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기 중에는 워낙 바빴기에 나는 주로 방학을 이용해서 밀린 연구를 했었다. 한국에 있으면 여기 저기서 만나자 하는 사람들 때문에 시간을 빼앗기게 될까봐 방학이 되자마자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거의 방학 내내 미국에 있었다. 2002년 6월 초에는 월드컵의 열기로 기말 고사 분위기인지 축제 분위기인지 모를 정도로 학교는 물론 온 나라가 흥분의 도가니였는데 미국에 도착하니 너무나 조용해서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6월 중순에 아이오와에 도착했는데 브라질인지 아르헨티나인지 남미 학생들 몇명이서 깃발을 들고 다니는것 외에는 학교가 너무나 조용했다.
2002년 여름방학에는 지도 교수님과 논문 수정 작업을 2-3주 정도 하고 나머지 한달은 DC 쪽으로 가서 센서스국과 Westat 에서 하던 일을 마무리해야 했고 겨울방학에는 센서스국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하자고 해서 DC 쪽으로 갔었다. SAIPE 라고해서 소지역 추정 기법을 통한 소득 및 빈곤도 추정이 센서스 국의 주요 과제 중의 하나였는데 그 과제 책임자가 내가 개발했던 무응답 결측치 분산 추정 기법을 그 통계 작성에 적용하고 싶어했다. 2003년부터 시작해서 2006년 정도까지 거의 3-4년에 걸쳐서 방학 기간을 이용해서 이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프로젝트 결과는 나중에 2011년인가에 Annals of Applied Statistics 라는 저널에 출간되었다. 프로젝트로 돈도 벌고 그걸로 페이퍼도 썼으니 일석이조였던 것이다.
미국에 가서 프로젝트 일을 하면서 틈틈히 연구 관련하여 일을 하였으니 진정으로 연구에 전념할수 있는 방학을 가진 것은 2006년이 지나서였다. 그래서인지 그 당시 나는 논문 편수는 그리 많지 않았다. 논문을 쓸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7년에는 여름에 캐나다 칼톤 대학의 Rao 교수의 초청으로 캐나다 오타와에 가서 두달간 지냈는데 가족이랑 같이 가서 즐겁게 지냈다. 그때 처음으로 방학에 다른 일에 시간 뺐기지 않고 연구만 하는 시간을 보냈는데 제법 성과를 얻었다. 그래서 미국대학으로 가면 공부를 할 시간을 더 많이 얻을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던것 같다.
암튼 2002년은 그렇게 흘러갔고 그해 12월인가에는 노무현이 대통령이 되었다. 노무현이 대통령이 되고나서 많은 개혁 과제들이 진행되었는데 그중 하나로 통계 위원회라는게 생겨서 국가통계의 발전과 관련한 아젠다를 만들고 그와 관련한 변화들이 생겨났다. 통계 개발원과 통계 교육원이 생긴 것도 그 시절이었고, 그러면서 통계청에도 박사 출신들이 5급으로 대거 고용되었었다. 대통령이 통계에 대해 관심을 보인 것이 처음이니 노무현 대통령이 확실히 시대를 앞서는 면이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