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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광 Dec 26. 2020

소통과 지능

저에게는 두명의 자녀가 있습니다. 첫째는 아들인데 성격이 엄마 쪽을 많이 닮았고 둘째는 딸인데 성격이 저를 많이 닮았습니다. 와이프는 감정이 발달하고 사람의 마음을 잘 헤아리는 편이지만 저는 감정이 메마르고 이성적이라 제가 상처를 받기보다는 주는 편입니다. 자녀들이 어릴때야 그런 성격 차이가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는데 사춘기를 지나면서 본인들 생각이 강해지고 관계에서 갈등상황이 발생하니 각자의 성격이 관계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습니다. 딸과의 관계에서는 조금 갈등이 생겨도 쉽게 이해되고 풀리는데 아들과의 관계에서는 갈등이 쉽게 해결되지 않고 악화되는 면이 있었습니다. 딸은 성격이 비슷하니 이해가 쉬운데 아들은 성격이 완전히 다르니 서로 이해하기 어려웠던 것입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소통비용이 아들에게는 더 들었던 것입니다.


이건 경상도 사투리를 같이 쓰는 사람과의 소통과 경상도 사투리와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사람과의 소통의 난이도가 다른 것처럼 자명한 것입니다. 서로 성격이 다르니 소통이 더 어려운 것이지요. 소통비용이 커진다는 것은 상대방 입장으로 돌아가 그 의도를 헤아려보려는 노력이 요구됨을 의미합니다. 여자들은 그런걸 잘하는 편인데 남자들은 대부분 자기중심적이라 그런걸 잘 하지 못합니다. 조금 더 냉정하게 말하자면 그건 지능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소통은 이해와 전달을 전제하는 것인데 이해는 IQ 가 필요하고 전달은 EQ 가 필요합니다. 즉, 소통능력 = 학습능력 + 전달능력 입니다. 그러니 원활한 소통에는 당연히 높은 지능이 필요한 것입니다.  


일단 IQ 가 안되면 이해를 못하고 오해를 하게 됩니다. 학습 능력이 약하면 이해를 하는데 어려움이 있는건 상식적으로 당연합니다. 머리 나쁜 사람들이 오해를 더 쉽게 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본인이 편한대로 생각하기를 즐겨하는 사람들은 오해를 쉽게 하는 근본이유는 그들의 뇌가 유독 게으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뇌가 게으르면 사안을 충분히 검토하는걸 어려워하니 머리가 나쁜 것처럼 보입니다. 또한 IQ 가 높아서 학습이 잘 되어도 EQ 가 낮으면 전달을 제대로 못합니다. 상대의 감정을 헤아리지 못하니 해야 할 말과 하지 않아야 할 말을 구분하지 못하고 표현합니다. 그러면 상대방에게 내 생각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상대의 감정선을 건드리니 상대에게 내 생각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합니다. 아마도 제가 IQ 는 높지만 EQ 가 낮으니 아들과 소통하는 가운데에서 아들의 감정선을 건드려서 관계가 소원해진 면이 있을 것입니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시험문제를 풀때에도 그런 경우가 많습니다. 원래 아는 내용인데 시험 문제 지문을 잘못 읽고 오해해서 엉뚱한 문제의 답을 내는 것입니다. 그게 여러번 읽는 글에서도 그런 경우가 있는데 말과 표정으로 전달되는 인간관계에서는 훨씬 오해하기 쉬운 것입니다. 내가 불쾌한 경험을 했던 사건들이 알고보면 사소한 오해나 소통방식의 차이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습니다. 그건 다시 말해서 나나 상대방의 지능이 충분히 뛰어나지 않아서 그 모든것을 헤아리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문제의 난이도가 나의 능력보다 지나치게 높으면 그것을 해결할수 없듯이 나의 이해능력보다 상황이 지나치게 복잡하면 그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그런 경우 자기 수준에서 나름대로 편한 방식으로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판단을 하고 행동을 하면 그게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들게 되곤 합니다. 그래서 소통능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합니다.


그래서 저와 아들은 한동안 많이 소원했고 아들은 그로 인해 더욱 방황을 하는 악순환이 일어났었는데 이를 지켜보기가 쉽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하는 어떠한 말도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아들에게는 오해의 씨앗이 된다는 것을 알았기에 저는 침묵하고 눈치를 볼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아들이 나이를 먹고 머리가 커지면서 조금 성숙해졌던 것입니다. 그래서 본인의 분노감을 어느 정도 해결하고 저와 대화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대화를 하게 되면서 제가 담담하게 네가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 그게 왜 본인을 힘들게 하였는지, 그리고 아빠는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 그리고 그게 왜 너랑의 소통의 어려움을 초래했는지를 최대한 객관적으로 담담하게 설명했는데 이제는 이해를 하게 된 것입니다. 지능이 뛰어난 아이라서 감정만 다스리면 소통이 쉬워지는 것입니다. 본인이 가졌던 "기본적 귀인오류"를 벋어나게 되면 상황은 보다 객관적으로 이해하게 되는 것이니 관계가 회복될 실마리를 찾게 된 것입니다. 부자지간의 성격차이로 인한 소통비용이 높아서 아빠를 실제보다 더 나쁜 사람처럼 악마화하고 싶은 감정적 요인이 본인에게 있음을 인지하게 됨으로써 관계의 새로운 장이 열리게 된 것입니다.


사랑은 ‘상대방의 정신적 성장을 향한 의지’라고 정의한 어느 정신과 의사의 말처럼 소통은 정신적 성장이 전제되어야 하는데 그걸 기다려주는 것은 결국 사랑인 것입니다. 다만 술이 취하면 우리가 정상적인 판단을 할수 없는 것처럼 분노감에 휩싸이면 우리의 소통지능은 100%를 발휘하지 못하고 50%만 발휘되곤 합니다. 즉, 분노감은 머리좋은 사람도 머리나쁜 사람처럼 행동하게 만들 위험이 있습니다. 이는 거꾸로 말하면 관대한 마음을 가지면 자신의 능력을 극대화 시킬수 있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꾸중을 기반으로 하는 교육보다는 장점을 발견하여 칭찬하는 교육이 장기적으로 더 효과적인 것도 그 이유입니다. 그래서 가급적 관대하게 사는 것이 본인에게도 유익한 것입니다. 물론 그런 용서는 아무나 하지 못합니다. 지혜롭고 용기있는 사람만이 과거가 주는 구속의 족쇄를 풀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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