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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광 Dec 14. 2020

공감의 어려움

엇그제는 제 지도교수님의 사모님이 노환으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연세가 거의 90에 가까왔으니 이제 살만큼 사셨고 최근 몇년간은 지병으로 고생을 많이 하셨으니 이제 돌아가시는게 그리 놀랍거나 안타까운 소식은 아닙니다만 이제 혼자 남겨진 지도교수님이 얼마나 쓸쓸하실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20대 후반에 결혼을 해서 거의 90대까지 같이 살았으니 60년을 넘게 부부로 산 것인데 그 옆지기가 이제는 더이상 이 세상에 없다는 것이 엄청난 허전함을 줄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러나 그 슬픔의 크기와 고통의 강도를 헤아리기가 참 어려웠습니다. 제가 경험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 며칠 전에는 한국에서 친하게 지내던 교수님과 통화를 했는데 최근에 학과 교수들과 크게 싸워서 온갖 정나미가 다 떠나서 학교를 그만두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제 생각이 나셨다고 합니다. 제가 예전에 겪었던 상황을 비슷하게 경험하시면서 비로서 제가 왜 미국으로 떠나고 싶었는지가 이해가 되었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동일한 상황을 겪어보기 전까지는 이해라는 것은 피상적일수 밖에 없었는데 이런 사건을 통해서 경험의 폭이 넓어지니 이해가 훨씬 쉬워지고 예전의 저에 대해 더 공감하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소설이 공감능력을 키우는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소설을 많이 읽으면 간접 경험이 늘어나니까 다양한 상황에 대한 이해가 쉬워지고 그러한 가운데에서 주인공이 가지게 될 감정을 헤아리는 능력이 늘어가게 되는 것입니다. 인간의 감정을 헤아리는게 어려운 이유는 그것이 언어로 정확히 표현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언어의 한계로 인해 감정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것이 인간관계의 어려움의 근본 원인입니다. 


공감이란 역지사지의 헤아림을 통해서 말로 표현되지 못하는 상대방의 깊은 감정을 나의 것으로 만들어서 상대의 어려움을 같이 나누는 행동입니다. 우리가 어려움을 당할때 괴로운 것은 그것이 주는 고통 자체도 있지만 그 고통을 혼자 경험하고 있다고 느낄 때입니다. 그때 가까운 사람들이 공감을 통해서 당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하는 것이 큰 위로가 될수 있습니다. 인간은 홀로 있을때보다 연대감을 얻을때 강해지기 때문입니다. 


결국 공감은 나 중심의 사고가 아니라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을 할줄 아는 따듯함과 성숙함이 전제되는 능력입니다. 상대의 감정을 추상적 언어로 표현하여 이해해 버리고 자기 감정의 방어선을 치고 마는것이 아니라 오히려 언어 너머에 있는 말로 표현되지 못하는 감정까지 헤아려주는 노력을 통해서 기꺼이 상대의 편에 같이 서는 것입니다. 어려운 상황에 있는 사람에게 어설픈 몇마디 말로 위로하고 자신의 의무를 다했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상대에게 연민을 가지고 지금 어떤 부분이 가장 힘든 것일까를 헤아려보는 노력 자체가 큰 의미가 있고 그 관계를 한단계 발전시킬수 있는 것입니다. 저 역시 공감능력이 뛰어난 편이 아니라서 인간관계가 깊지 못한 편인데 이런 부분을 유의해서 보다 공감을 잘하고 보다 따듯한 사람이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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