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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광 Dec 30. 2020

글쓰기의 유익

제가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생각을 다듬어보니 몇가지 유익한 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일단 흐르는 상념들을 정리하는 과정을 통해서 생각을 보다 분명히 할수 있다는 것도 있고 그런 생각을 다시 읽는 과정을 통해서 나를 타인의 시선으로 관찰하는 기회를 갖는다는 유익도 있습니다. 감정을 순화시키고 고독을 음미하는 수단으로도 좋은것 같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발견한 또다른 장점은 독서를 보다 비판적으로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책을 읽으면 그냥 작가의 말하는 내용에 수동적으로 끌려가는 편이었습니다. 이 사람이 말을 잘하는지 못하는지, 주장을 전개하는 방식이 탄탄한지 아니면 허술한지에 대한 판단을 못내리고 그냥 읽게 되고 읽을때는 나름 수긍을 하다고 읽고 나서 잠시후면 그 내용을 까먹고 밑빠진 독에 물은 부은 것과 같은 느낌을 얻었던 적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제 제가 글을 쓰는 습관을 들이고나니 독서를 할때 예전보다는 작가의 입장에서 비판적으로 읽게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그냥 독자의 입장에서 읽었는데 지금은 독자이자 또다른 작가로서 글을 비판적으로 읽는 경험을 합니다. 그래서 잘쓴 글은 좀더 음미하면서 읽게 되고 잘 못쓴 글은 예전보다 더 과감하게 중단하게 되었습니다. 즉, 글쓰기의 유익은 작가의 경험을 통해 글에 대한 안목을 키워주고 효과적인 독서를 가능하게 한다는 점일 것입니다. 


사실 글이라는 것은 결국 어떤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은 것입니다. 그렇기에 무엇이 질문인지 그리고 무엇이 답인지를 먼저 파악하고 그 질문에서부터 답으로 전개되는 과정이 얼마나 탄탄한지를 살펴보면 됩니다. 좋은 질문은 우리의 통념을 의심하는 질문입니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부분을 끄집어내어서 한번 더 생각하게 만드는게 좋은 질문입니다. (그런 면에서 이 브런치 글은 별로 좋은 질문을 던진 글은 아닙니다. 글쓰기가 어떤 유익이 있는가에 대한 답을 찾는 글이니 질문 자체가 사실 진부하고 우리의 통념에 도전하는 내용은 아닙니다)  


어쨌든 글쓰기는 질문에서 실마리를 풀수 밖에 없습니다. 그 질문이 흥미로운 질문일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지만 일단 질문이 던져지면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글쓰기의 주된 내용입니다. 그런데 어떤 질문에 좋은 답을 찾는것은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전문 지식이 필요할 수도 있고 또 정답이 항상 있는게 아니기에 보다 겸손한 자세를 갖는게 더 중요합니다. (그래서인지 질문만 하고 답을 찾지 않는 글들도 있습니다. 그런 글을 읽으면 저는 화장실에 갔다가 중요한 일을 못마치고 돌아온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ㅎ ) 어설픈 감이 있더라도 일단 답을 제시하면 그 답이 하나의 가설이 되는 것이니 후속 질문을 만들수 있게 되어서 추가 논의가 전개되고 사고가 발전할 가능성이 있을 것입니다. 


주어진 문제로부터 좋은 답을 찾아내는 것이 독서의 유익함이라고 한다면 주어진 문제에서 원하는 답까지 가는 과정은 독서의 즐거움(또는 공부)이라고 할수 있을 것입니다. 학술 논문으로 치면 그 논문이 얼마나 유용한가는 전자에 해당되는 것이고 그 논문이 학술적으로 얼마나 탄탄한가는 후자에 해당되는 것입니다. 유용하면서 학술적으로 탄탄한 논문을 쓰는게 제일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그건 매우 어려운 것이기에 일단은 탄탄한 논문을 쓰는 훈련을 하는 것입니다. 그런 훈련이 잘 이루어진 후에 운이 따르면 나중에 유용한 논문도 나옵니다. 하지만 그런 훈련이 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있더라도 이를 제대로된 글로 표현하지 못해서 타인에게 전달되지 못하고 사라지는 것입니다. 


독서의 즐거움을 느끼려면 무엇보다도 그 구조를 파악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어떤 주장이든 나름대로의 논증의 과정을 거치는데 그것은 논거와 전제 그리고 논리를 바탕으로 만들어집니다. 논거는 재료에 해당하는 것이고 전제는 배경 요인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불교식으로 표현하자면 논거는 인(因)에 해당하는 것이고 전제는 연(緣)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인과 연이 만나야 어떤 새로운 창조가 가능한데 그게 논리를 통해서 결합되어 얻어지는 것입니다. 논거는 정확하고 현실을 제대로 반영할수록 글이 탄탄해지고 전제는 그것에 독자가 동의할수록 설득력이 높아집니다. 이러한 구조를 보는 눈이 생기면 비판적 사고를 할수 있을 것입니다. 


쓰다보니 이야기가 좀 삼천포로 빠진 감이 있는데 결론적으로 하고 싶은 말은 경험의 중요성입니다. 글쓰기라는 경험을 통해서 글읽기의 차원이 높아질수 있듯이 경험을 통해서 이해는 한단계 발전하는 것입니다. 일단 경험을 하고 그 다음 관련 분야를 공부를 하면 그 내용이 훨씬 이해가 잘되고 그 다음 경험은 예전과는 차원이 달라집니다. 즉, 경험과 (이론) 공부는 두 날개에 해당되는 것입니다.  두 날개가 균형을 이루면서 날개짓을 해 나갈때 비상을 할수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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