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8/21
나는 어떤 일을 할 때 그 전의 준비기간에 그 솜사탕 같고 뭉게구름 같고 그 몽글몽글한 그런 느낌이 참 좋다. 무지개 같고 유니콘 같고 온 세상이 오색찬란하게 보이는 그런 순간 뭔가 다 잘 될 것만 같고 좋은 일만 일어날 것 같고 인생이 탄탄대로로 펼쳐지고 꽃길만 걸을 것 같은 그런 느낌.
아무튼 그런 기대감이 너무너무 크게 가지면 현실이 나의 기대감을 채워주지 못할 때 엄청난 상실감을 느낀다. 내 인생의 스토리. 실제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충분히 행복하고 감사해야 할 만큼, 어느 누군가에게는 평생을 간절히 원했을 수도 있는 그런 상황인데도 나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이유로 행복한 기억으로 남지 못했다.
하지만 현실은 똑같았다. 실제는 똑같았다. 세상은 원래대로 돌아가는데, 내가 녹아있는 설탕을 본 게 아니라 솜사탕을 본 것. 어두운 면 보다 밝고 빛나는 것들을 본 것. 내가 가는 길은 1년 4계절 똑같았는데 봄에는 꽃을 여름에는 푸른 나무를 가을에는 단풍을 겨울에는 소복한 눈을 본 것.
그러다 갑자기 내 기대치만큼 내가 행복하게 '느끼지' 않는다는 이유로 역시 현실은 시궁창이구나 하면서 시멘트 바닥을 보고 눌어붙은 설탕을 보고 어둠 속으로 파고 들어간다. 꿈과 희망, 노력, 성취, 보람, 인정 모두 충분히 받고 있으면서 그것들을 모았다가 버렸다가 하면서 감정 기복이 심하게 출렁였다. 왜 그랬을까? 그냥 그땐 그랬다. 그리고 지금도 왔다 갔다 한다.
나는 책이 출간만 되면 너무너무 좋을 것 같았다. 이 세상을 다 가진 기분. 책만 나오면 나도 이제 작가인가?! 나도 이제 글쟁이? 누군가가 내 글을 읽어주다니 너무너무 좋아! 하면서. 동네 사람들!!! 이 책 좀 보세요 제가 썼습니다!!! 하면서 동네방네 자랑도 했고 엄청난 축하도 받았고 실제로도 행복했다. 책이 나오기 전까지는. 그리고 책이 나온 지 한 주만에 가족 친구 지인들이 많이 사주시고 읽어주셨다. 분에 넘치는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응원 위로 칭찬 자랑 등등 기분이 하늘을 찔렀다!
그런데 실제 나의 삶은 변함이 없었다. 나는 여전히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하고 퇴근하면 집에 왔다. 밥 먹고 뭐 좀 하다 보면 잘 시간. 그리고 또 아침 일찍 일어나 회사-> 집을 반복하며 쳇바퀴 같은 인생을 산다. 모임도 나가고 이것저것 해보려고 해도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마음을 채우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렇게 점점 나의 풍선은 바람이 빠져 쭈글쭈글 해졌다. 나를 채우는 모든 것들 내가 이미 갖고 있는 보지 못하고, 내 기대에서 채워지지 못했던 것들 내 풍선에서 빈 공간들을 보며 공허함 허탈함 상실감을 느꼈다.
하루는 너무너무 감사함에 마음이 꽉 채워질 때도 있었고 하루는 이게 맞는 건가 나는 여기까지 밖에 안되나 하는 마음에 조금 실망을 느꼈다. 내가 이제까지 해온 것들을 보며 스스로 뿌듯하다가도 다른 사람들은 뭐하나 요즘에는 뭐가 유행인가 하는 마음에 무의식적으로 비교를 하기도 했다. 어느 날은 의욕이 넘쳐서 촘촘하게 인생계획을 세우고 나를 선언하다가도 어느 날은 열심히 살아서 뭐하나 오늘도 하루 종일 일했는데 일단 좀 눕자 하면서 잠만 쏟아질 때도 있었다.
아무튼 지금의 상태는 나의 기대감을 채우기 위해 노력하고 실천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파악하고 노력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일단 가장 시급한 것은 책 홍보! 나는 책 홍보를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고 일단 투고부터 해버렸다. 요새는 인스타그램이랑 네이버 블로그 브런치 이렇게 가장 활발한 것 같은데... 맞나? 아닌가? ㅠㅠ 암튼 열심히 거의 매일 뭐를 올리기는 하는데 너무 잡소리들 올려서 ㅋㅋㅋ 하지만 잡소리를 안 하면 심심해 죽는 병에 걸린 나는 대화할 사람도 없고 ㅠㅠ
아무튼 그래서 내가 한/할 일은
1. 링크를 모으는 사이트를 이용해서 이리저리 흩어져 있던 링크를 한 곳으로 모았다. 그리고 내가 쓰는 글들에 링크를 걸어두기도 함. 아ㅜ 그리고 전자책에 링크가 고장 났다 그것도 말씀드려야 한다.
2. 인스타도 홍보 계정을 따로 만들었다. 출판사에서 따로 만든 사람도 많다고 말씀해주셨을 때 들을 걸. 괜히 귀찮아서 개인 계정 썼다가 별로 홍보 역할이 안 된 거 같다. 내 생활이랑 책이랑 어차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긴 하지만 개인 계정은 대놓고 직접적으로 책 사세요! 하는 홍보를 하기엔 효과도 없고 내 개인 계정도 팔로워도 없닼ㅋㅋㅋ ㅠㅠ 사람들이 다들 뭔가를 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ㅋㅋㅋ 귀찮다는 핑계로 대충 넘어가려 하지 말고 온 마음을 다해서 최선을 다해서 전력을 다해서!!! 해야 하는데...
3. 모든 소통창구에 같은 글을 올리는 것도 좋을 것 같다가도 SNS마다 결이 다르니 각자에 맞는 내용을 올리는 게 좋을 것 같다가도 그러면 어느 것도 뭐 제대로 안 될 것 같다가도... 암튼 인스타 하나 만들었으니까 그거는 책 관련된 내용 전부 옮겨놓아야겠다. 앞으로 남은 올해 동안 집중하기! 예고, 블로그에 올린 것, 마음에 드는 책 글귀, 긍정적인 확언들, 내 자잘한 생각들 모두 긁어모아서 ppt로 잘 만들어봐야지
4. 한 달 동안 핸드폰 카메라로 갬성 사진 찍는 법을 배우는 수업을 신청했다. 나는 감성을 좋아하는데 감성이 없다... 메마른 사람 냉혈한... 인스타를 위하여 배운다!! 요새 온라인 강좌 많아져서 해외에서도 이것저것 들을 수 있어서 좋다. ㅋㅋㅋ 사진 많이 찍고 여기저기 많이 올리기!!! 이번엔 중도포기 절대 안 돼ㅠㅠ
5. 글쓰기, 미니멀 라이프 등 나의 삶의 방식과 가치관이 맞는 그룹에서 더 많이 배우고 싶다. 각자의 삶에서 지혜롭고 현명하게 생활하시는 분들, 타인에게 기꺼이 꿀팁을 전수해주고 서로 응원하고 지지해주는 그런 사람들과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고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보며 나도 힘을 얻고 편안함을 느끼는 그런 관계를 더욱 많이 만나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아침 찍은 창 밖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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