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에세이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재광 Jan 22. 2021

횡설수설

어제는 미국에서 조 바이든이 미국 대통령으로 새로 취임했습니다. 취임식 하는 장면을 TV를 통해 지켜보면서 저는 일말의 안도감을 느꼈던것 같습니다. 2주일 전만 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을 통해 집결한 극렬 지지자들이 국회 의사당을 무력으로 점령하는 모습을 보면서 불안과 걱정이 들었었는데 그래도 이제는 대통령 취임이 무사히 이루어진 것이니 이제 미국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 것입니다. 바이든이 대통령 취임하면서 헌법을 지키고 분열된 나라를 다시 통합하겠다는 약속을 했는데 그의 어깨가 매우 무겁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바이든이 어떤 이유로든 그에게 남겨진 4년을 제대로 보내지 않으면 미국은 다시 트럼프와 같은 파시스트가 정권을 다시 잡을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마치 문재인 대통령이 촛불 혁명으로 드러난 시대 정신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면 다시 수구세력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런 생각을 하니 저는 지난 일요일 한국에서 있었던 문재인 대통령 신년 기자 회견을 시청하고 나서의 씁쓸함이 상기가 되었습니다. 대통령의 입으로 직접 답변한 내용들에서 여러 가지로 아쉬운 점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백신 주사가 한국에서 접종되면 제일 먼저 맞을 용의가 있냐는 질문에서는 먼저 노인과 의료 종사자들에게 양보하고 본인은 설득이 필요하다면 먼저 맞을 용의가 있다는 대답을 했습니다. 대통령이 국민과 소통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는 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이나 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문제점과 관련한 비판에도 반성보다는 변명조의 답변을 하는 것을 보면서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책임감이 강한 사람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답변이었습니다.


분명 문재인 대통령도 4년 전에 취임할 때에는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이야기 하면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할 것이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다"라는 달콤한 약속을 했었는데 과연 지금 그런 약속이 이루어진 것인지, 본인이 그런 약속을 기억이나 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약속을 쉽게 하고 그에 따르는 책임감을 외면하는 사람에게 신뢰감을 느끼기는 어려운 법입니다.



제가 아쉽게 생각하는 것은 공인으로서의 대통령의 자리에서 하는 발언은 문재인 개인의 생각을 이야기 하기 보다는 보다 공적인 역할에 부합하는 사고를 바탕으로 발언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백신 주사를 대통령이 먼저 맞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대한 질문은 "어떤 대답이 더 대통령으로 합당한 대답일 것인가?"를 생각해보면 되는 것입니다. 그가 생각하는 대통령의 역할이 국민들을 설득하고 갈등을 해결하고 어려움을 이겨 내는 것이었다면 당연히 먼저 솔선수범하여 주사를 맞고 국민들에게 백신 접종에 모두 협조할 것을 설득해야 하는게 맞는 것입니다. 이명박처럼 미국소를 수입 허가를 하고 광우병의 위험이 과장되었다고 이야기하면서 청와대에서는 한우를 구입하는건 리더의 자세가 아닌 것입니다. 미국소가 위험이 없다고 국민을 설득할 거였으면 대통령부터 미국 소고기를 먹으면서 국민들에게 안심하라는 이야기를 했어야 하는 것입니다. 결국 문재인의 대통령 직에 대한 이해는 이명박이나 박근혜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측면에서 실망스러운 것입니다.



사실 대통령 취임사에서 거창한 약속을 할 필요도 없습니다. 국민을 잘살게 해주겠다 이런 약속을 하는건 대통령의 임무에 대하여 잘못된 이해를 드러내는 것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처럼 헌법을 수호하겠다, 나를 지지한 사람이든 지지하지 않은 사람이든 똑같이 대우하고 사회 갈등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겠다, 이런 말이 대통령이 국민 앞에서 해야할 올바른 약속인 것입니다.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하는건 사실 횡설수설 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대통령의 횡설수설에 대해 이야기 하다보니 저 역시 이 글에서 횡설수설 하게 된것 같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무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