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걸 좋아하나요?

말하는 것과 비교해본다면 어느쪽이 더 낫나요?

by 김영

글을 좋아하느냐 물으면 갸우뚱 하고 고개가 기울어집니다. 싫어하지는 않는데... 아마 좋아하는 편인 것도 같은데... 정말로 좋아하는 수준까지는 잘 모르겠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친구가 말해주길, 글을 쓰는 것만으로도 남들보다는 훨씬 글을 좋아하는 거라 합니다. 보통은 글을 읽는 데 그치거나 그것도 싫어서 읽지도 쓰지도 않는다고. 그렇게 생각하면 나는 꽤 글을 좋아하는 사람인 것도 같습니다.


사실은 생각이 많은 사람입니다. 다만 말은 다소 적은 사람입니다. 가끔은 생각나는대로 무작정 말해버려서 아닌가 고민하기도 하지만, 결국 생각이 길어지면 지금 한 말 뒤에 올 다른 말을 고르지 못해서 말문이 턱 막히기도 합니다.


하나를 생각하면 다음 하나를 떠올려 툭 말하고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하나를 생각하면 관련된 것들이 우후죽순 열댓개가 떠오르고 그 중에 가장 괜찮은 하나를 고르기 위해 또 생각하고, 이 말을 해도 될까? 나쁜 말은 아닌가? 누군갈 상처입히는 말은 아니겠지? 하고 여러가지 필터를 거치다보면 말은 안 나오고 시간은 오래 걸려 내가 말할 타이밍까지 놓치곤 합니다.


그래서 글을 쓸 때가 종종 있습니다. 이리저리 방황하고 팽창하는 생각들을 떠오르는 대로 무작정 종이에 적어내리는 건 꽤나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되곤 합니다. 그리고 그런 글을 다듬고 단어를 고르고 문장을 완성시키는 건 꽤나 보람차기도 합니다.


다만 글을 남들에게 내보이는 건 아직 어렵고 낯섭니다. 아마도 이 글을 내보이면 누가 읽고 이렇다 저렇다 말하게 되는 상황이 두려운 것 같습니다. 말을 할 때 거치는 필터와 비슷하게 말이에요. 나 조차 뭉뚱그려 표현하고 있던 나의 생각과 감정을 누가 알게 된다면 두렵고 부끄러울 것 같거든요.


말은 가볍고 휘발적이라 조그만 실수를 해도 어렵지 않게 넘어갈 수 있죠. 농담이었어! 혹은 아니었나봐. 하고 웃어넘기면 왠만한 문제는 해결이 됩니다. 다만 아주 큰 실수를 저지른다면 휘발유에 불을 지르고 바람을 일으킨 것마냥 큰 일이 나기도 합니다. 그래서 말이 무서운 법이죠. 불이 바람을 타고 어디까지 갈지 아무도 모르니까요.


글은 그보다 무겁고 가시성이 있습니다. 글을 지우지 않는 이상 오래오래 남아 있으니 여러번 읽으면 사소한 실수가 계속해서 나타나기 마련입니다. 내일이 되어 이 글을 읽으면 왜 이렇게 썼을까 후회할지도 모르겠어요.


평소엔 글을 자주 쓰긴 해도 자주 보여주지 않는 성향입니다. 날 것의 글을 주로 써서 그런 것 같아요. 말은 그 순간에 대화하고 있는 사이에만 내놓고 사라질 생각과 마음입니다. 글은 내가 선택해서 보여줄 수도 숨길 수도 있지만, 한 번 공개하면 내가 모르는 이국만리의 사람에게도 읽힐 수 있다는 게 참으로 신기한 일 중 하나 같아요. 남들은 완성된 멋진 형태의 글을 턱턱 내놓는데 나는 미완성의 엉성한 글을 쓴 것이 비교되어 부끄럽기도 합니다. 그래도 결국 글을 쓰는 이유는 뭘까요. 내가 어떤 점에서 글을 좋아하기 때문이겠죠. 그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모르겠습니다만 조금 더 글을 많이 써본다면 알 것 같기도 합니다.


말이 꽤나 두서없이 이리저리 방황하네요. 몇 번이고 고치고 싶은 글이 되겠지만 결국 하고픈 말은 내가 글을 꽤나 좋아하는 것 같다는 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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