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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이 Jun 03. 2022

미국에서 겪은 궁극의 미니멀 라이프

적게 소비하는 더 나은 삶

소비의 나라, 물질의 왕국, 자본주의 끝판왕. 제가 미국에 갖고 있었던 오해 아닌 오해가 있었어요. 그런데 이곳에서 살면서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고, 각자 하기 나름이라는 간단한 진리를 또다시 깨닫고 있답니다. ㅎㅎ


한국에서 사는 것과 해외에서 사는 것이 완전히 같을 수는 없겠지만, 가끔은 굉장히 의아한 면이 보이기도 해요. 신선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고 왜 저러냐 하다가도 아 그랬구나 하게 되는 ㅎㅎㅎ


정말 정말 단순화하여 보자면 기준이 다르달까요? 우리나라는 상향평준화가 되어 있다면 이곳은 기능 중심적이라고 해야 할까요? 물론 저의 개인적인 경험에서 다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제가 느꼈던 궁극의 미니멀 라이프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ㅎㅎ




새 물건을 잘 산다?


이곳의 첫인상은 제가 처음에 생각했던 그대로였어요.


저희는 부동산을 통해 스튜디오 아파트를 계약했어요. 물론 한국처럼 깨끗하게 입주청소도 되어있지 않고 낡고 오래된 집이라 어쩔 수 없는 면이 많았죠. 그런데 의외로, 빌트인 가전이 고장 날 때마다 새 거로 바로바로 바꿔주시더라고요!


이사한 지 한 달도 안 돼서 에어컨이 고장 났는데 새 에어컨을 바로 설치해주시고, 수전에 물이 조금씩 새서 손잡이를 잘 조절해야지 물이 잠긴다고 나사를 조이거나 해야 할 것 같다고 수리 요청했더니 새 거로 교체해주시고, 싱크대에 설치된 음식물 분쇄기에 물방울이 새는 것 같아 검사 부탁드렸더니 또 새 제품으로 바꿔주셨어요.


역시 공산품, 대형마트, 물질주의!!! 새 거를 좋아하는 저는 꽤 마음에 들어 했습니다 ㅎㅎㅎ 처음에 낡은 집을 보고 조금 실망했었는데, 매번 새로 바꿔주시니 야금야금 집 전체를 싹 다 고쳐~?! 하는 마음도 들기도 했죠 ㅋㅋㅋ







물건을 안 버린다?


올해 냉장고가 고장 났어요. 냉동고 뒤판이 쩍 하면서 튀어나온 거 있죠 ㅜㅜ 제가 남편에게 냉동고에 성에가 자꾸 끼니까 어떻게 고쳐달라고 말해야 하는 거 아니냐며 계속 잔소리했었는데 속 편한 저희 남편은 냉동고는 원래 성에 끼는 거라고 (-_-) 내버려 두라는 거예요! 그래서 그냥 한 달에 한 번씩 제가 성에 깨서 치우곤 했는데, 이런 참사가 일어난 거죠ㅠㅠ


그.런.데. 제가 충격받았던 점은 바로 저 냉동고 중앙의 환기구 커버(?)였습니다!!! 중간에 온도조절 손잡이 사진에서 보이시나요? 저 커버는 원래 이 냉장고 부품이 아니라 다른 제품 커버였나 봐요! 저희는 이제까지 저 부품이 냉장고에 실제로 연결된 줄 알고, 저 온도조절 손잡이를 미니멈에서 맥시멈으로 올리려고 한참을 고생했던 적이 있었거든요 ㅠㅠ


그런데 이게 뒷부분이 저렇게 꽁꽁 얼어 있어서 돌아가지도 않았고, 연결도 안 돼있는 눈 속임 용으로 감쪽같이 있었다니 ㅋㅋㅋㅋㅋ 물론 환기구 커버하는 역할을 하긴 했지만 말이죠. 저 온도조절 손잡이를 돌리려고 갖은 노력을 했던 지난날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어요.


저는 이번에도 부동산에서 냉장고를 새로 교체해주려나 기대하고 있었는데, 그냥 냉장고 전원을 끄고 해동시킨 뒤 저 커버를 그대로 붙여주시고 가셨어요 ㅋㅋㅋㅋㅋ 아니 이런 식이면 이 냉장고 천년만년 쓸 것 같아요!!!







왜 그럴까?


제가 이곳에서 살면서 느낀 특징 중 하나는 보수적인 삶의 방식입니다. 새로운 것을 습득하는 것보다 기존의 것을 유지 보수하는 방식이 전반적인 것 같아요.


단순하게 예를 들자면 사무환경이 있습니다. 제가 한국에서 일할 때 겪은 바로는, 사무실에서 컴퓨터는 대부분 윈도우 가장 최신 버전이었고, 오피스나 한글 프로그램, 보안 프로그램, 심지어는 액티브 엑스까지 항상 업데이트해야 했어요.


그런데 지금 제가 일하는 곳의 컴퓨터는 여전히 윈도우 7을 사용합니다. 컴퓨터는 켜지니까요 ㅠㅠ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터넷 익스플로러로만 접속하라고 했었어요. 2022년 6월 15일, 더 이상 인터넷 익스플로러 서비스가 중지되자, 그제야 마이크로소프트 엣지를 다운받아 주었어요.







한국은 새로운 문물에 대한 습득과 적용이 굉장히 빠르고, 하나의 유행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이 새로운 성능과 편리성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이 되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스마트폰, 도어락, 내비게이션, 블랙박스 같은 전자제품은 물론이고, 스크린 도어가 대부분의 지하철역에 설치되거나, 시스템 에어컨이나 벽걸이형 티비가 설치되고, 아파트에도 도어벨에도 씨씨티비가 상용화되고, 대중교통 환승 시스템도 정말 잘 돼있고, 좋은 제품이나 패션이 빠르게 순환하기도 해요.


하지만 이곳은 여전히 열쇠를 사용하고, 2G폰도 안 쓰고 집 전화만 쓰는 분도 종종 계시고, 블랙박스나 씨씨티비보다 개인의 사생활을 더욱 중시하는 면도 있어요. 은행업무도 인터넷 뱅킹보다는 체크를 쓰고 온라인 서비스가 있어도 직접 방문하거나 직원과 통화하는 걸 선호해요. 그러니까, 사는 데 지장 없다. 그럼 변화나 발전의 필요성을 못 느끼나 봐요. 안 변하면 느려진다 하면 느린 대로 하는 거고, 안 변하면 업무 못한다 하면 바뀌는 거죠.


한국에서는 와이파이에 5G 인터넷이 클릭  번에 바로 뜨는데, 이곳은 엘리베이터 타면 전화 끊기고, 시내에서 조금만 멀어져도 데이터 연결 뚝뚝 끊기고, 답답해  터지지만 그렇다고  사는  아니잖아요 ^^; 관공서에서는 많은 일처리를 수작업으로 해서 정말  주를 기다려야 하지만 사는  지장 없긴 하잖아요 ^^;;; 그래서 그런가 우리나라에서는 당일 즉시 발급 가능한 문서들을 제출할  유효기간을 둬서 3개월 이내 발급받은 문서만 인정해주는 경우도 있는데, 이곳은 서류 발급 자체가 느리니까 사본 제출이 가능한 경우도 많거든요.




저의 경우에도 에어컨은 되고 냉장고는 안 된다는 게 아니었어요. 에어컨은 정말 오래된 모델이라 수리할 수 있는 부품조차 구할 수 없었기 때문에 새 제품을 사준 거였고, 냉장고도 엄청 옛날 모델이라 부품은 못 구하지만 수리는 가능해서 고쳐준 거였대요. 옛날 모델이라 부품이 없으면 다른 냉장고에서 쓰다 남은 부품으로 때우기도 하면서 ㅋㅋㅋ 진짜 작동을 멈출 때 새로 바꿔주겠죠 ㅋㅋㅋㅋㅋ




물건을 낭비한다?


물건을 오래 쓰는 이곳 사람들에게 제가 이해하기 어려운 특이점이 하나 있어요. 바로 물건은 잘 안 버리는데 일회용품은 (제 기준에서는) 막 쓴다는 점이에요.


한국은 재활용품 분리수거도 굉장히 체계적으로 잘 되어있잖아요. 이곳은 재활용 수거도 사설업체 밖에 없어서 수거가 거의 안되고, 쓰레기 봉지도 정해진 규격 없이 아무 봉지에 담아 버리고, 분리배출도 의무가 아니라 그냥 한 번에 다 버려요 ㅠㅠ


어차피 일회용이라고 생각해서일까요, 재활용도 잘 안 하는데 일회용품은 정말 정말 많이 사용해요. 아무래도 편하고 쉬우니까, 그리고 싸게 어디서든 구할 수 있으니까 그럴까요. 지퍼락, 비닐봉지, 일회용 접시, 컵, 플라스틱 포크, 플라스틱 그릇 등등. 하루에도 정말 많이 써요.


저희 남편도 지퍼락을 왜 그렇게 쓰는지 어차피 매일 쓰는 거면 다회용 통으로 대체하면 좋을 텐데. 제가 매의 눈으로 보지만 다 저 없을 때 쓰는 거라 잔소리도 못하고 있어요 ㅋㅋㅋ


비닐봉지는 원래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해요. 종이봉투를 만들기 위해 사용됐던 나무들을 살리기 위해 재사용할 수 있는 비닐을 발명한 거죠. 그런데 플라스틱 쓰레기가 환경을 파괴하는 주범이 되니 안타까워요. 제품의 원래 의도대로 다회용으로 재사용으로 활용했으면 좋겠어요 ㅠㅠ




물건을 아껴 쓴다?


제가 이곳에서 또 깜짝 놀랐던 반전은, 사람들이 일회용품은 너무나도 쉽게 쓰고 쉽게 버리는데 일회용품이 아닌 물건들은 잘 안 버린다는 점이에요. 물론 개인차가 있겠지만, 가격 불문하고 낡디 낡은 물건들을 고이고이 모시고 있어요.


단편적으로는 티셔츠도 구멍이 숭숭 났는데 계속 입고, 물건이 닳고 닳아도 작동을 하면 계속 사용하고, 고치고 고쳐서 수리비가 새 제품의 가격을 웃돌아도 고쳐 쓰더라고요. 게다가 차라리 하나 사도 될법한 물건들도 물려주는 경우가 많아요. 진짜 무덤에 싸들고 갈 것 같은 느낌으로요 ㅎㅎㅎ







저는 결혼 전에 외국 영화를 보면서,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보석이나 반지를 결혼할 여자에게 선물하거나, 어머니가 입으셨던 웨딩드레스를 입고 결혼하거나, 할머니에게 가구를 물려받거나 하는 장면들이 감동적이라고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막상 실제로 시어머님의 반지를 보니 복잡 미묘한 감정이 들더라고요 ㅠㅠㅠㅠ 소중한 반지를 물려주고 싶으신 마음은 정말 감사하지만... 그렇게 의미 있는 반지를 내가 잃어버리기라도 한다면? 정말 너무나도 죄송하겠죠 ㅠㅠ 그렇게 감사한 마음보다 부담으로 다가오면 의미가 변색되잖아요.


아무래도 상황에 따라 느낌이 다른 것 같아요 ㅎㅎ 저는 개인적으로 물건의 가치를 소유가 아닌 경험으로 여겨요. 그래서 물건 하나 사서 다시 싼 값에 팔더라도, 내가 그 물건을 재밌게 가지고 놀았다면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내가 이 물건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을 때, 다른 사람에게 보내드려 또 거기서 쓰임을 다한다면 가장 좋겠죠.


그래서 저는 전자기기도 편하게 쓰고 옷도 편하게 입어요. 마찬가지로 만약 제가 반지를 소유한다면 매일매일 예쁘게 끼고 다닐 수 있는 반지를 원하는 거죠. 너무 귀해서 은행 금고에 고이 모셔놔야 할 반지는 저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ㅠㅠ 그래서 약혼 반지로 시어머니 반지보다 남편이 중학생 때 부모님께 선물받은 Fide Et Amore (By Faith and Love) 라는 각인이 새겨진 은반지를 선택했어요 : )




낭비하지 않는다는 면에서 물건을 물려주고 나눠 쓰고 중고로 판매하는 건 대찬성이에요! 특히 유학생들에게는 무빙 세일하면 득템 해서 몇 년 잘 쓰고 또 나눠주고 가면 되기도 하니까요 ㅎㅎ


제가 결혼 초에 신혼집이라는 로망에 빠져 귀엽고 아기자기한 살림살이를 원했을 때, 시어머니께서 보내주시거나 주변에서 주는 물건들이 눈엣가시였을 때가 있었거든요 ㅎㅎ 택배비로 차라리 새거 하나 살 수 있는데 왜 보내주시지 하는 삐뚤어진 마음으로 ㅎㅎ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고장도 안 나고 잘 쓰고 있어서 지금은 감사한 마음을 갖기로 생각을 고쳐먹었어요.








저희 집에 있는 물건들 중에서 사실 쓸모는 없지만 남편이 사수한 물건들이 있어요. 정말 10년 20년 된 물건들. 그만큼 남편은 일회용품이 아닌 물건들을 중고 판매하는 것도, 버리는 것도, 누구 나눠주는 것도 안 좋아하더라고요.


한 일화로 에어프라이어가 한참 유행이었을 때, 제 생일선물로 에어프라이어를 샀어요. 두세 번 썼나 그리고 한 2년을 안 쓰더라고요 ㅠㅠ 그래서 중고로 판매한다고 그랬더니 갑자기 자기가 쓴다고 그러면서 한 일주일 억지로 쓰는 거 있죠 ㅋㅋㅋ 본인 말로는 어떤 물건에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뿐 물건을 안 쓰는 건 아니래요.


저보고는 왜 자꾸 뭘 사고 파냐고 그럴 거면 왜 사냐고 그러더라고요 ㅠㅠ 지난번엔 인스타팟이 유행이라고 하나 살까? 했더니 또 팔 거 뭣하러 사냐고 ㅋㅋㅋㅋㅋ 저는 남편이 일회용품 적게 쓰도록 안 샀으면 하고 남편은 저에게 팔 거면 사지 말라고 하고 ㅋㅋ 결국 둘 다 많이 안 사서 다행(?)인 사이가 됐어요 ㅎㅎ



제가 자주 이용하는 중고 물품 기부처와 판매처입니다 ㅎㅎ

Goodwill Store

Red Cross

Market Place







물건들을 잘 써주기!


옛날의 저는 새 물건을 정말 좋아했어요. 계속 뭔가를 사고 또 샀지만 더 좋은 물건들은 끊임없이 나오고, 성능은 갈수록 좋아지고, 유행은 매번 바뀌었죠. 그리고 결정적으로 트렌드를 따라갈 만큼의 열정과 금전이 없었다는 거. ㅋㅋㅋ


정반대로 남편은 운동화는 닳고 닳을 때까지 신고, 양말에 구멍이 나도 찢어질 때까지 신고... 처음에는 남편이 왜 이렇게 궁상인가, 한국에서는 와이프가 이것도 안 챙겨줘? 한소리 들을 정도라서 이해가 안 갔어요.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면 남편도 성인인데 와이프가 관리를 해줘야만 한다는 것도 저의 강박이더라고요 ㅎㅎ 본인의 기준에서 '절약'을 하고 '미니멀'을 하는 것인데 저의 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강요할 수는 없잖아요. 그리고 평소에는 편하게 입고 필요할 때는 잘 차려입는데, 나는 뭐가 그렇게 불만이었을까 싶기도 하고요 ㅎㅎ




그래서 저의 생각도 많이 넓어졌어요. 테이블의 나무가 살짝 튀어나와도 식탁보나 시트지로 덮어서 쓰고, 천으로 된 의자가 엄청 때 타서 새로 사려고 한참을 알아보다가 수세미에 물 묻혀서 닦으니 깨끗해져서 그냥 써요. 새로 살 수도 있지만 안 사는 것. 그게 진정한 절제요, 미니멀 이더라고요 ㅎㅎ


저는 지금도 여전히 시행착오를 겪어요. 인스타 보면 진짜 눈 돌아가게 좋아 보이는 물건들이 쏟아지거든요!!! ㅋㅋㅋ 규조토 매트며, 빔프로젝터, 프린터, 전자렌지, 기능성 의자, 드라이기, 커피메이커, 운동기구, 영양제, 프라이팬, 이제 사봤으니 필요 없다는 것을 확실히 압니다 ㅎㅎㅎㅎㅎ


사고팔고 사고 버리고 여전히 시행착오를 겪지만, 사지 않는 물건들 비워 보낸 물건들 덕분에 지금은 제가 갖고 있는 물건들을 잘 관리하면서 끝까지 써주고 있어요! 꼭 모델하우스처럼 새 집 새 물건이 아니더라도, 정갈하게 유지하고 고쳐 쓸 수 있는 데까지 잘 쓰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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