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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광 Dec 12. 2020

겨울의 길목에서

제가 사는 이곳은 겨울이 춥기로 유명합니다만 어제는 날씨가 좋아서 자전거를 타고 라이딩을 나갔습니다. 따스한 겨울 햇살을 마음껏 만끽하며 달렸는데 차가운 공기가 얼굴에 닿는 느낌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제가 학생 시절 때만 해도 12월에는 눈이 항상 쌓여있을 만큼 추웠는데 지금은 그렇지는 않고 12월 중순 이후부터 추워서 1월에 피크를 이룹니다. 1월에는 영하 20-30도 정도의 추위가 일주일 정도 지속되는 고비가 있는데 그때에는 바깥에 나가는 게 전쟁을 치르는 듯한 비장한 각오를 갖게 만듭니다. 그래도 예전보다는 겨울이 짧아지고 덜 추워서 지낼만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미국의 캘리포니아나 플로리다 지역은 날씨가 항상 좋아서 4계절이 없다고 합니다. 예전에는 그런 지역에 사는 게 부러웠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4계절이 분명한 게 일 년 내내 봄 날씨인 것보다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언뜻 생각하면 일 년 내내 항상 날씨가 좋으면 천국에 사는 것처럼 좋지 않겠냐고 생각이 들겠지만 막상 거기에 오래 산 사람들의 이야기로는 시간이 흐르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일 년 내내 똑같으니 지금이 여름인지 겨울인지 구분도 안 가고 시간의 감옥에 갇혀 정지된 느낌을 갖는다는 것입니다. 어제와 오늘이 완전히 똑같은 나날을 20년 정도 그대로 반복한다고 한다면 아무리 그 나날이 편안하더라도 권태스러울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휴가가 좋은 건 평소에 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열심히 일하기 때문에 좋은 것입니다. 1년 내내 아무 일 없이 일상이 휴가인 삶에서는 그 휴가가 그리 값긴 것이 아닙니다. 긴장이 없는 삶이라는 건 외부의 위험이 없는 삶인데 그게 내부의 위험을 키우는 것일 수도 있는 것입니다. 추운 겨울이 있어야 더운 여름도 견디는 것이고 그러한 변화가 내 삶을 더욱 다채롭고 흥미진진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아이오와의 추운 겨울 때문에 온갖 벌레와 병충해들이 얼어 죽어서 그다음의 농사가 훨씬 풍요롭게 큰 수확을 얻게 되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저의 인생에도 적당한 수준의 고난이 있었기에 그런 고난을 극복하는 경험을 통해 한 단계 성장하게 된 것처럼 모든 어려움 가운데에서 긍정의 씨앗을 찾으려는 그 노력이 우리의 인생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이번 겨울도 추위를 즐겨 보려고 합니다. 까짓 거 추워봤자 얼마나 춥겠습니까? 다 마음먹기 나름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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