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7/21
11월 한 달 동안 심리 상담하면서 변화하는 모습을 적으려고 했는데 상담은 안 받고 망상 글이 돼버렸다. ㅋㅋㅋ ㅜㅜ 원래는 그 심리상담 어플에 멤버십을 구입해서 4주 동안 매일 24시간 언제든 열려 있다는 상담소를 체험해보려 했는데 그게 내가 생각한 거랑 완전히 달랐다ㅠ
상품 소개에 설명된 내용은 이렇다.
멤버십 (무제한 채팅)
예약 없이 그때그때 언제든 내 고민을 남기고 매일 상담사의 상담 답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원하는 만큼 시간을 갖고 생각을 정리하고 메시지를 보낼 수 있습니다.
장소와 시간의 구애를 받지 않아요. 완성된 문장이나 직접 상대방과 대화하는 것보다, 채팅 대화가 자신의 상황을 명확히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께 추천하는 상담 형태입니다. 친구와 채팅하듯 편안한 분위기로 상담받을 수 있습니다.
예약 없이 그때그때 내 고민을 남기고 매일 상담사의 상담 답변을 받아보세요. 예약된 상담 시간까지 기다리느라 어떤 일 때문에 힘들었는지 기억해내지 않아도 괜찮아요. 제한된 시간 동안 내 상황과 생각을 정리하고 말하기 어려우셨나요? 이제 시간제한 없이 원하는 만큼 시간을 갖고 생각을 정리하고 메시지를 보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그 서비스를 이용하면 매일매일 소소하게 감정 정리할 수 있고 하루에 드는 생각을 일깨워주는 그런 과정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ㅠㅠ 나의 후기는 그냥 실제 상담소에서 하는 1회 차의 상담을 4주 20회로 늘여서 하는 느낌이다. 비용도 비슷하긴 하다. 역시 돈 낸 만큼 서비스받는 건가 보다.
내가 겪은 바로는 내가 고민되는 일을 채팅방에 남겨도, 내가 실제 받게 되는 답변은 예를 들어 "이러이러한 고민이 있으셨군요. 그런 고민에 대해 앞으로 상담합시다." 정도로 1회 상담이 끝난다. 내가 질문을 해도 그에 대한 답변이 "이런 것에 대해 궁금하셨군요. 앞으로 이야기해 봅시다."라고만 답변받는다;; 그런 채팅 하나의 답변과 복사 붙여 넣기 식의 대본처럼 짜인 듯한 답변과 챗봇이 생성하는 답변이 여러 개 온다.
실제 대면상담을 받게 되면 상담 전에 진행되는 심리검사나 사전 질문지, 성장배경, 상담 목표 등등의 기본적인 설문조차 거의 3회 서비스로 차감된다. 사실상 내담자의 이야기를 털어놓고 들어주는 게 아니라 그냥 정해진 코스를 챗봇이랑 수업처럼 따라가는 형태. 그리고 챗봇이랑 프로그램을 하면 내가 할 수 있는 답변은 단지 버튼 두 개로 나온다. "좋아요!" "네, 알겠습니다!" 이런 식으로 ㅋㅋㅋ "그렇군요!" "이해가 가요!" 그래서 반대 의견이나 다른 의견이 없음 ㅋㅋㅋ 이해가 안 가면 그냥 그 위의 내용을 다시 읽어보고... 그래도 이해가 안 가도 그냥 둘 중 하나만 누를 수 있닼ㅋㅋㅋ
아무튼 내가 이 멤버십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는데 그냥 결제를 눌러버렸다 ㅠㅠ 나의 성향을 모른 채 결정한 내 탓이지 뭐. 여기서 나의 착각은 예약된 상담 시간까지 기다리지 않고 매일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이게 그니까... 따지자면
- 채팅방은 24시간 열려있다 는 내가 메시지를 언제든 남길 수 있다는 의미일 뿐 -> 상담사님의 답변은 하루에 하나, 정해진 시간에만 받을 수 있다.
- 내가 생각을 정리하고 명확하게 나의 상황을 전달하는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이런 의미였지 -> 내가 보낸 메시지에 대한 상담을 받을 것이다 라는 의미는 아닌 것
그렇게 잘못 기대하고 온 사람들이 많나 보다. 채팅 처음부터 환불이나 다른 서비스를 안내해주며 이런 것을 기대한다면 실시간 1:1 상담이라던지 전화 상담 등을 추천하기도 했다. 그리고 텍스트로 진행되는 상담의 특성상 비언어적 표현들이 전달되지 않기 때문에 미세한 감정 변화를 포착하기 어렵고 글로 적힌 말투로 인한 오해가 많을 수 있으니 솔직하게 말해달라고 까지 안내해준다. 아무튼 그래서 나와는 맞지 않는 것 같아 환불신청을 했고, 환불은 불가능하지만 비슷한 가격대에 3개월 안에 써야 되는 쿠폰을 주셨다.
나는 그냥 내가 일기처럼 글로 풀어쓰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게 가장 편하고 좋다. 이게 내 스타일인가 보다. 나중에 또 이 글들을 보면서 내 마음을 정리하고 내 생각이 변한 것을 느끼고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스스로 깨달을 수도 있으니까. 어쨌든 결국 다 내가 주도적으로 해야 할 일이었다. 상담사님께 기대서 도움을 받을 수도 있지만 그 방식이 내가 원하는 데로 딱딱되지는 않으니까.
나는... 막상 다짐을 하거나 멍석을 깔아주면 되려 아무것도 안 한다. 그냥 하고 싶은 거만 해야만 하나보다. 공부도 시키면 안 하고 하고 싶을 때만 하고, 노는 것도 막상 놀 수 있어도 안 놀고 맨날 심심하다고 난리난리. 그래도 요새는 부르면 다 나간다. 심심하니까ㅠㅠ 돈도 없으면 그만인데 가끔 벌고 싶을 때가 생긴다. 그럴 땐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서 효율적으로 많은 일도 처리할 수 있다 ㅋㅋㅋ
나는 계획 세우고 정리하는 걸 특기로 삼을 만큼 정말 정말 좋아한다. 거의 무의식 중에도 1 2 3 스텝 바이 스텝으로 할 일이 눈에 쫙 펼쳐진다. 엑셀이든 파워포인트든 워드든 한글이든 딱 계획 세워 놓기. 문서로도 만들고, 날짜별로 프로젝트별로 구성원별로도 착착착 달력으로도 만들고 시간표로 만들고 지도로도 만들고.
근데 정작 그 계획을 내가 잘 지키지는 않는다 ㅠㅠ 나는 계획적이고 싶은데 귀찮아서 누워있는 타입. 흐밍 그래서 내가 이상은 하늘로 치솟는데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나. ㅋㅋㅋ 어차피 계획을 세워놔도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내키는 대로 하게 된다. 하고 싶은 건 엄청나게 열심히 남들과는 다르게 누구보다 빠르게 하는데 ㅋㅋㅋ 하기 싫은 건 겨우겨우 어찌어찌 하긴 한다. 그나마 계획을 세워서 할 게 뭔지를 알고 있다는 게 다행이긴 한데...
나는 어차피 하고 싶은 것만 하니까 꼭 해야만 하는 것은 하고 싶게 만드는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 아침에 일어나기 싫으면 커피 한 잔 보상으로 주고 번쩍번쩍한 하루 알찬 하루의 계획을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린다. 물론 반도 안 하지만 그래도 원동력이 된다. 운동가기 싫으면 맛있는 거 먹을 수 있다 생각하고. 출근하기 싫으면 회사에서만 할 수 있는 즐거운 일들을 꼬깃꼬깃한 쪽지를 펼쳐보듯 쥐어 짜내서라도 꺼내야 한다. 예전에는 회사 에피소드를 브런치에 올려 메인까지 갔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아침에 일어나서도 즐겁게 출근했다. 심지어 평소보다 일찍 출근한 적도 많았다. 그러면 내가 그나마 움직인다.
상황은 변하지 않지만 좋은 면만 보기, 그게 은근히 엄청난 위안이 된다. 싫은 거에 집중하는 것보다 의식적으로라도 생각의 흐름을 긍정 쪽으로 밀어놓기. 그러다 보면 조심스럽게 기분도 좋아지고, 그런 날이 며칠 연속되면 뜬금없이 행복하다는 마음이 들 때도 있다. 그런 순간을 의식적으로 기억해야 한다! 내 주위가 파스텔톤으로 옅어지고 조금만 발걸음을 빠르게 걸으면 살짝 날아갈 것 같은 그런 가벼운 기분이 들 때!
내가 피곤에 찌들고 현실에 닳고 닳아 온 세상이 어두컴컴하게 느껴질 때도 분명 있었고 앞으로도 그런 날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내가 밝은 하루를 산 기억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면, 그 힘든 시기가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마음 깊숙한 곳에서부터 알고 있다. 내가 만약 행복한 적이 없었더라면 정말 그런 날이 올까? 하고 의심이 될 만한 생각이지만, 내가 실제로 경험했다면 그런 날이 실제 한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그런 날이 오려면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 지도 경험으로 안다. 그게 나에게는 가장 큰 변환점이었다. 내가 아는 것. 내가 선택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런 경험을 내 주변 사람들과도 나누고 싶다.
내가 성격이 모나서 그런가. 불편함을 못 견디고 회피해버린다. 그러면 결국 나를 고립시키는 건데... 하지만 내가 피해를 입고 나의 그런 상황이 남에게도 피해일 수도 있는데 그 관계를 지속시킬 가치가 있을까? 물론 나와 상대가 우리의 관계를 둘 다 소중히 생각한다면 서로 양보하고 배려하려고 노력하겠지 그러면 그런 관계들만 감사하게 유지하면 되는 걸까?
거기서 멈추지 않고 새로운 사람들, 새로운 공간, 새로운 분야, 새로운 모임을 찾아다니면 언젠가는 나와 꼭 맞는 친구를 찾을 수 있을까? 그런데 거기까지 가서 또 회피해버리면 내가 피해를 주는 게 되면 어쩌지? 나와 꼭 맞지는 않더라도 나를 수용해줄 수 있고 나도 존중해줄 수 있는 그런 관계를 만날 수 있을까? 그런데 그런 곳에서 내가 적응할 수 있을까? 내가 원하는 건 대체 뭘까?
심리에 대해 검색해보면 MBTI니 혈액형이니 별자리에 태어난 순서까지... 어떤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하게 된 정말 다양한 원인이 분석되어 있다. 물론 맞는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고 유전적 환경적 기질적 성격적인 모든 요인이 종합되어 있겠지.
그런데 내가 또라이인 101가지 이유를 증명하더라도 그게 의미가 있는지 사실 모르겠다 ㅠㅠ 나는 어차피 나도 모르게 또라이짓을 하고 있을 테고, 그 원인을 안다고 해서 나의 똘끼가 완벽하게 제거되는 것도 아닌데. 그리고 사실 정상인의 범위가 다 다른데 내가 또라이가 아닐 수도 있지 않나?
나보다 더 또라이인 사람도 있을 테고 우리는 모두 어느 부분에서 어느 정도는 똘끼가 있을 수도 있다!! 그리고 그게 각자를 특별하게 유일무이하게 만들어 주니까... 하지만 우리 사회는 이 정도가 어느 선까지는 동일해야 하고 그 적정선 안에서만 특별함을 발휘해야 하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근데 그것도 내가 한국에서 얼마나 적응하고 잘 살았다고 그걸 정의하겠는가...ㅜㅜ 어렵다 어려워.
세상에는 정말 많은 사람이 있다. 길거리에 쓰레기가 떨어져 있으면 다른 사람들을 위해 쓰레기를 주워 쓰레기통에 버리는 사람도 있는 거고, 쓰레기를 줍는 게 업무인 월급 받는 환경미화원이 있으니 그분들이 줍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 거고, 쓰레기가 있건 말건 자신이 갈 길을 가는 사람도 있는 거고... 하지만 그 사람들 모두 옳다. 누가 더 낫고 못 낫고 할 수 없다.
사실은 길에 쓰레기를 버린 사람이 잘못한 일 아닌가. 그렇지만 실제로는 쓰레기를 버린 사람이 없었다면? 원래 쓰레기통에 잘 벼려져 있었던 쓰레기가 바람을 타고 날아왔다면? 그 쓰레기를 향해 누가 비난하며 누가 원망하며 누가 손가락질하겠는가? 그냥 다시 쓰레기통에 버릴 수 있을 뿐이다.
현실에서는...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이 많다는 것! 나는 아니 사람이라면 어떻게 길에 쓰레기를 버릴까? 설마 일부러 그랬겠어? 하는 갇힌 사고에 있었다면 지금은 아 쓰레기를 투기하길 원하는 사람도 있구나 하고 깨달았다. 왜 그걸 원하지? 그래서 얻는 게 뭐지? 머리 싸매고 고민할 필요 없다. 그냥 그 사람이 길거리에 쓰레기 뿌리고 다니고 싶으니까 버리는 거다.
어쩌면 그게 쓰레기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 어쩌면 그게 세상을 향한 자신의 표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자신이 쓰레기로 가득 차서 오죽했으면 하나씩 하나씩 자신을 정화하는 과정일 수도 있다. 어쩌면 그게 도움을 주는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어쩌면 그게 당연한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내가 내 속도 모르는데 어떻게 감히 타인의 속을 꿰뚫어 보겠는가.
보통 나와 맞지 않는 사람과 인연을 끊거나 손절하게 되면 그 사람을 쓰레기 취급한다. 똥차 탈출했다거나, 감정 쓰레기통, 시월드, 헬조선, 심지어 설거지(?)까지 정말 많은 부정적인 표현들이 있다. 그게 그 순간에 나의 마음에 위안을 주며 고통에서 잠시라도 벗어날 수 있다면 물론 그럴 수도 있다. 나도 그랬었다. 견디기 힘든 상황을 탈출하며 상대가 잘못이었어, 그 회사가 또라이었어 하면서, 회피했었다.
그런데 그 상황에서 멀리 떨어진 지금, 그때를 되돌아보면 나에게는 그런 생각이 후회로 다가왔다. 회피하는 것보다 그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오해를 풀고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면 참 좋았을 텐데. 근데 사실... 그것도 내가 지금 먹고살기 편해지니까 하는 배부른 소리일 수도 있다. 매일매일 고통에 몸서리친다면 그곳을 탈출하는 게 정답이니까.
그러니까 나는 앞으로 마음에 여유를 좀 갖고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이었더라도 그 사람의 장점을 인정하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 사람과 맞춰갈 필요는 없지만 장점을 인정할 필요는 있다. 세상에 하나의 정답은 없으니까 모두를 수용해서 장점을 배우거나 단점을 반면교사 삼아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기. 직접적 간접적 경험으로 내가 더 큰 세상을 볼 수 있도록 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기. 뭐든 시도해보기. 행동으로 옮기기. 긍정적인 면을 기억하기. 일단 머릿속으로는 다 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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