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이 May 27. 2022

어메뤼칸 마인드 남편과의 미니멀 라이프

남편과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고 싶은 라이프 스타일

저는 미니멀 라이프 하면 제가 초등학교 때 우연히 봤던 어느 미국 티비 프로그램이 생각나요. 가정 경제가 위기인 집을 찾아다니며 수입/지출 계획이나 생활습관, 공간 활용 등을 전반적인 삶의 방향을 컨설팅 해주는 프로그램이었던 것으로 기억해요. 저희 할머니 집에 케이블 채널이 있어서 할머니 집에 있을 때마다 그 프로그램 재방송을 기다렸었어요.


제게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집 안에 정신없이 쌓여있는 물건을 가라지 세일로 처분하여 작지만 즉각적인 현금 수입이라도 만들라는 처방이었어요. 미국은 집도 크고 하니까 물건이 어찌나 많이 나오던지!! 진짜 입이 떡 벌어지더라고요! 불필요한 물건들을 싹 치우고 멀끔해진 집에서 새로운 시작을 하면 참 좋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거의 나인틴나인티나인~ 보다 오래 전인 그 시절에는 미니멀 라이프라는 단어도 없었지만 그때에도 비슷한 생활방식을 주도했던 선구자들이 있었다니! ㅎㅎ 정말 사람 사는 건 다 똑같나 봐요







저는 사실 미국인들을 드라마나 영화에서만 봤지 실제 미국에 살아보는 건 처음이에요. 드라마에 등장하는 집들은 물건도 많이 쌓여있고, 수납장도 옷장도 꽉꽉 차있고, 벽이란 벽에는 전부 액자나 장식을 걸어놓는 장면을 봤어요.


그때는 아무 생각도 없었는데... 시댁에 가니까 진짜 위층, 아래층, 화장실, 문, 할 거 없이 전부 액자나 장식품이나 뭐라도 하나 걸려있더라고요! 심지어 저희 친정이랑 찍었던 가족사진까지ㅎㅎㅎㅎㅎ 집이 커서 그런가 방이 남아서 그런가 저희 남편이 초등학교 때 냈던 숙제까지 '메모리 박스'에 고이고이 모셔져 창고에 한가득! 정말 깜짝 놀랐어요






저는 아무것도 없는 빈 벽이 좋아서 저희 집은 거의 텅텅 비어있다시피 하거든요. 각자 방이라도 하나씩 있으면 자기가 원하는 대로 방을 꾸미겠지만, 아무래도 집이 스튜디오 (한국식 원룸) 라 액자나 장식을 걸으면 제게는 집이 정말 숨 막히게 좁게 느껴져요.


그래서 시어머니께서 보내주신 장식도 벽에 잠깐 걸었다가 다 떼어내고 생일이나 발렌타인데이, 기념일, 할로윈, 땡스기빙, 크리스마스, 뉴이어 등등 살짝 장식을 하는 둥 마는 둥 하다가 또 다 떼어내고 했었어요. 남편은 장식이 있는 게 훨씬 좋다며 너무 희고 빈 벽은 institution (언덕 위의 하얀 집 느낌) 같다고 ㅎㅎ


시댁에 가보고 나서야 남편이 어린 시절을 보낸 모습이 그려지면서, 답답하게만 느껴졌던 남편의 생활 방식이 그제야 조금은 이해가 되었어요... 저희에게 자잘한 장식품을 선물로 보내주신 시어머니의 마음도 이해가 되고요... 그들이 살아온 삶의 한 방식이구나. 그들은 그렇게 행복했구나...







누군가와 맞춰간다고 말할 때, 내가 (또는 상대가) 억지로 자기 자신을 바꾸면서까지, 내가 원하지 않는 나의 모습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라 오해하게 돼요. 


맞춰간다는 건 이런 것 같아요. 그냥 상대를 인정해주는 것. 그냥 상대가 살아가는 방식을 존중해 주는 것. 나와 맞지 않다고 상대가 틀린 것도 아니고, 우리가 꼭 똑같은 모습으로 살 필요는 없잖아요 ㅎㅎ 


아, 너는 그렇게 사는구나

아, 너는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아, 너는 그렇게 행동하는구나



그러다 보면 단 한 가지의 정답이 있다고 믿었던 저의 시야를 조금 넓혀주는 기회가 될 때도 있어요.


아, 저렇게 살 수도 있구나 

아, 저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아, 저렇게 행동할 수도 있구나 




다른 방식의 삶을 보고 경험하고 느끼면서 그때그때 할 수 있을 만큼만 수용하며 나를 더 성장시킨다고 생각해요. 나에게 더 맞는, 나에게 더 편한 방법을 찾기. 


아, 빨래를 매주 안 해도 살아갈 수 있구나 

아, 청소를 매주 안 해도 사는 데는 지장 없구나 

또는 

아, 나는 곰팡이 청소는 꼭 필요하니까 이렇게 해야지.

아, 나는 벌레는 너무 무서우니까 이런 대비를 해야지.







집이라는 장소가 나에게 가장 안정감을 주고 내가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잖아요 ㅎㅎ 마찬가지로 동거인에게도 똑같이 안전하고 편한 공간이 되어 주어야 하니까요.


각자가 원하는 것이 충족되어야 함께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나는 집안을 흰색 페인트로 칠하고 싶고 남편은 검정으로 하고 싶다면, 우리 의견을 둘 다 합쳐서 평균 내서 회색으로 집안 전체를 칠한다면 둘 다 만족할 수 없다. 차라리 한쪽은 흰색 한쪽은 검은색으로 타협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나도 그도 서로와 함께하기 위해 해 줄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있다. 상대의 의도를 인정하고, 서로의 입장을 존중하고, 각각의 의견과 감정을 이해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우리가 다른 만큼, 우리는 이미 바닥을 친 만큼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남편이 미워질 때 보는 책> 언어의 장벽보다 더 높았던 마음의 철벽 중







집안이 완벽하게 정리되지 않았다고 해서 스트레스 받는 것보다, 우리 집에 없는 물건에 집착하며 소유하지 못할 것들을 갈망하는 것보다,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평화롭게 살기를 선택할 거예요.


우리 집에 티비가 없어도 영화를 보고 싶으면 영화관으로 가고, 운동하고 싶으면 헬스장을 가고, 노래가 듣고 싶으면 콘서트나 라이브 공연을 찾아다니고, 안마 의자가 갖고 싶으면 동전 넣고 쓸 수 있는 쇼핑몰의 안마의자로 체험해보고, 크리스마스나 할로윈 장식이 갖고 싶으면 파티나 트리 콘테스트, 도심의 장식을 구경하고!


남편과 사이좋게 평화롭게 잘 지낼 수 있는 라이프 스타일! 저만의 미니멀 라이프! 앞으로도 계속될 제 인생의 한 편입니다 ㅎㅎ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 )




https://link.inpock.co.kr/loveyourlife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