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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이 May 02. 2022

가족으로의 "불가능한" 회귀

술을 마셨으면 곱게 집에나 처 들어갈 것이지!

뉘예뉘예~ 알게쯥니다~ 이거슨 술 마시고 집에 와서 쓰는 뻘글입니다. 나 안 취했어요!!ㅎㅎㅎ




요즘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서울 변두리에서 살았던 나도 정말 공감 가는 경기도민의 애환을 섬세하게 표현해준 드라마이다. 서울과 경기도, 도시 중심지와 논밭이 펼쳐지는 시골,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그래서 청춘과 열정과 진심을 쏟는 공간과 휴식처이지만 쉴 수 없는 가족이라는 의무만 남은 공간...


그 드라마에 나온 대사는 단어도 참 심란하다. 추앙, 해방, 가족, 당신... 사실 2화까지 밖에 안 봤다. 그 안에서도 숨 막히게 막차에 쫓기며 하루를 살아내는 사람들을 보았다. 나도 왕복 네 시간 가까운 거리를 서울 끝에서 서울 끝으로 통근을 했는데, 그 당시 내 어깨를 찍어 누르던 삶에 찌든 피곤함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날 추앙해요" <나의 해방일지>




나는 특이한 단어를 만나면 꼭 사전에 검색해보는 습관이 있다. 내가 뜻을 제대로 알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목적과 의미와 예문을 기억해놨다가 나중에 내 글에 써보고 싶은 마음에. 그래서 심심할 때 이런저런 단어들을 검색해보다가 엄청난 자료를 찾았다. 우연인가 최근에 봤던 이 드라마에서 느낀 감상과 내가 오랫동안 고민했던 정체성 혼란을 다른 각도로 볼 수 있도록 설명해주는 글이었다.




강신주. (2008). 가족으로의 불가능한 회귀 -어느 상상적 공동체에 대한 철학적 성찰. 인문과학, 88, 97-121.

저자는 발행 당시 고려대학교 연구교수이었으며, 발행기관은 연세대학교 인문학연구원이다.




키워드


자본주의 vs 농경사회

대도시 vs 작은 시골 마을

개인 vs 경제공동체

정서적 안정 추구 vs 권태감

화폐경제 vs 노동력

자유 = 군중 속의 고독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 <무한도전>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 1분 1초도 쪼개 쓰는 우리네 사람들. 우리는 도대체 무엇을 위해 이렇게 바쁘게 살고 있을까? 우리는 대체 어디로 가는 걸까? 우리는 왜 이렇게 바쁘고 만 것일까?


바쁜 도시생활 고도 산업사회 문명, 경쟁, 한국인들 빨리빨리. 서울에 가면 정말 눈 뜨고 코 베인다는 말이 실감 날 정도로 매 순간순간 정신을 빠짝 차리고 있어야 한다. 여기서 사는 것처럼 서울에서 행동하면 민폐에 진상에 촌사람 취급받겠지...


어쨌든 모든 인간은 자본주의라는 화폐경제와 대도시라는 장소에서, "자유롭도록 저주받은 개인들은 자신의 고독을 치유하기 위해서" (p.115) 사랑을 찾고 나를 채우려고 했다는 것. 그래서 가득 채워지게 나를 추앙해달라는 것과 서로를 응원해주고 응원받기를 간절히 원한다는 것.




"가족으로의 회귀는 사랑의 논리를 지키지 못한 우리의 무능력에서 기인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p.98) 꺅, 진짜 그런 걸까? 결국 우리는 너무나도 외로워 어딘가에 소속되고 싶은 걸까?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삶의 가치를 증명받고, 존재 자체만으로도 필요한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을 뿐인 걸까?


여기서 말하는 무능력이란 스스로 고독을 치유할 수 있는 능력이겠지. 스스로 존엄성을 높이는 능력. 외부의 스트레스에서 나를 지키는 능력. 나라는 사람의 존재 자체를 사랑하는 능력. 나를 먹이고 입히고 재우고 살리는 능력.


여전히 이렇게나 외로운데, 누가 나를 추앙해주리오. 사실 정답은 간단하다. 내가 나 스스로를 잘 돌봐주어야 한다. 내면의 강인함을 믿어주고 내가 나를, 나에게 증명하면 된다. 그렇게 살다가 가도 충분하다. 내가 나를 사랑해야 한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아무도 날 좋아하지 않고, 긴 긴 시간 이렇게 보내다간 말라죽을 것 같아서 당신을 생각해 낸 거예요. 언젠가를 만나게 될 당신. 적어도 당신한테 난 그렇게 평범하지만은 않겠죠. 누군지도 모르는 당신.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만나지도 않은 당신. 당신. 누구일까요."


허상의 누군가를 간절히 원하는 그 마음 ㅠㅠ 결국 그런 마음에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논문에서는 우리는 "시골에서의 내면세계, 즉 친밀감과 안정감의 정서" (p.108) 를 가족에서 찾고, 아이는 "삶의 자연적 측면을 상징한다" (p.108) 고 설명한다. 하지만 대도시인들이 꿈꾸는 그런 이미지는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판타지" (p.109) 일 뿐...




초딩 때 지나가다 한 번씩 콜렉트 콜로 회사에 있던 엄마에게 전화했던 동네 공중전화




고향, 내가 태어난 곳을 그리워하는 이유. 한국, 내가 가보지 못했던 삶을 여전히 동경하는 이유. 어딘가에 누군가에게 소속되고 싶은 욕망. 채워지고 싶은 마음, 추앙받고 싶은 내면의 아이. 도시에 치여서 자본에 치여서 빨리빨리에 치여서... 사랑이 절실한 그런 사람들.


이곳은 햇빛 좋고 느리고 조용하고, 도시인  도시 아닌 도시 같은 그런 곳이다. 물론 다는 아니겠지만 어느 정도 내가 느끼기에는 경쟁보다 포용, 산업보다 자연, 성과보다 사람, 처벌보다 관용이 많은 .


아이러니하게도 이 시골에서 나는 엄청난 권태감과 무료함 (p. 108) 을 느낀다.ㅠㅠ 와우 1937년에 신문에서도 실린 권태. 그러니까 내가 느끼는 이 감정도 이상한 게 아니라 많이들 그렇게 생각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안도가 생긴다.


어릴 적 성장과정에서 자연과 가까이 살며 자연의 섭리를 온몸으로 체험하며 자라는 게 좋은 것 같다. 자연에서 살아가는 법을 배우며 자신의 힘을 믿고 내면을 단단하게 키운 뒤에 도시로 나간다면 더 나을까? 그러면 도시 생태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살아남는 것보다, 더 잘 살 수 있을까?




아무튼 이 논문을 읽고 깨달은 점은 우리가 매일 이렇게 치열하게 고민하고 기록하는 것이 학술적으로도, 철학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역사적으로도! 인류의 발전(이라고 하면 너무 거창하려나?) 개인의 발전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는 것!


무능력이든 불가능이든 간에 모든 사랑은 위대하다!!!!!




출처 : 인터넷




우리 가족은 다 떨어져 사는데 만날 때마다 느끼는 점. 가족이란 정말 신비롭다. 나의 시작과 과거와 온갖 시행착오를 다 아는 사람들. 그래서 부끄럽다가도 피하고 싶다가도 결국 가족에게 의지하게 된다.


나이 차이 나는 동생들을 보면서 매번 깜짝 놀란다. 아, 내가 5년 전에 했던 생각과 행동을 그대로 하네. 아, 내가 10년 전에 저렇게 싸가지 없었었나? 소오오오름. 그리고 정말 한치의 오차도 없이 내 머릿속에 드는 생각 "라떼는 말이야~ 이건 이렇게 하면 안돼~ 그건 그렇게 해야 한단 말이야~"


하지만 그들도 그렇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거겠지. 이런 우리를 키워낸 엄마 아빠는 을매나 고생을 하셨을까? 나는 장녀이긴 하지만 장녀 역할을 하지 않았지만 암튼 크레이지 아시안 걸인가 속으로 돌아있다. ㅋㅋㅋ


5월은 가정의 달, 그리고 Asian Pacific American Month 라고 한다. 다시 제정신 차리고 상큼하게 5월을 시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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