽고 평이하고 그저 그런 일이였다. 내가 꿈꾸고 원하던 일이 아니였다. 내가 이 곳에서 일을 하면 만족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했다. 그러다가 여기에 다니면 그만둔 전 회사에서 느끼던 감정을 똑같이 느낄 내가 그려졌다. 그렇게 될거였으면 전 회사를 그만두지 않았다. 난 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그만둔 것이다. 그래서 아무리 조건이 좋아도 가지 않기로 마음 속으로 결정했다. 역시 오후에 합격이라고 나와달라고 전화가 왔다. 나는 생각해보겠다고 전화를 끊었다. 이따 저녁에 죄송하다는 문자를 보내야겠다.


 점심을 먹고 2번째 면접장소로 이동했다. 여기는 내가 원하던 완벽한 조건이지만 일이 많이 힘들고 밤샘도 많다고 하더라. 하지만 나는 이런 큰 시스템에서 일을 하기 원했기 때문에 지원했다. 사실 합격할 것이라고 기대도 안 하고 지원한 터라 서류 합격 소식을 듣고 놀랬다. 경쟁자는 나를 빼고 5명이었다. 면접은 2번째 순서였다. 면접에서 많이 웃었다.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그렇게 마쳤다. 이제 고민은 그들의 몫이다.


 2번째 면접을 끝내고 근처 카페로 왔다. 저녁 면접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았고 거리가 근방이였기 때문에 이 근처에서 시간을 보내야 했다. 조금 걸어 나와서 스타벅스로 왔다. 역시 내 마음의 안식처 스타벅스. 낯선 장소를 와도 스타벅스를 하도 많이 와서 스벅에 오면 마음이 편해진다. 단골 지점이 아닌 지점이라도. 와서 나 뭐했지. 우선 정신을 차리기 위해 아메리카노를 시켰다. 그리고 핸드폰하고 아이패드하고 놀았다. 그러다가 전화가 왔다. 월요일에 봤던 면접에서 떨어졌다는 통보였다. 그런데 인사담당자가 면접관이 내가 면접을 못 봐서 떨어진 게 아니라 더 적합한 사람이 있어서 그런 것이라면서, 만약 2명을 뽑을 수 있었다면 나까지 뽑았을 거라고 말을 했다고 나에게 전했다. 하, 참 위로가 이렇게 위로가 안 되는 경우는 처음이다. 처음에는 너무 웃기더라. 위로같지도 않은 위로라서. 그럴 거면 뽑아주든가. 사실 월요일에 면접보고 목요일인 오늘까지 연락이 없어서 포기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포기하고 있었지만 불합격 통보는 확인 사살을 시켜줘 내 멘탈을 붕괴시켰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한 방울 또르를 흘러나오더라. 차라리 서류에서 떨어지면 낙담이 안 되는데 면접에서 떨어지면 너무 마음이 우울하고 힘들고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다. 친구에게 하소연했다. 친구는 나보다 더 화내줬다. 그게 무슨 위로라며. 착한 친구는 내가 스타벅스에 있다는 걸 알고 클래식 초코 케이크를 기프티콘으로 보내줬다.

 ‘달달이 먹으면서 힘내.’

 다시 한 번 울컥하더라. 나에게 진실된 위로를 건네준 친구에게 너무 감동했다. 내가 진짜 취업하면 맛집으로 얘 데려가서 전 메뉴 다 시킨다. 첫 월급은 흥청망청 다 쓸거다. 나의 이 다짐을 다이어리에도 썼다. 빨리 지킬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제 슬슬 정리하고 출발해야겠다. 화장실도 한 번 다녀오고. 아까 다시 한 번 사전조사했는데 정말 일하고 싶더라. 내가 꿈꿨던 일이었다. 하지만 되도록이면 편한 마음으로 면접을 보고 싶다. 내가 한 일은 고민이 아니라 현실에 충실하는 것이다. 고민은 면접관들이 하는 것이다. 마지막 3번째 면접이다. 오늘 하루 면접 3개를 본다고 친구에게 말하니까

 ‘일일 3면접이라니. 대단해! 소화해내면 당신은 짱짱걸!’

 응, 나 짱짱걸이 되러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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