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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광 Dec 16. 2020

별을 찾아서

허무주의의 극복 

제가 대학교에 입학하고서는 한동안 허무감에 빠졌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 전까지는 대학 입학이라는 목표가 있었는데 대학을 입학하는 순간 그 목표가 사라지면서 다음 목표를 찾지 못해 방황을 했던 것입니다. 저의 경우 그 허무감이 제법 오래동안 지속되었는데 그러던 중에 우연히 버트란드 러셀이라는 유명한 사람이 젊은 시절 깊은 허무주의에 빠졌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러셀 선생은 젊은 시절 자살까지 생각할 정도로 심각했었는데 그때 자살을 감행하지 않았던 이유가 수학을 좀더 알고 싶어서였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학문적 호기심 때문에 자살을 하지 않았다는게 좀 특이한 생각이기도 하지만 저는 그런 느낌이 과연 무엇일까 하는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러셀 선생의 젊은 시절이 허무주의로 가득찬 깜깜한 어둠에 비유한다면 그에게 있었던 수학에 대한 열정은 하나의 별이 되어서 그의 젊은 시절을 비추었던 것입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는 모르겠지만 저 역시 오랜 방황을 끝내서 나중에 학문이 나의 갈 길이라는 것을 확신하는 순간 제 마음 속에도 하나의 별을 발견한 기분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그 이후로는 별다른 방황이나 허무주의에 빠지지 않고 꾸준히 학문에 정진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작년인가에 호르몬의 변화 탓인지 아니면 겨울에 햇볕을 별로 못보아서 그런지 우울감이 생기면서 학문에 대한 회의도 조금 들기 시작했었습니다. 승진도 다 했고 연구도 할만큼 했기에 고만고만한 논문을 계속 쓰는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던 것입니다. 저뿐만 아니라 많은 직장인들이나 교수들이 어느 정도 기반을 잡으면 그런 회의감에 빠지게 되는것 같습니다. 그런 회의감에 빠져서 나의 삶의 목표를 다시 한번 돌아보는 기회를 가졌는데 그런 시간이 돌이켜보니 충전과 재도약의 기회였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허무주의는 자신이 별이라고 믿었던 것이 별이 아니라 그냥 반짝이는 다른 가로등 같은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가지게 될때 생겨납니다. 물론 세상이 만만치 않으므로 생존이라는 것 자체가 하나의 목적일수도 있고 또 거창한 목표가 아니고 자기 주위 사람들을 사랑하고 행복하게 사는것도 삶의 훌륭한 목적이 될수 있습니다. 그것이 거창하건 소박하건 그런 마음의 별을 바라보면서 현재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힘을 내는 것이랑 그렇지 않고 아무 목적없이 닥치는대로 사는 것이랑은 큰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길을 잃다"는 의미를 가진 영어 단어 astray 의 어원은 star (별) 이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결국 우리의 삶에 희망을 갖고 어려움을 극복할 힘을 얻는 비결은 내 마음의 별을 찾는 것에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목적이 어떤 직업을 갖거나, 어떤 지위에 오르는 것이었다면 그런 목적은 진정한 목적이 아니라 사실은 더 큰 가치를 위한 수단이라는 것을 깨달을때 진정한 별을 찾을 기회가 됩니다. 교수가 되는게 목표가 아니라 교수라는 직업을 통해서 진정 이루고 싶은 가치가 있을때 교수가 되는 것에 안주하지 않고 그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정진하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부자가 되는게 목표일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부자가 되어서 그 돈으로 꼭 하고 싶은게 있을때 더욱 가슴이 뛰고 자신의 노력에 더욱 커다란 의미가 부여될수 있을 것입니다. 정치인은 대통령이 되는게 최종 목표가 아니라 대통령이 되어서 꼭 하고 싶은 가치가 있을때 더욱 진정성 있는 정치를 구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내 마음의 반짝이는 별을 찾는 것이 자칫 허무할수 있는 인생에 의미를 부여하고 자신의 삶을 별처럼 아름답게 만드는 여정의 시작이 될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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