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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광 Nov 29. 2021

스토리텔링의 힘

어떤 사상이나 관념은 내 머리 속에서 추상화된 결론이고 그걸 다른 사람에게 직접 전달하는 경우 내 의도와는 다르게 전달되거나 아니면 충분히 이해를 시키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마치 수학에서 어떤 개념을 전달할때 정의와 성질 정리만을 이야기하면 학생들이 소화하기 힘든 것과 동일한 원리이다. 제대로 전달하고 이해시키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그 추상적인 개념이 실제 문제에서 어떻게 적용될수 있는지를 설명해 주는게 효과적이다. 마찬가지 원리로 내 생각을 전달할때에는 일종의 사례를 바탕으로 설명하는게 더 좋을텐데 그게 스토리텔링의 힘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드라마 지옥에서도 우리 인간이 얼마나 선동당히기 쉬운지, 그리고 불안감을 회피하기 위해 편리한 판단을 하려는 경향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에 대한 경각심을 주는데 그걸 만약 나레이터가 나와서 직접적으로 이야기를 하였다면 당장은 알아듣는거 같아도 그런가보다 하고 쉽게 잊을 것이다. 그 대신에 이 드라마처럼 주제가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스토리텔링만 해주고 그걸 시청자들이 나중에 곰곰이 복기하면서 주제를 찾아내도록 하면 그게 공감을 바탕으로 하기에 더욱 효과적인 전달 방식일 것이다. 무언가를 변화시키는 힘은 이성이 아닌 감정에서 나오기에 공감을 바탕으로 한 스토리텔링이 더 효과적이다. 서기관의 까다로운 질문에 탕자의 비유로 답을 하신 예수님도 훌륭한 스토리텔러 아닌가? 


그런 면에서 좀더 생각해보면 유치한 스토리텔링 방식은 메시지가 선명하고 선악구도가 분명한 것이고, 좀더 세련된 스토리텔링 방식은 일종의 부조리극처럼 열린 결말을 통해 상대가 다양한 해석을 하게 하고 그걸 통해서 시야를 넓히고 다양한 심미적 포인트들을 음미할수 있게 하는 것이리라. 어린 시절에 읽던 동화는 선악이 분명하지만 뛰어난 소설가의 작품에서는 그렇지 않고 다시 읽어도 새로운 감동이 있다. 영화 기생충을 보고 나서 이 영화에서는 악인이 등장하지 않는다는게 흥미로왔는데 그렇기에 영화 평론가들에게 높은 점수를 얻은 것이리라 


 결국 상대의 수준에 따라 다른 방식의 스토리텔링을 해야 한다는 의미일텐데 상대가 미숙하면 좀더 직설적인 방식으로 전달하는게 효과적일테고, 그렇지 않으면 그에 맞는 방식으로 좀더 세련되고 상대의 자유와 감정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전달을 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그래서 처음부터 직설적인 방식을 사용하기 보다는 가급적 스토리텔링과 같은 간접적인 방식으로 설명을 하되 상대가 그에 대한 해석이나 설명을 부탁하면 그때 부연설명을 하는 방식을 취하는게 나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무언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사람은 보다 나은 메시지 전달에 대하여 충분히 고민할 필요가 있다. 공감을 추구하지 않는 전달은 그냥 꼰대의 일방적인 설교에 불과한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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