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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광 Dec 31. 2020

질문의 힘  

어제의 브런치 글(제목: 글쓰기의 유익)에서는 글이란 결국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설명하는 것이라는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글쓰기라는 경험을 통해 글 읽기라는 공부가 한 차원 더 높은 경지로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 주된 포인트입니다. 오늘은 이와 관련하여 질문이 갖는 힘에 대해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질문이라는 것이 우리에게 던져지면 우리는 왠지 답을 해야만 할 것 같은 심리적 상태에 빠집니다. 질문이 우리를 불편하게 만들수록 더욱 그렇습니다. 만약 누군가가 저에게 "어제 무슨 나쁜 짓을 했지?" 하고 질문을 던진다면 저는 이를 듣고 아무 반응을 하지 않기가 어렵게 됩니다. 적극적으로 아니라고 부정을 하거나 아니면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하거나 또는 오해가 있는 것 같으니 오해를 풀자고 대답을 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질문이 갖는 힘입니다. 질문은 그것을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어떠한 반응을 유도하는 것이니 질문자는 질문을 통해 일종의 권력을 획득하게 됩니다.


질문이 주어졌을 때 우리가 답을 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은 우리의 설명 본능으로도 이해됩니다. 우리는 알지 못하는 것을 심리적으로 불안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것이 틀린 답일지라도 어떤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내는 것이 그렇지 않은 것보다 정신적 에너지를 덜 소모하게 되기에 인간은 답을 찾는 것을 선호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어떤 질문을 받게 될 때 무슨 주술에 걸린 것처럼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하는 심리적 부담을 갖게 되어 일종의 노예 상태로 전락하게 되는 것입니다.


질문이 갖는 권력을 이해하는 것은 두 가지 측면에서 유익하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그러한 심리적 장치를 이해함으로써 본인이 원치 않는 상태에 빠져들지 않도록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고 그로 인해 심리적 자유와 마음의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고기를 던져주면 무조건 덥석 물고 마는 강아지처럼 어떤 불편한 질문을 던져주면 그것에 즉각 반응하는 우리의 본성을 이해하면 누군가의 장난질에 놀아나지 않을 수 있고 그보다 오히려 질문자의 의도를 파악함으로써 프레임 싸움에 말려들지 않게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른 한 가지 유익은 우리가 질문의 힘을 이해함으로써 토론이나 대화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보다 능동적인 사고를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타인의 질문에 답하는 인생은 수동적인 인생인 것입니다. 스스로 질문을 던질줄 알면 보다 독립적인 사고를 할 수 있고 이는 리더가 되는 비결이기도 합니다. 우리의 통념을 뒤집는 좋은 질문, 사람들의 생각을 사로잡는 강력한 질문을 찾아내는 능력이 바로 뛰어난 리더의 핵심 역량입니다. 학문의 세계에서도 대부분의 학자들은 알려진 질문에 대한 좋은 답을 찾는데 주력하지만 소수의 뛰어난 학자들은 아예 새로운 질문을 함으로써 새로운 영역을 개척합니다. 이게 결국은 질문의 힘이기도 합니다. 질문이란 잠자고 있던 나의 머리에 일종의 노크를 하는 것입니다. 스스로 좋은 질문을 많이 할 수 있으면 우리의 머리는 이전보다 더욱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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