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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광 Nov 22. 2021

과정으로서의 인생

인생을 무엇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보는 관점은 목표지향적인 사람들에게서 흔히 볼수 있는 것일텐데 삶의 어떤 성취를 이루고 그 성취를 통한 만족을 이룰수 있다는 점에서는 유용한 면이 있지만, 본질적으로 공허하고 과정의 스토리가 생략되었기에 감동이 없다. 우리가 누군가를 따르고 싶고 존경심이 생기는 것은 단지 그 사람이 성취한 결과가 훌륭해서인 것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배울 점이 있기 때문이다.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 역시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단순히 결과만을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그 결과를 가져온 과정 자체를 음미함으로써 그 과정에서 어려움을 극복하고 용기를 내는 것에서 감동을 느끼는 것이다. 우리는 그 감동을 바탕으로 위로를 얻거나 용기를 낼수 있는 힘을 얻거나, 아니면 삶의 지혜를 배울수 있게 된다. 실제 인물을 바탕으로한 영화에서 큰 감동을 얻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기록하는 자세는 과정으로서의 인생을 음미하는데 도움이 된다. 특히 요즘처럼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시대에서는 그런 기록을 통해서 더 커다란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하고 끈끈한 유대를 얻게 될수도 있다. 마치 BTS 같은 그룹이 세계적으로 크게 성공할수 있던 요인이 단순히 노래를 잘하고 좋은 음악을 발표해서라기 보다는 BTS가 자신의 음악세계에 대한 스토리 전달에 크게 성공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다가올 미래에서는 고유함을 추구하는 개인의 아이덴터티를 구축하는게 적절한 방식으로 소통하는게 중요해진다고 한다.  개인 브랜드를 구축하고자 하는 사람은 그에 합당한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 이제는 일상에 채록된 기록이 나를 표현하는 의미를 가진다는 것이다. 스스로의 흔적을 남기고 성장의 기록을 정리하고 나누는 것이 일종의 사회문화적 자본이 될수 있는데 그게 개인의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과정의 충실성에 대한 기록이 될수 있으므로  의미가 있다.


그래서 이러한 개인 브랜드를 구축하거나 아니면 자신의 성장 스토리를 알리고 그걸 통해서 타인의 공감을 얻고자 하는 사람은 일단 자신을 보다 정확하게 이해하는게 필요하다. 왜냐하면 그저 사람들에게 아부하고 타인의 비위를 맞추는 방식은 결국 타인의 기대값을 따르는 것이므로 그런 사람은 그냥 무색무취가 되어서 기록의 의미가 떨어지고 타인에게 감동을 주기 어렵다. 자신의 주체적 판단이 아닌 사회의 기대값을 따르는 사람은 본질적으로 수동적인 인생을 사는 사람이다. 그러한 수동적인 인생을 벋어나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보다 명확한 자기 규정이 필요하다. 처음에는 부모님과 같은 타인이 자신을 규정하지만 언젠가는 그걸 깨고 스스로 자신을 규정할수 있어야 한다. 나를 발견한다는 것은 일단 나다움이 무엇인지를 발견한다는 것인데 그것이 타인의 기대와 욕망이 섞여있는 경우가 많아서 종종 어려움을 느끼는 것이다. 성장 스토리에는 그러한 나의 발견이 주제가 되는데 거기에는 용기를 내는 순간이 필요하고 그제서야 비로서 그 드라마의 주인공은 내가 된다. 나를 발견하고 그 나다움을 극한까지 추구하여 하나의 모범답안을 제시하는 것이 각자의 삶에서 주어진 인생의 숙제인 것이다. 


과정으로서의 인생을 이해하면 힘들고 평범한 일상도 의미가 부여된다. 평범함 속에 가려져있는 고유하고 차별화된 경험과 컨텐츠의 씨앗들이 드러나게 되고 그것들이 자라나는 과정이 기록되고 음미될수 있다. 처음에는 그 내용이 시시한 것일수도 있고 때로는 유치한 것일수도 있겠지만 결과적으로는 흐르는 시간의 강물에서 언어의 그물로 나자신을 건져내는 일종의 구원의 행위인 것이다. 나 역시 페북으로, 또는 브런치로 일상을 공유하고 기록을 하고 있는데 그 기록이 축적되면서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보다 성숙하게 다듬어져가는 나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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