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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광 Jan 01. 2021

학습과 성장   

오늘은 올해의 마지막 날입니다. 올해 팬더믹으로 시간이 많아져서 브런치 글쓰기를 시작했는데 오늘 쓰는 글이 제 브런치의 100번째 글입니다. 허접한 글이지만 글쓰기를 하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힐링을 경험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루하루가 의미없이 지나는것 같지만 시간이 지나도 글은 남는다고 생각하니 저의 분신을 만든것 같은 애착이 생깁니다. 이 글쓰기를 통해 제가 조금 더 성숙한 사람이 되어가기를 희망해 봅니다.


어제 저녁에는 딸내미의 공부를 도와주었습니다. 딸내미가 다음 학기에 통계 수업을 듣게 되었는데 자신이 없다고 미리 예습을 하고 싶어해서 도와주게 된 것입니다. 통계학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개념이 너무 생소해서 이해하는데 제법 어려움을 겪는데 방학에 이렇게 미리 조금 맛을 보면 학기 중에 덜 힘들수 있으니 좋은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어제 딸에게 가르친 내용은 확률과 관련한 기본 성질에 대한 내용입니다. 그 학습 과정에서 딸이 어려워하는 것을 보면서 저의 학창시절을 돌이켜 보았습니다. 저 역시 처음에는 어려워했던것 같은데 시간이 지나면서 익숙해 지고 어려운 개념을 자연스럽게 습득하게 된것 같습니다.


공부를 잘 한다는 것은 일단 이해를 잘 하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이해를 잘하는 비결은 성숙함에 있습니다. 인지적 성숙을 의미합니다. 보라색이라는 개념이 있어야 보라색을 인지하는 것인데 그런 개념이 생기려면 다양한 색깔을 많이 접해서 빨강색과 파랑색이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빨강색의 종류의 다양함에 대해 경험이 있어야 합니다. 빨강색을 모르는 사람한테 보라색을 이해시키기는 대단히 어렵습니다. 결국 이해는 성숙이 전제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이해란 자신의 기존 지식으로부터 유추하여 새로운 개념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인데 기존 지식이 부족하면 (즉 성숙하지 않으면) 새로운 개념을 이해하는게 어려운 것입니다.


미국에서는 중고등학교보다 대학에서 배우는 양이 훨씬 많은데 그게 똑같은 내용이라도 고등학생이 5시간이 걸리는게 대학생은 2시간만 투자하면 된다는 연구에 의한 것이라는 글을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너무 어린 시절에 죽어라고 공부를 시키는 것은 그런 면에서 비효율적인 것일 뿐만 아니라 아이에게도 그리 좋은 경험이 아닐수 있습니다. 그건 아이가 성숙해질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고 조숙하게 만드는 방식인데 그게 자칫하면 잘못된 지름길을 찾게 만들수 있기 때문입니다. 충분히 시간적 여유를 갖고 이해를 해야 하는 것을 그냥 외워서 문제 풀이만 잘하는 방식으로 공부하게 되면 본인이 성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게 되기 때문에 크게 성장하지 못할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거북이처럼 느리더라도 본인이 스스로 생각하면서 성장을 경험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더 유익합니다. 그런 면에서는 좀더 마음의 여유를 갖는게 중요할 것입니다.


여유가 있으면 공부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가지 부정적 감정들(좌절감, 초초함)을 이겨내기 쉽습니다. 신뢰와 사랑이 의심을 이겨내고 결국은 승리하는 것처럼 여유로운 마음은 공부하는 과정에서 필히 수반되는 어려움을 극복하여 결국은 성장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러한 여유로운 마음은 꼭 시간적 여유 뿐만 아니라 각오를 단단히 하는것도 포함될수 있습니다. 공부를 처음부터 너무 쉽게 생각하며 그 난이도를 과소평가하면 당연히 좌절은 더 빨리 옵니다. 인생이 원래 만만한게 아닙니다. 공부가 어렵고 힘든 길이라는 것을 물론 알지만 사랑의 힘으로 기꺼이 그 어려움 가운데 나 자신을 던지고 용기를 내는 것입니다. 또한 어려운 과정에서 매사를 긍정적으로 사고하고 유머를 잃지 않으려는 노력도 긴장을 해소하고 여유를 찾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생각해보면 시간적으로 좀더 여유가 있는 미국의 시골생활이 저에게 많은 유익이 되었던것 같습니다. 한국에서는 너무 일이 많고 바빠서 무얼 하더라도 시간에 쫓기고 여유가 없게 되기 쉬운데 여기 미국에서는 연구를 하기에도 좋은 환경이고 또 더 장기적으로 성장을 추구할 수 있게 되는것 같습니다. 나를 사랑할줄 알아야 다른 사람을 사랑할수 있는 것처럼 내가 성장하지 않고서는 다른 사람의 성장을 도울수는 없는 것입니다. 제가 시행착오를 거쳐서 알아낸 학문적 발견들을 제 학생들에게 가르쳐주면 그들은 그걸 피함으로써 저보다 더 빨리 학습을 할수 있게 되는 것처럼, 제가 고민했던 문제들에 대한 어떤 해답들을 이런 브런치 글에나마 몇자 적어서 나누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새해에는 제가 받은 도움보다 더 많은 것들을 타인들에게 베풀고 나누어줄수 있게 되기를 희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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