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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무제 Apr 02. 2018

주위에 힘이 되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감사함에 대해

내가 무너질 때마다 ‘괜찮다’라고 말해주는 그들.


 제목을 쓰고 첫 단어를 쓰기 전 왜 내 눈에 물이 고였는 지 모르겠다. 갑자기 눈물이 차올라서 스스로가 당혹스럽다. 하지만 새벽 감성 충만한 상태가 감성적인 글을 쓰기 좋기에 눈물을 닦기 전에 한 문장이라도 더 써보고자 한다.


 벌써 10번 넘게 면접에서 떨어지고 있다. 10번 넘게 떨어진 면접에서 내가 잃은 것은 자신감이다. 처음 면접을 봤을 때에는 어떻게든 나를 어필하기 위해 발을 동동 구르고 대답 기회를 얻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자신감을 잃게 되면서 대답이 약해지고 수그러들게 되었다. 자신감을 잃으면서 직장에 대해 회의감이 들었다. 내가 이 회사를 다닐 수 있게 되더라도 과연 버틸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자신감이 넘쳐 내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다면 적은 월급이라도 몸이 고생을 하더라도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자신감을 잃으니까 힘든 방송업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 더군다나 스트레스를 과도하게 받게 되면서 빈혈이 다시 도져 하루종일 어지러워하고 마법의 그 날까지 찾아와 이틀동안 침대에서 누워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이렇게 몸이 약한데 과연 힘든 방송 일을 내가 할 수 있을까?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원하는 곳에 공고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래서 나도 목표를 점점 낮춰서 서류 지원을 다시 했다. 목표를 점점 낮추면서 애매하게 일을 하게 되면 진짜 내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을까? 차라리 조금 더 몸이 편하지만 내가 덜 원하는 일을 하고 좋아하는 일을 부업을 하거나 다른 취미활동을 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나를 자꾸 떨어뜨리는 방송국 놈들에게 정나미가 떨어졌다. 그냥 내가 방송이랑 인연이 아닌가보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방송을 포기할까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러면서 우울과 좌절의 바다에서 헤엄치는 일이 많았다. 우울하다보니 자신감이 없어지고 더불어 기운까지 잃었다. 아빠가 나를 보더니 왜 하루하루 초췌해져가냐고 물어봤다. 나는 별 다를 것이 없는 것 같은데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이 나를 점점 피폐해지게 만들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술을 마시고 싶을 때가 많아졌다. 사실 나는 술을 좀 마시고 술 마시는 분위기도 반가워하는 편인데도 내가 먼저 나서서 술을 찾지는 않았다. 가장 큰 이유가 술을 마시는 데 쓰는 돈이 아까웠다. 술에 돈을 쓰느니 옷이나 신발을 사는 데 소비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마음이 울적할 때 현실을 잊게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도구가 술이더라. 정신을 잃게끔 그냥 술을 찾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어제 저녁 마음 편하게 모든 것을 털어놓을 수 있는 동네 친구를 불러 같이 술을 마셨다.


 친구는 최근 취업에 성공했다. 게다가 첫 면접에 40대 1이라는 경쟁률을 뚫고 당당히 합격을 했다. 하지만 난 신기하게도 시샘이나 질투가 나지 않는다. 이 친구 말고 다른 친구들에게는 자괴감을 느껴서 연락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취업하지 못하고 있는 스스로에게 자괴감을 느껴 잘 지내고 있는 듯한 다른 이들에게 연락을 하지도 않고 받지도 않고 있다. 그런 내가 거의 유일하게 연락하는 친구이다. ‘힘들다’라는 말은 계속 듣게 되면 나도 모르게 힘든 기운이 전달받아 듣는 사람도 힘들어진다. 말의 힘이라는 것은 굉장히 크다. 그래서 나는 왠만하면 다른 사람들에게 힘들다는 말은 아예 안 하는 편이다. 그래서 친구에게 미리 선포했다. 나 좀 힘들다는 말 좀 할게. 친구는 편하게 말하라고 도닥여줬다. 나는 신세 한탄을 했다. 너무 힘들고 우울하고 힘들고 우울하다고. 비슷하게 힘들다는 말을 계속 했다. 해결 방법을 원한 것이 아니였다. 그냥 나도 힘들다고 말할 누군가가 필요했다. 이 친구는 나의 약한 모습을 마음껏 보여줄 수 있다. 내 힘들다는 말을 그냥 들어줬다. 해결 방법을 제시한 것도 아니였다. 그냥 자질구레하게 말대답 정도를 해주었다. 그냥 들어준 것이 너무 고맙다. 나는 이 친구에게 해결방법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그냥 내가 원하는 길을 갈 수 있는 추진력을 얻기 위해 내 선택에 확신을 더해달라고 부탁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나의 마음을 친구도 눈치챈 것인지 그냥 나를 믿어줬다. ‘스스로를 믿고 조금만 더 기다려봐.’라고 나에게 확신을 줬다. 그리고 그 후 고등학교 때 이야기를 시시콜콜하게 나누면서 낄낄거렸다. 이 날 만취해서 집에 들어와 편안하게 잠에 들었다.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어제는 친구에게 위안을 얻었고 오늘은 엄마에게 힘을 얻었다. 오늘 살짝 엄마에게 내 취업 상황이 지금 너무 안 좋았었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엄마는 누구 탓도 하지 않았고 재촉도 하지 않았고 그냥 내 편에서 이야기를 해주었다. ‘4월까지 계속 노력해봐, 기다려봐.’라고 도닥여주셨다. 엄마 아는 이모도 자식들이 서른 넘어서 직장 자리 잡았다고 나보고 ‘괜찮다’라고 말씀해주셨다. 그리고 나는 내가 취업하려는 곳이 고생은 고생대로 다 하고 돈도 못 받고 그런 곳이라고 말했다. 엄마는 이해해주셨다. 그러면서 너무 고생하지 않는 곳으로 갔으면 좋겠다는 말을 해주셨다. 무슨 일이든 일은 하면 되는 거라고. 조금 벌면 덜 쓰고 더 아끼면서 그렇게 살면 되는거라고. 엄마는 딸이 그렇게 고생하길 원하지 않는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다른 사람들은 번듯한 직장, 자랑할만한 자식을 원하는데 엄마는 그저 딸이 잘 살 수 있는 그런 곳을 바라고 계셨다. 그런 엄마의 마음을 들으니 난 정말 행운아라는 생각을 했다. 엄마와 아빠는 지금 백수인 나에게 재촉, 독촉 그리고 나무라지 않는다. 그냥 아무 말도 없이 그냥 기다려주시고 계신다. 부모님이 날 믿어주고 탓하지 않고 빨리 취업하라고 독촉당하지 않는 지금의 나는 얼마나 행운아인가. 이 얼마나 감사할 일인가.


 아, 나는 조금 더 내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기다릴 수 있게 나를 도닥여주는 사람들이 옆에 있다는 것이 정말 감사하다.


 그리고 자려는 지금 엄마가 몰래 와서 내 손에 돈 10만원을 쥐어줬다. 난 그걸 거절하지 못했다. 하루하루 돈이 떨어져 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엄마가 방을 나선 후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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