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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광 Dec 04. 2021

Reflection

이번 학기 강의가 마무리되고 기말 고사만 남겨 놓아서 모처럼 여유있는 주말을 맞이하게 되었다. 나는 주말동안 지난 한학기를 돌아보면서 reflection time 을 가져보려고 한다. 거울에 비춘 자기 자신의 모습을 자세히 관찰하듯 reflection 은 나의 말과 행동과 감정에 담겨져 있던 나 자신의 진짜 모습을 발견하고 이해하고 용납하면서 한단계 더 성숙해지는 계기가 된다.


이수현 작가의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는 책에 의하면 과거의 어린 나와 작별하고 더 성숙한 나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애도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한다. 우리는 살면서 많은 이별을 하는데 자신의 젊음과 이별하고, 자신의 이상과 이별하고, 자신이 한때 절대적이라고 믿었던 믿음과도 이별하며 좀더 자라는데 이 모든 이별에는 애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프로이트는 충분한 애도를 하지 못했을때 우울증이 발생한다고 한다. 자신이 억누른 감정의 실체를 발견하고 애도하는 절차를 거치면서 이를 충분히 슬퍼해주어야 그 감정의 구속에서 해방되고 한발짝 더 앞으로 나아갈수 있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나의 reflection은 일종의 정기적인 성인식과 비슷할 것이다. 내가 그동안 어린 아이처럼 의지하던 것들이 무엇이었는지, 왜 나는 그걸 의지했던 것인지에 대한 마음 깊은 곳에서의 탐색을 통해 자기 기만적 요인을 발견하거나 아니면 맹목적으로 받아들였던 사회적 통념이나 전제를 발견하고 그것과 과감하게 이별을 함으로써 다음 단계로의 발검음을 디딜수 있게 되는 것이다. 특히 나처럼 고도의 정신노동을 하는 사람은 자신의 생각 프로세스에서 어떤 부분에서 헛점이 있었는지 그리고 어떤 부분에서 개선이 가능한지에 대한 깊이있는 분석을 할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reflection 을 하는 습관은 장기적으로 유익하다.


우리가 타인의 단점이나 문제점을 발견하기는 쉽지만 자신의 단점이나 문제점을 발견하기는 어려운 이유는 우리가 마음의 중심까지 들여다보는데 감정이 방해를 하기 때문이다. 감정이 방해를 하니 깊이 들어가지 못하고 외면을 하거나 아니면 적당한 쉬운 답에 만족하는 것이다. 그런 삶의 방식으로는 자신에게 정직하지 못하기에 진정한 의미에서 발전이 어렵고 가짜 인생을 살기 쉽다. 타인의 기댓값에 부응하여 그 비위를 맞추는 삶은 진정한 자신의 삶이 아닌 수동적인 인생에 불과한 것이다. 감정의 방해를 극복하고 자신의 내면을 깊이 응시할수 있는 내적 강인함이 reflection 에서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래서 최근에 내가 맘고생을 했던 기억을 reflection 해보니 나에게 두가지 문제가 있었다. 하나는 타인에게 심리적으로 기대감을 크게 가졌다가 그게 현실과 만나면서 그 기대감이 조정되는 과정에서 실망했던 사건이다. 내가 정서적 거리두기에 실패하고 기대감을 가졌던 부분은 그 과도한 기대감이 주는 환상을 만들어 놓고 그 가짜 울타리 속에서 안주하려고 한 것이니 타인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문제이다. 현실을 직시하지 않고 생각하기를 게을리한 이면에는 어떤 심리적 요인이 작용한 것인지 진지하게 탐구할 필요가 있겠다.


두번째로는 내가 소통부분에서 부족했던 부분을 발견한 것인데 이는 내가 상대적으로 뛰어나서일 수도 있고, 내 공감 능력이 부족한 것일수도 있고 또는 그 만남 자체가 서로 맞지 않아서 일수도 있다. 그래서 관계를 맺기전에 좀더 신중하게 탐색할 필요가 있고 일단 맺으면 서로의 역할과 일의 범위를 명확히 하여 불필요한 감정 낭비를 줄이고 즐겁게 협업을 하는게 보다 현실적인 자세일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좀더 지혜로운 소통과 공감능력을 키우는 방법을 연구해 볼 필요가 있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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