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이 Nov 23. 2021

예의에 대한 망상

11/21/21

최근에 여러 사람들과 수다 떨면서 드는 무의미한 생각들.
 
 
일본 공주의 결혼과 이민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고 한다. "마음 편하게 지낼 수 있는 환경에서 따뜻한 가정을 이뤄나가고 싶다"고 인터뷰했다던데. 에구... 그냥 알아서 살게 내버려 두면 안 되나? 응원은 못할지라도 차라리 무관심이 나을 수도. 돈 때문에 그런 건가? 일본 황실의 대대로 며느리며 외부인에게 이지메를 시켰다고 한다. 교묘하게 괴롭히고 철저하게 무시하고 정말 멀쩡한 사람 하나 정신병자 만드는 문화라고... 이제는 자기 가족인데 왜 굳이 그렇게까지ㅠㅠ


그리고 어떤 일에 대해 수다를 떨 때마다 나에게 오는 질문... 한국은 어때? ㅠㅠ 사실 나도 잘 모른다. 그런데... 에구 한국도 비슷한 거 같기도 하고. 조선왕조 마지막 공주였던 줄리아 리 멀록도 외국인이라고 차별당하고 자손 못 낳는다고 시집살이당하고 한국 왕실에서 결혼 인정도 못 받아서 미국에서 이혼할 때 협조도 안 해주고...;; 멀쩡하게 뉴욕에서 잘 살고 있었던 여자가 스페인으로 이민 가려고 준비하던 것까지 포기하게 하고 결혼까지 했으면, 그리고 바다 건너 먼 나라 타국인 한국까지 데려왔으면 행복하게 해 주려고 노력해야 하는 거 아닌가ㅠㅠ 생활고를 견디지 못하고 다시 미국으로 가서 요양병원에서 홀로 떠났다고 한다. 




수동 공격, 간접화법, 완곡한 표현, 이중적 태도, 이지메, 돌려 까기, 겉과 속이 다른 사람들 등등...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니 어느 나라 사람으로 구분할 것 없이 어딜 가든 그런 사람은 있는 것 같다. 어떤 말을 하는 게 대화를 위함이 아니라 상대의 반응을 떠보거나 시험에 들게 하는 사람. 상대를 이상한 사람, 유별난 사람, 호의를 거절한 사람, 아무것도 아닌 일에 화내는 사람으로 만들어버리는... 대놓고 말하는 것도 아니고 뒤에서 쑥덕거리는... 


아니, 대체 무엇을 위해서 그러지? 대체 원하는 게 뭐지? 그냥 그게 재밌는 건가? 수동태, 겸양어, 이중 삼중 부정 등등 언어능력을 아주 섬세하게 사용해서 그 노력을 들여서 얻는 게 뭐지? 애초에 표리부동 할 거면 또 왜 진짜 전달해야 하는 메시지가 전달이 안됐을 때 화자의 책임이 아니라 청자에게 책임을 넘기는지? 

우리나라에도 왕따, 은따, 전따 등등 따돌림이나 학교폭력에도 종류가 있고;; 한국의 꼰대 문화도 여전히 존재하고 까라면 까라는 것도 안되면 되게 해라 도 다 개인의 의견이나 감정을 억압시키는 그런 문화가 여전히 만연하다. 그런 상황에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말하는 사람을 넌씨눈, 빙그레 썅년이라고 상대를 비난하고, 게다가 뒷담화는 또 얼마나 많이 하는가...


앗, 그런데 생각해보니... 나도 그랬던 것 같다. 내 속이 베베 꼬여있었을 때. 내가 원하는 게 정확히 무엇인지 몰랐을 때. 솔직하기에는 용기가 없고, 내가 원하는 것을 당당하게 요청하기에는 죄책감이 들고, 거절당할 까 봐 두려울 때. 사회에서 바람직한 모습은 정해져 있는데 나는 다른 일을 하고 싶을 때. 내가 아무리 솔직하게 말해도 듣는 사람이 없을 때. 내 이야기가 들리려면 사회에서 정한 정답으로만 말해야 할 때...


불편한 얘기도 솔직한 말도 충분히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너무나도 자유로운 사회와 자유로운 영혼들 사이에 있으니 이전의 내 모습이 상당히 모순적이었다는 걸 객관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남의 이야기도 잘 들어주고 자신의 이야기도 해주는 사람과 대화했으면 좋겠다. 나도 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해주고 감정을 인정해줄 수 있도록. 내가 속단하지 않고 오해하지 않고 그 사람이 하는 말을 곧이곧대로 들어줄 수 있을 때까지. 그리고 내 진심을 맑게 전달할 수 있을 때까지. 나도 계속 노력해야 한다.




이곳에서 학교를 졸업한 나는 다시 이사 오자마자 왜 공부를 계속 안 하냐고 만나는 사람마다 물어봤다. 그 당시에는 정말 답답했는데 이제는 왜 그러는지 알 것 같긴 하다. 그 사람들은 자신이 알고 있는 온 세상이 학교인 것이다. 일평생을 공부만 하고 온 사람. 박사학위를 따고 교수가 되는 게 인생의 전부인 사람. 교수라는 지위를 얻고 특권을 누리는 것이 인생 최고의 목표이자 성과인...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또는 내가 본토로 이사 가고 싶다고 할 때마다 이렇게 좋은 곳을 두고 왜 다른 데로 가려고 하냐고 고생길이 훤하다고 반대하는 사람.


그런 사고에서 내가 다른 길을 간다 하면, 이렇게 좋은 길을 놔두고 왜 어렵게 돌아가냐고 그런 삶이 무슨 의미냐고 의문을 품는 사람도 있다. 지금 우리가 같은 상황에서 지내는데 남이 더 나은 상황으로 탈출하려 할 때, 그 꼴을 보지 못하는 사람. 자신의 수준으로 끌어내리려 하는 사람... 아파트를 산 사람에게 무주택은 불행하다고 실패자라고 하고, 명문대생에게는 장기 수험생이 포기하거나 탈출하는 게 한심해보일 수도 있고.. 그렇다고 집도 절도 없지만 하고싶은 거 하는 사람이 자가를 원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 사람의 아파트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도 아닌데. 수험생이 대학을 안가도 그 명문대가 명문을 잃는 것도 아니고;;


자신이 선택한 방법, 자신이 선택한 인생이 거부당하는 느낌이라 그럴까? 자신이 최선을 다해 성취한 것에 대한 자부심일까? 자기는 다른 모든 것보다 이것이 좋아서 선택했는데 그리고 그게 사실이라고 자신이 굳게 믿고 있는데, 타인이 다른 의견을 내면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 


내가 자녀계획이 없다 하면 그 의견을 존중해주는 사람도 많지만 하나는 낳아야 한다는 사람도 있고 결혼은 왜 했냐 애기 없으면 이혼한다며 나의 결혼생활을 실패했다고 미리 정의 내려 버리는 사람도 있다. 내가 이민을 간다 하면 그 결정을 응원해주는 사람도 있지만 거기 가서 이민자로 어떻게 사냐, 인종차별받을 거다, 네가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게 있다는 걱정을 먼저 해주는 사람. 내가 대학원을 간다 하면 대단하다 잘할 거다 지지해주는 사람도 많지만 그거 공부해서 뭐하냐 차라리 다른 자격증 나오는 학위를 따라 돈 많냐며 현실을 알려주는 사람... 뭐 다들 자신의 경험에 빚대어 인생의 지혜를 공유해준 것이니 내가 듣고 싶은 것만 들으면 된다. 


하지만 그런 말들에 내가 지금 흔들린다면 그건 내가 중심을 제대로 못 잡고 있다는 뜻이다. 나의 생각 나의 목표 나의 인생에 대해 내가 나를 더 믿어줘야 할 때. 내가 나를 더 존중해줘야 할 때라는 뜻이다. 인생에 정답이 있고 정석대로 살면 성공한다는 공식이 성립한다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어차피 정답이 없으니 각자 자기 인생에 집중해서 자신이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이것은 나에게 하는 말.) 국적, 인종, 나이, 사회적 지위, 재산 이런 거에 상관없이 사랑할 수 있었으면. 행복할 수 있었으면. 내가 최선을 다할 수 있었으면. 언제나 어디서나 나에게 다가오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잡을 수 있었으면. 내가 원하는 선택을 하고 나의 취향과 선호를 스스로 존중해줄 수 있었으면. 그랬으면 참 좋았겠다. 그럴 수만 있었다면. 


나도 매일매일 하루를 소중하게 살아내면서 내 인생에서 진정한 행복을 찾으면 좋겠다. 받을 때보다 줄 때 더 행복하다는 것을 경험으로 느끼며, 순수하게 진심으로 행동하면서 만족을 느낄 수 있었으면. 식물이나 동물을 보살피고 아이를 돌보고 약자들을 배려하고 환경을 생각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내가 먼저 친절하게 다가가고 타인의 친절함을 감사하게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만나면 좋은 친구, 기분 좋아지는, 자상하고 상냥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사람.


세상을 너무 부정적으로만 보면 마음 아파서 살기가 힘들다ㅠㅠ 일단 나의 부정적인 감정을 이 글에 쏟아놓기는 했지만... 기분 상하는 사람은 없기를 바라며. 



https://link.inpock.co.kr/loveyourlife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