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논문
"You must catch a chicken" 이 표현은 교수님이 졸업을 하려고 발버둥치는 학생들에게 종종 해 주시는 말씀이셨다. 옛날에 (교수님 어린 시절) 읍내에 나가려면 돈이 없어서 마당에서 키우는 닭을 한마리 잡아서 가져가서 팔아야 했다는 것인데 그 닭을 잡는다는 것이 결국 논문 아이디어를 찾아내는 것을 상징하는 것이다. (교수님이 어느 정도 도와줄수는 있지만 논문의 결정적인 기여는 학생인 내가 직접 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문제는 닭이 잡힐듯 잡힐듯 계속 도망다닌다는 것인데 나는 실제로 닭을 잡아본 적이 없어서 그런 말씀을 하실때 별로 실감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내 머리속의 닭은 계속 잡히지 않았는데 ....
배수진을 치고 공부를 했는데도 내 논문은 도망치는 닭처럼 될듯말듯 계속 잘 안되는 것이었다. 이렇게 하면 되겠지 하고 논의를 하고 모의 실험을 해보면 그건 해결되는데 다른 문제점을 발견하고, 그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서 적용하면 또 다른 문제점이 찾아지는 생활의 연속이었다. 대장금 드라마에서도 보면 매회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면 끝날때 또 다른 문제가 생겨서 다음회를 보게 만드는 것처럼, 내 논문도 계속되는 문제의 해결과 또다른 문제의 발견의 연속이었다. 나는 나의 박사공부가 단편 드라마가 될줄 알고 시작했는데 아무리 위기를 넘겨도 또다른 위기가 나타나는 장편 드라마였던 것이다. 그래도 그때는 교수님이랑 대화가 어느 정도 되는것 같아서 배우는 맛이 있어서 연구를 이렇게 하는거구나 하는 느낌도 들었고 또 그 당시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도 하고 그랬었다.
그러던 어느날이었다. 시기는 1999년 2월 말쯤 되었던것 같고 쪽잠을 자는데 장소는 아마 집이었던것 같다. 깊게 자지는 못하고 2시간 정도 잠깐 잠이 들었는데 꿈속에서 이상한 장면이 나왔다. 성경의 다니엘서에 보면 어떤 손가락이 나타나서 글을 쓰는 장면이 나오는 것처럼, 내 꿈에서도 어떤 손이 나왔다. 손에는 펜이 들려 있었고 바닥에는 노트가 있었다. 그 손이 노트에다가 내 논문 주제의 어떤 문제를 풀어주는 것이었다. 꿈속에서 나는 "이게 뭐지?" 하다가 번쩍 깨었다. 문제를 푼 것이다. 그래서 나는 부랴부랴 꿈에서 보았던 공식을 그대로 받아적었다. 다시 자세히 보니 내용이 그럴듯 했고 시뮬레이션으로 간단하게 실험해 보니 잘 되는 것이었다.
그 내용을 타이핑을 해서 1-2페이지로 정리해서 교수님께 가지고 가니 흥미로운 아이디어라고 하면서 가져가신후 그 다음날 7-8페이지의 원고를 만들어 주셨다. 논문의 서론과 본론 앞부분을 적어오신 것이었다. 그리고는 나보고 좀더 살을 붙혀서 저널에 투고할 논문을 작성해 보라고 격려하셨다. 그 논문은 졸업논문의 주제였지만 교수님과 진행했던 방향과는 조금 달랐고 그냥 기존의 문제를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하는 내용이었다. 그게 나의 첫번째 논문이었는데 나는 그 논문을 완성하고 나서도 그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그 논문에서 제안한 방법론이 왜 작동하는지를 제대로 이해한 것은 그로부터 몇년이 지나서였다. 내가 이해하지도 못하는 내용을 논문으로 썼는데 그 논문은 투고후 일차 수정을 거쳐서 Survey Methodology 라는 저널에 단독저자로 실렸다. 나의 생애 최초의 논문은 그렇게 탄생을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