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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광 Jan 20. 2021

 무제

오늘은 조금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습니다. 제 박사과정 학생 중에서 한명이 공부를 중단하겠다고 제게 통보를 했습니다. 박사과정 3년차인데 이제는 학업을 포기하고 그냥 다른 생업을 찾겠다고 이야기를 한 것입니다. 박사공부라는게 사실 길고 험난한 길이고, 그렇다고 장미빛 미래가 보장된 것이 아니기에, 대부분은 그 공부를 하는 과정에서 정신적 고통을 경험하거나 회의감에 빠질 때가 종종 있습니다. 아마도 지금과 같은 팬더믹 현상이 지속되면서 그러한 외부 환경이 본인의 학업의 어려움을 가중시켰을 것이 분명합니다.


별다른 위로의 말을 못해주고 그 학생을 떠나보내면서 저는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첫문장이 생각이 났습니다. Happy families are all alike; every unhappy family is unhappy in its own way.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만의 방식으로 불행하다). 행복이라는 것은 사실 불행의 요소가 없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어떤 사람은 건강이 나빠서 불행을 느끼고, 어떤 사람은 돈이 없어서 불행을 느끼고, 어떤 사람은 가정이 화목하지 않아서 불행을 느낄수 있습니다. 그런 기본적인 것들이 무너지면 기본적인 생활이 힘들어지니 행복해 지기 힘든 것입니다. 그걸 톨스토이는 위의 한문장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공부도 마찬가지입니다. 박사공부처럼 어려운 과정을 공부하기 위해서는 기본 머리 뿐만 아니라, 건강도 받추어져야 하고, 본인의 의지나 멘탈도 받추어져야 하고, 또 공부할 여건도 받추어져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 기본적인 여건이 받추어지지 않으면 공부가 어려울수 밖에 없습니다. 저 역시 유학을 떠나 공부를 하고 싶었어도 만약에 건강이나 가정 환경이 받쳐주지 않았더라면 공부를 제대로 마무리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건강도 마찬가지 입니다. 몸에 크게 아픈데가 없어야 건강한 것이지, 몸의 어느 한 부분만 아파도 나의 건강은 깨지는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중요한 것은 삶의 균형을 잃고 마음의 평화를 깨질만한 위험 요소를 사전에 방지하는 것입니다. 평소에 운동을 꾸준히 하고 식사를 규칙적으로 하는 것은 건강을 잃는 위험요소를 방지하는 행위라고 할수 있을 것입니다. 지나치게 무리한 투자를 한다던가 아니면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는 것도 경제적인 위험에 빠질 원인이 될수 있으므로 조심 해야 할 것입니다. 사람을 사귀는 것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지나치게 감정을 드러내거나 말을 함부러 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것입니다. 미움과 같은 감정은 자신을 갉아먹는 독약과 같은 것이니 사람들을 공평하게 대하고 평정심을 잃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마음을 다스리는 한가지 비결은 기대치를 낮추는 것입니다. 친구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면 친구에 대해 실망할 일도 줄어듭니다. 투자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면 너무 무리한 투자를 하지 않을수 있습니다. 높은 기대치와 그에 따른 무리한 행동이 많은 괴로움의 뿌리인데 그 높은 기대치의 근원에는 나의 공허함이 원인일수 있습니다. 소소한 것에서 기쁨을 얻는 법을 알지 못하니 거창하고 허영스러운 것을 찾는 것입니다. 저의 경우만 보아도 지금 같은 팬더믹 상황에서 정말 힘든 사람도 많은데 직장에서 안짤리고 건강하면 그것 만으로도 감사한 것입니다. 좀 지루하다고 너무 신경이 곤두서서 지내기 보다는 오히려 감사할 거리를 찾아서 그것에 만족하면서 나름대로 즐겁게 지내는 것이 보다 나은 삶의 자세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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