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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광 Dec 15. 2020

 메타인지의 중요성

어제는 공감의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오늘은 메타인지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메타인지(Metacognition)는 미국의 발달심리학자인 존 플라벨이 1976년에 만든 용어로써 자신의 인지과정에 대해 한 차원 높은 시각에서 관찰하고, 발견하고, 통제하는 정신 과정을 의미하는 것으로써 초인지라고도 부릅니다. 이를 좀 더 쉽게 말하면 "자기 관찰 능력" 또는 "자기 객관화 능력"이라고도 부를 수 있습니다. 자기가 무얼 아는지 무얼 모르는지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그에 따라 문제 해결에서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메타인지가 부족하면 자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에 과도한 자신감에 차 있거나 아니면 과도한 위축감에 빠져 있게 됩니다. 둘 다 발전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감정입니다. 아주 초보의 경우에는 모른다는 것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모른다는 것을 아는 것이 어려운 이유는 그것이 어느 정도 이상의 성찰 능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입니다.


메타 인지가 발달하면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에 감정에 크게 좌우되지 않고 그 상황에 맞는 선택을 하기 쉬워집니다. 각 분야에서 뛰어난 성취를 보이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메타인지가 발달하였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인지하고 있으면 그것을 보완할 방법도 찾게 되고 그로 인해서 성장이 가능해 지기 때문입니다. 또 인터넷을 찾아보니 투자를 잘하는 사람들도 메타인지가 발달한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워런 버핏과 같은 투자의 대가도 자기가 잘 아는 분야만을 투자한다고 했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자기가 잘 모르면서 유행에 휩쓸려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잘 아는 분야를 철저하게 분석하여 신중하고 과감하게 투자를 하였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메타인지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자세가 중요합니다. 하나는 지적인 겸손함입니다. 겸손함이 부족하면 자신의 무지를 인정하지 않고 자신을 속이기 쉽습니다. 자신이 모르는 것을 솔직하게 인정할 줄 아는 겸손함은 사실 용기를 필요로 하는 것인데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용기를 내지 못하는 이유는 자신의 내면을 깊이 응시하지 못하고 적당히 자기기만을 하면서 살기 때문입니다. 즉, 자신의 내면을 들어다 보는데 발생하는 감정적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기 성찰을 게을리하게 되는 것입니다. 자기 성찰 능력이란 결국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관념 세계 중에서 어떤 것이 편견에 기반한 허술한 믿음이고 어떤 것은 사실에 기반한 단단한 진짜 지식인지를 구분하는 능력입니다. 이를 제대로 구분하기 위해서는 기본적 사고 능력뿐만 아니라 상당한 수준의 냉정함과 엄격함이 요구될 것입니다.


공감은 타인을 나 자신처럼 여기는 자세라고 한다면, 자기 객관화는 나를 타인처럼 여기는 자세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공자님은 논어에서 () 서(恕)를 강조했습니다.  충()이란 나를 남처럼 대하는 것이고 서()는 남을 나처럼 대하는 것입니다. 충이 충만하면 자기에게 엄격하니 자기 객관화가 되는 것이고 서가 충만하면 남을 나처럼 여기니 타인의 감정을 헤아리는 공감능력이 높아지게 되는 것입니다. 공자님은 자신에게는 충을 적용하고 남에게는 서를 적용하라고 하셨는데 대부분은 그 반대로 살기 쉽습니다. 남에게는 엄격하게 충()을 적용하면서 자신에게는 한없이 너그럽게 합리화하면서 사는 것입니다. 저의 경우에는 오히려 엄격함이 너그러움보다 큰 편이라 제 일에서의 성취는 높은데 대신 타인에게 공감을 주고 위로하는 부분이 부족한 편입니다


메타인지를 개발하는 또 다른 중요한 자세는 반성적 자세입니다. 이것은 일기를 쓴다던가, 기도나 명상을 한다거나, 아니면 책을 읽거나 글쓰기를 하면서 나를 돌아보는 것입니다. 언어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그 감정에 거리를 두고 보다 객관적으로 응시하는 것입니다. 자신을 타자화하여 바라보는 과정을 통해서 감정이 지나치게 확산되어 자기 연민에 빠지는 것을 방지하고 오히려 글쓰기를 통해 힐링을 얻고 자기 구원의 경험을 하게 됩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흘러가는 시간 속의 감정의 강물을 언어의 그물로 잡아 올려서 영원의 공간 위에 올려놓는 행위입니다. 그 글을 통해서 나는 나 자신을 타인의 시각으로 바라볼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고 이를 통해서 자신을 구원할 희망의 실마리도 찾게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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