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9/21
어제 휴가였는데 뭐했지? 치과 갔다가 은행 갔다가 마트 갔다가 치과를 잘 다녀온 보상으로 떡볶이 먹고 과자 먹고 폭식하고 잠들었다. 와우 꽤 바빴던 하루. ㅋㅋㅋ 어제는 남편이 재택 해서 시차에 맞춰 오후부터 밤까지 하루 종일 일해야 했다. 원래도 이 세상 온갖 일 다하는 것처럼 바쁘다고 하는 분인데 요새는 진짜 바쁜 게 보임.
암튼 요새 남편이 바빠서 이번 주 내내 저녁식사 당번이 내가 되었다. 내가 식사 준비하면 좋은 점은 내가 좋아하는 한식을 먹는 것. 새로 추천받은 반찬가게에서 장조림 깻잎무침 멸치볶음 깍두기 생선전 사 와서 먹고 어느 날은 김치찜 설렁탕 육개장 사 먹고 암튼 나는 잘해먹는다고 생각하는데, 남편이 잘 안 먹어서 문제다ㅠㅠ
나는 채소도 한국 반찬 식으로 무침이나 대쳐 먹는 게 더 좋고 탕 찌개 국 종류도 좋고 피자 햄버거 과자도 좋고 커피 콜라도 좋고 과일도 깎아져 있는 거 사 먹는 완전 초딩 입맛이다. 우리 남편은 신선한 재료 유기농 음식으로 챙겨 먹고 제철과일 챙겨 먹고 단탄지 계산해서 챙겨 먹고 아무튼 건강식으로 엄청 잘 챙겨 먹는다. 채소도 조리된 것보다 샐러드로 과일도 그때그때 깎아서 먹고 스무디로 직접 갈아먹고... 그래서 옆에서 같이 얻어먹으면 나도 편하고 좋았는데 ㅋㅋ
이제 내 밥을 차리려니 할 일이 엄청 많다. 그냥 반찬가게에서 사 온 음식 차려내는 것도 힘들다. 퇴근하고 걸어오는 길에 마트에서 장 봐서 무겁게 이고 지고 오는 것도 힘들고 밥솥에 밥하고 식탁에 음식 차려내는 것도 지친다. ㅠㅠ 그동안 남편이 매일같이 해줘서 한 끼 식사의 수고로움을 제대로 생각하지 못했다. ㅜㅜ 좋은 과일을 고르고 좋은 계란을 고르고 맛있게 먹어줄 상대를 생각하면서 기쁘게 준비하면 좋을 텐데 나에게는 그게 너무나도 부담이다ㅠㅠ 피곤하고 지치고 힘들다ㅜㅜ 설거지도 내가 안 하는데 왜 이렇게 주방일이 싫을까.
어느 날 내가 퇴근하고 마트에서 장보고 마트에서 산 초밥세트로 대충 저녁을 때웠다. 그리고 그날 밤 남편이 나에게 하는 말, 우리 주변에 테이크 아웃할 수 있는 식당이 많으니 횟감이나 샐러드 같은 날 음식을 먹을 때에는 마트에서 파는 거 말고 좋은 식당에서 테이크아웃 해오자고. 그래서 내가 대답했다. 네가 테이크 아웃해서 가져올 때는 네가 원하는 곳에서 주문해서 먹자고.
와이프가 힘들게 하루 종일 일하고 퇴근길에 겨우겨우 지가 먹을 샐러드랑 과일들 장까지 봐서 무거운 짐 들고 왔는데, 그냥 한 끼 대충 먹고 말지 그렇게까지 말해야겠냐고! 테이크 아웃하고 싶으면 네가 이 땡볕에 나가서 받아오던가! 마트에서 사 온 초밥 먹기 싫으면 먹지 말던가 다 먹어놓고 웬 잔소리? 마트에서 산 거 한 끼 먹는다고 죽는 것도 아니고 탈 난 것도 아니면서 난리난리! 욱하는 마음이 그 몇 초안에 살짝 들었다가 그래도 잘 대답했다고 생각한다.
내가 원하는 것을 전달했고, 쓸데없는 억측이나 오해를 추가하지도 않았고, 나의 부정적인 감정을 첨언하지도 않았다. 훗 깔끔했어. 그리고 남편도 알았다고 바로 대답해주어 대화는 그렇게 간단하게 정리됐다. 남편도 하고 싶은 말을 할 자격과 권리가 있었고 나도 내가 원하는 대로 깔끔하게 반응했다.
그리고 그날 밤 꿈에 정말 웃기게도 똑같은 상황이 나왔다. 다만 남편이 우리 남편 반 + 20년째 나의 최애 아이돌 반 이렇게 반반 섞여 있었다. ㅋㅋㅋㅋ 그리고 진짜 생각지도 못하게 나의 최애 아이돌님이 했던 개구쟁이 행동들이 남편이 하던 행동들이랑 비슷하게 겹쳐졌다! ㅠㅠ 나의 취향 완전 소나무... 그동안 으이구 저 인간 왜 저러냐 했던 행동들도 내가 티비로 아이돌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보고 귀엽다 했을 행동들이었다. 나의 아이돌이 마트 초밥은 싫은데... 하면 내가 근처 횟집 가서 초밥 새로 사다 줬을까? 꿈에서는 내가 어떻게 반응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 그때쯤 잠이 확 깨버렸던 것 같기도 하고...
아휴 아무튼 요 며칠 저녁 뭐 먹을까 신경 쓰느라 지쳤다. 스트레스받아서 1일 1맥을 하기도 ㅠㅠ 뭐 이런 걸로 스트레스받을 건덕지도 안되지만 그냥 내가 계속 신경이 쓰였다. 나는 그냥 레토르트 식품들도 잘 먹는데 테이크아웃 용기에도 그냥 먹는데, 재료 따져가며 플레이팅 해가며 먹는 남편을 따라잡기는 쉽지 않다. 그냥 따로 먹거나 남편이 해주는 거 받아먹거나 하는 게 젤 좋은 듯 헤헤. 혼자 살면 나도 제대로 안 챙겨 먹을 텐데 남편이 없으면 과일 깎아주고 채소에 단탄지 계산해서 먹으라고 챙겨주는 사람도 없으니...
맞벌이에 아이까지 돌봐야 하는 부부는 대체 어떻게 살까? 나 하나 간수하기도 이렇게나 지치는데ㅠㅠ 옛날 사람들은 젊은 나이에 아이를 둘셋 씩 낳아서 어떻게 살았을까ㅠㅠ 내가 출퇴근을 안 하고 전업주부로 있었으면 이것저것 보양식에 건강식 챙겨줄 수 있었을까? 어쩌면 그것도 아니었을 수도 있겠다. 내조를 음식으로 잘해주면 참 좋을 텐데. 뭐 내가 못하는 걸 어쩌나ㅠㅠ
나는 매일매일 콜라나 커피를 입에 달고 산다. 요새는 맥주도 마시고 안주로는 건어물 마른오징어나 쥐포도 엄청 좋아하고 버터구이 오징어도 좋고 분식으로 라면도 좋아하고 떡순튀에 오뎅도 좋아하고!! 아무튼 매번 콜라 커피 맥주는 끊어야지 끊어야지 하면서도 끊지를 못함 ㅠㅠ 그래도 조금씩 줄여야지 하지만 집이나 회사에서는 한 자리에 있기에는 너무너무 심심하고 또 외출하거나 놀러 가면 체력 딸려서 항상 먹게 된다. ㅠㅠ 그나마 떡볶이나 라면은 먹고 싶을 때마다 근처 한인마트까지 걸어가서 사 와야 먹을 수 있도록 집에 쟁여두지 않았다. ㅋㅋㅋ 그래서 먹는 횟수를 확 줄임 귀찮아서 못 먹는다 ㅠㅠ 오... 눕는 게 제일 좋아
결론은 남편 일이 얼른 잘 끝나서 남편이 다시 저녁을 해줬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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