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가장 모르는 나

나는 나를 모르는데 남들은 내가 이렇다네요. 그런가?

by 김영

또 새로운 1년입니다.



새해가 되면 무릇 작년과는 달라지겠다며 다짐하고 괜히 들뜬 마음으로 이것저것 여러 계획을 세웁니다. 운동을 통해 건강한 몸을 만들겠다던가 글을 읽고 쓰면서 나를 알아보겠다던가. 계획을 궁리하다 보니 생각이 자꾸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한참이나 사색에 빠져 있습니다.


사색
: 어떤 것에 대하여 깊이 생각하고 이치를 따짐.

어떤 것에 대해 생각하고 이치를 따져볼까 하니 가장 만만한 것이 본인입니다.

나는 누구인가, 어떤 사람인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가.

그런데 다시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게 가장 어렵습니다.

나는 정말로 나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습니다.

확신이 없다고 하는 것이 더 맞겠습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나는 사과를 좋아해. 라고 생각하자,

정말? 이라고 되물어보는 조그마한 내가 있습니다.

다시 생각해보니 지난 날 아버지가 사과를 깎아줄까 하고 건넨 말을 싫다며 모질게 거절한 하루가 있습니다.

그렇게 좋아하는 건 아닐지도. 하고 마음 속의 작은 나와 타협을 하니

또 다른 방향에서

잠깐! 하고 다른 날의 기억을 들고 옵니다. 팩으로 된 사과즙을 단번에 세 개나 비우던 날입니다.

그런 기억들이 부딪히다가

결국 아무래도 모르겠다. 싫어하는 건 아냐. 확신은 없지만. 하고 어물쩍 물러납니다.


함께 사과파이를 먹으러 간 친구는 내가 사과를 좋아하는 줄 알고

함께 급식에 나온 샐러드 속 사과를 버린 친구는 내가 사과를 싫어하는 줄 알지요.

그러면 나는 그 친구들에 맞춰 그런가보다 하고 넘기고 맙니다.


모든 일들에 그런 식으로 흘러 넘겨 버릇한 지난 날을 오늘에서야 후회합니다.

내가 누구인가 소개해야 할 첫머리에서 우물쭈물대며 변명을 이만큼이나 늘어놓는 걸요.


사실 위의 이유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순간 처음 만나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려니

어라, 나를 소개할 문구 하나 제대로 떠올리지 못하겠더군요.


지금에서야 내가 누구인지 찾으려 합니다.

조금 늦은 것 같기는 합니다만

그래도 아주 늦지는 않았으리라 믿습니다.


이 글의 아주 마지막에는 당신들께 꽤나 멋지고 그럴듯한 말로 나를 소개할 수 있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