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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광 Dec 28. 2020

이명박과 박근혜

(제목을 좀 자극적으로 달았지만 정치 포스팅은 아닙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전직 대통령 2명이 지금 나란히 감옥에 가 있습니다. 죄를 지었으니 당연히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감옥에 가야 하는 것이고 이건 우리나라가 아직 정의가 살아있다는 것이니까 저는 이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제가 이 글에서 생각하고 싶은 내용은 다음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알면서 저지르는 죄와 모르고 저지르는 죄 중에서 어떤게 나쁘다고 생각하시나요? 당연히 알면서 저지르는 죄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한번 더 생각해 보면 이런 질문도 듭니다. 보통 알면서 저지르는 잘못은 그래도 조심하게 되니까 자주 반복되지는 않게 되지만, 모르면서 저지르는 잘못은 인지하지 못하니까 아무 거리낌 없이 저지르게 되니 반복하여 저지를 수도 있고 또 처벌에 대해 반감을 가질수 있으니 더 나쁜거 아닌가요? 만약 어떤 똑같은 위법 행동을, 한 사람은 인지한 상태로 하게 되고 다른 한 사람은 인지하지 못한 상태로 하게 되면, 처벌하는 판사 입장에서는 전자의 사람을 더 엄하게 처벌하겠지만 피해자 입장에서는 후자의 사람이 더 무서울 수도 있는 것입니다. 즉, 전자의 유형은 본인의 양심이라는 브레이크가 있긴 하지만 후자의 유형은 그마저도 없는 것입니다.


아마도 눈치 빠른 분들은 제가 왜 제목을 이렇게 잡았는지 이해하실 것입니다. 저는 알면서 죄를 저지른 사람을 이명박 스타일로 지칭하고 자신도 모르는 죄를 저지른 사람을 박근혜 스타일로 지칭한 것입니다. 전자는 교활한 범죄자이고 후자는 무식한 범죄자입니다. 이명박 스타일은 양심이 없는 것이고 박근혜 스타일은 머리가 없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감옥에 있는 이명박을 동정하는 사람은 별로 없지만 일부 노인분들 중에서는 감옥에 있는 박근혜를 동정하는 이유도 아마 그런 이유일 것입니다. 잘 모르고 최순실 같은 측근들에게 속은 것에 불과한 것인데 박근혜는 무죄 아닌가 하는 논리이지요.


그런데 저는 이명박보다 박근혜가 더 나쁘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그 자리가 어떤 자리인지조차 몰랐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사회에 해악을 끼친 측면에서는 이명박보다 박근혜가 더 컸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탄핵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사법부가 그 탄핵을 제대로 인용하지 않았더라면 박근혜의 그 무지함과 오만이 온 나라를 도탄에 빠트리고 큰 위기에 처했을 수도 있습니다. 박근혜가 오만하고 독선적이었던 이유는 본인의 저지르는 죄를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법이라는 것은 최소한의 제도적 통제 장치이고 그 이전에 양심과 머리가 자신을 통제해야 합니다. 이명박처럼 양심이 없는 사람들은 이 사회가 법을 통해 양심을 어긴 대가를 지불하게 하면 되니 통제하기가 쉽습니다. 하지만 박근혜처럼 머리가 없는 사람은 훨씬 통제가 어렵습니다. 자기의 잘못을 모르니 이를 지적하는 사람들에게 오히려 화를 내게 되고 개선의 여지가 없습니다. 사실 윤리적 판단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의 지능을 요구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양심을 지켜야 할 뿐만 아니라 항상 생각하며 살면서 머리도 제대로 작동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을 돌아보는 노력도 필요하고 합리적인 판단을 할 줄 아는 지혜로운 친구를 가까이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박근혜가 최순실 같은 친구만 있었으니 이용만 당한 거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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